'염색 포기' 한대화 감독, 올해는 흰머리 줄어들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4.04 06: 22

"어찌나 불쌍해 보이던지…".
지난 3일 프로야구 미디어데이에서 화제가 된 것 중 하나가 '야왕' 한화 한대화(52) 감독의 흰머리였다. 벤치에서 한 감독이 자주 보여왔던 장면 중 하나가 바로 모자를 벗고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이었다. 이에 한 감독은 "감독한지 3년밖에 안 되는데 계속 꼴찌하다 보니 머리가 너무 하얘지더라. 그래서 염색을 했는데 머리가 가려워서 그랬던 것 같다"며 껄껄 웃었다.
사실 웃어도 웃을 일이 아니다. 한 감독이 처음 염색한 건 부임 첫 해였던 2010년 5월 중순이었다. 당시 눈에 띄게 약화된 전력으로 한화는 바닥을 치고 있었고, 초보 사령탑이었던 한 감독의 머리도 순식간에 희끗희끗해졌다. 한 감독은 "연패에 빠져있을 때 TV 재방송으로 내 모습을 보니 흰머리까지 나서 어찌나 불쌍해 보이던지"라며 씁쓸한 기억을 떠올렸다.

지난해까지 한 감독은 염색을 계속 했다. 옆머리에서 자라나는 새치를 감추기 위함. 시간이 잘 나지 않을 때에도 자택에서 아내 윤향수씨의 도움을 받아 검게 염색을 했다. 하지만 염색 때문에 머리가 가려운 경우가 많았다. 경기가 풀리지 않을 때에는 자연스럽게 모자를 벗고 머리를 긁적이는 모습이 나올 수밖에 없었다.
올해 한 감독은 더 이상 염색을 하지 않을 작정이다. 최근에 염색을 하지 않아서인지 흰머리가 듬성듬성 내려앉았다. 머리가 가려운 것도 있지만 팀 전력에 대한 자신감도 없지 않다. 지난해 역대 최다 11차례 끝내기 승리로 패배의식을 걷어냈고, 박찬호·김태균·송신영의 가세로 팀 전력도 강화됐다. 4강을 넘볼 수 있는 팀으로 기대를 받고 있다.
2010년 부임할 때만 하더라도 한 감독은 '가장 불행한 신임감독'이라는 이야기를 들을 정도로 열악한 상황에서 지휘봉을 잡았다. 김태균·이범호가 일본으로 떠났고, 송광민은 시즌 중 군에 입대했다. 기둥이 되어야 할 베테랑 선수들이 차례로 은퇴하며 구심점마저 사라지는 힘든 시기를 보내야 했다. 그 시기 한 감독의 머리를 뒤덮은 흰머리는 고난의 상징과 같았다.
하지만 올해는 더 이상 탈꼴찌를 목표로 하지 않는다. 한.감독은 "지난 2년간 최하위를 벗어나려고 노력을 많이 했다. 덕분에 작년에 공동 6위를 했다"며 "올해는 김태균도 오고, 박찬호도 오고, 송신영도 왔다. 어떤 팀이 우승을 할지 모른다. 우리도 일단 4강을 목표해서 우승에 도전하겠다"는 힘찬 출사표를 던졌다. 3년 계약의 마지막 해이지만 그 어느 때보다도 힘이 넘친다.
선수들도 "올해는 무조건 4강 안에 들어야 한다. 감독님이 지난 2년 동안 고생을 많이 하셨다. 처음 팀을 맡으셨을 때 주축 선수들이 다 빠지는 바람에 갑갑할 때였다. 이제는 전력도 보강됐고 준비도 잘해왔다. 우리 감독님이 능력있는 분이라는 걸 성적으로 알리고 싶다. 선수들이 합심해서 보답해야 할 때"라고 입을 모았다. 아마도 한 감독의 흰머리를 보면 결과를 알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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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균관대=곽영래 기자/youngrae@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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