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기남'. 간통을 기다리는 남자. 제목에서부터 '발칙(?)' 하다. 그 남자는 무엇을 위해 간통을 기다리고, 간통을 기다려서 무엇을 하겠다는 뜻일까?
제목에서부터 코믹함과 동시에 호기심을 이끌어내는 영화 '간기남'(감독 김형준)의 언론배급시사회가 3일 오후 서울 동대문 메가박스에서 열렸다.
'간기남'은 간통 현장을 덮치러 갔다가 의문의 살인 사건에 휘말려 유력한 용의자로 누명을 쓴 형사 선우(박희순)가 미궁 속으로 빠져버린 살인 미스터리의 진실을 파헤치는 고군분투 과정을 그린 치정 수사극. 이 과정에서 뇌쇄적인 섹시함을 지닌 의문의 여인 수진(박시연)이 등장하고, 사건은 더욱 미궁속으로 빠져든다. 선우와 수진의 아슬아슬한 '위험한 관계'는 사건 속에 강한 긴장감을 불어넣는다.

영화의 여러 가제 중 하나는 '여인의 향기'였다. 확실히 영화에서 그녀가 남기는 짙은 향기(향수)는 불가항력적인 매력을 설명하는 상징적인 의미로 등장한다. '여인의 향기'란 동명의 드라마가 먼저 세상에 나와 히트를 쳤고, 블라인드 시사회에서 '간기남'이란 제목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이 더 컸던 것이 제목을 바꾼 이유가 됐다. 하지만 영화는 '간기남'이란 제목이 훨씬 잘 어울리는 작품이다. 적당히 코믹하면서도 뭔가 수상한 느낌의 이 제목은 성인 오락물인 영화의 느낌과 그대로 일치한다.
김형준 감독은 마이클 더글라스, 샤론 스톤 주연 폴 버호벤 감독 영화 '원초적 본능'(1992)에 대한 오마주가 있다고 밝혔다. 실제로 그는 여주인공 박시연에 대해 많은 부분 샤론 스톤 같은 분위기를 원했던 것으로 보인다. 영화 속에서는 직접적으로 취조실에서 샤론 스톤이 의자에 앉아 아찔하게 다리를 꼬는 장면을 패러디해 묘사한 부분도 있다.

영화는 21세기 한국사회에서 새롭게 탄생된 '원초적 본능'이라고 할 수 있다. 하지만 악마와 같은 숨겨진 베일에 가린 여자, 올가미처럼 이 여자에게 압도당하면서도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형사라는 기본 얼개만 빼면 두 영화는 전혀 다른 지점에 놓인다. 단순 비교는 의미가 없을 만큼, '간기남'은 '간기남'만의 독특한 장르성을 자랑한다.
스릴러, 멜로, 추격, 코믹 등의 장르들이 매 신마다 유기적으로 변형돼 긴장과 이완을 조절한다. 영화에서 단 한번도 웃기지 않는 박시연과 시종일관 애드리브인지 진짜 대사인지 모를 듯한 언어의 향연으로 웃음을 자아내는 김정태가 한 공간에 공존한다는 사실 자체만으로도 조금 놀랍다.
혼란과 유혹의 도가니에서 적당히 느물느물하고 적당히 정의감있는 소위 '간통 전문 형사' 선우를 연기한 박희순은 믿음직하고, 화려함과 도도함을 갖춘 팔색조 팜므파탈로 관객들과 박희순의 숨통을 조이는 수진으로 분한 박시연은 영화 속에서 자신의 임무를 훌륭히 소화해냈다. 서번트 증후군을 앓는 선우의 조수 기풍 역의 이광수와 박희순의 아내 역을 맡은 차수연도 여러 얼굴을 가진 배우라는 생각이 든다. 박희순, 박시연, 이광수, 주상욱, 이한위, 김정태, 차수연 등이 출연한다. 11일 개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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