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크스는 심리적인 부담에서 비롯된다. 어떠한 일이 거듭되다 보니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다고 인정하게 되는 것. 우연으로 이루어진 것들에 대해 인과관계가 있다고 믿게 되면서 어느덧 자연스럽게 받아 들이는 것이 가장 큰 문제다.
마치 포항 스틸러스와 애들레이드 유나이티드(호주)의 승부가 그랬다. 포항은 2008년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서 애들레이드를 만나 0-2, 0-1로 패배했고, 2010년에 다시 만나 0-0, 0-1을 기록했다. 통산 애들레이드전 1무 3패의 완벽한 열세. 포항에 애들레이드는 어려운 상대였다.
이런 상황에서 포항은 2012년 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에서 또 다시 만났다. 복수의 기회였지만 포항에 안겨지는 부담감은 컸다. 다시 한 번 애들레이드를 넘지 못한다면 완벽하게 징크스로 남을 가능성이 컸기 때문. 또한 부뇨드코르(우즈베키스탄)에 예상치 못한 패배를 당하면서 반드시 승리를 챙겨야 한다는 것도 부담의 한 이유였다.

부담감은 경기장서 곧바로 나타났다. 문전으로 찬스를 만들었으면서도 정작 유효 슈팅으로 이어가지 못한 것. 게다가 무승부를 작정하고 수비에 열중한 애들레이드의 수비진을 파괴하기는 쉽지 않았다. 애들레이드는 미드필드에서 우위를 점할 수 있는 4-1-4-1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으면서도 미드필드진을 100% 수비에 가담시켜 사실상 9명의 선수가 수비에 총력을 가하는 모습을 연출했다.
이에 포항은 시간이 지날수록 조급해졌다. 경기 후 황선홍 감독이 "상대 미드필드진의 균형이 좋아서 짧은 패스로는 경기 운영이 힘들 것 같아 투톱을 기용했다. 하지만 공격이 효과적으로 되지 않아 풀백도 공격에 가담시켰다"고 말할 정도.
포항의 이러한 모습은 애들레이드가 바라던 모습이었다. 승점 3점이 필요한 포항이 조급함에 수비라인을 올리는 순간에 빠른 역습으로 포항을 무너뜨리는 것이 애들레이드의 목표였기 때문. 하지만 애들레이드의 바람은 무산에 그치고 말았다. 황선홍 감독이 말한 풀백 김대호가 후반 23분 선제골을 기록한 것.
김대호의 골로 자신감을 얻은 포항의 공세는 무서웠다. 리드를 내준 애들레이드도 마냥 수비만 할 수 없었다. 조급함은 애들레이드에 옮겨갔고, 경기 내내 공격을 제대로 펼치지 못한 애들레이드는 이미 밸런스가 스스로 무너지기 시작했다. 결국 애들레이드는 후반 28분 이날 경기의 유일한 슈팅 1개를 기록하고는 무릎을 꿇어야 했다.
포항에는 두 가지 의미가 있는 귀중한 승점 3점이었다. 부뇨드코르전 패배로 침체됐던 AFC 챔피언스리그에서 조 1위로 올라가는 계기가 됐고, 애들레이드 징크스를 넘어서면서 오는 18일 원정 경기를 보다 순조롭게 치를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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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항=민경훈 기자 rumi@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