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의 믿음, 이정현의 '꽃망울' 터뜨릴까
OSEN 조남제 기자
발행 2012.04.04 08: 17

[OSEN=이균재 인턴기자] 이상범 안양 KGC 인삼공사 감독의 믿음과 신뢰가 이정현(25)의 꽃망울을 터트릴 수 있을까.
KGC 인삼공사와 원주 동부가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4차전까지 2승 2패로 막상막하의 접전을 벌이고 있는 가운데 시리즈의 분수령이 될 5차전이 4일 안양에서 열린다.
이상범 감독은 지난달 28일 열린 챔프전 1차전 패배 후 인터뷰서 "(박)찬희 (이)정현 (양)희종 (김)태술은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했다. 지금은 그것을 터뜨리기 위한 과정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농구 인생의 전성기를 피우기 위한 과도기다"고 말했다.

그리고 양희종과 김태술은 이 감독의 기대에 부응, 보란 듯이 그 꽃망울을 활짝 터뜨렸다. 4차례의 혈전을 치르는 동안 양희종은 평균 12.3점 5리바운드 2.3어시스트 1.8스틸 1.0블록슛을 기록했고, 김태술은 13.5점 2.3리바운드 6어시스트 2스틸을 올리며 공수에서 만점 활약을 펼쳤다.
박찬희도 1시간 16분 5초를 뛰며 23점 6리바운드 12어시스트 2스틸로 최소한의 몫은 해줬지만 이정현은 정규리그 때의 활약에 한참 미치지 못하는 부진으로 이 감독의 속을 까맣게 태웠다.
이정현은 정규리그서 3점슛 58개를 성공시킨 김태술에 이어 팀 내에서 두 번째로 많은 53개를 꽂아 넣으며 인삼공사의 외곽을 책임졌던 선수. 더욱이 오세근(779점)과 김태술(559점)에 이어 팀 내 3위의 득점(511점)을 기록하며 인삼공사의 주축 득점원으로 맹활약했다.
이 감독은 이런 이정현에게 챔프전서 활약을 기대했다. 이 감독은 챔피언결정전 미디어데이 기자회견서 "김성철과 김일두도 있지만 이정현이 정규리그와 같이 외곽에서 힘을 발휘해 준다면 경기를 쉽게 치를 것이다"고 말했을 정도.
하지만 이정현은 챔프전서 총 1시간 17분 4초를 뛰며 3점슛 2개(2/11)와 2점슛 1개(1/6)만을 성공시키는 최악의 부진을 보이며 침묵에 침묵을 거듭했다.
4차전까지 승패가 모두 5점 차 이내로 갈린 것을 감안하면 이정현의 부진은 더욱 아쉬울 노릇. 하지만 반대로 생각하면 이정현이 부진했음에도 불구, 동부와 2승 2패로 대등한 싸움을 했기 때문에 남은 경기서 이정현이 제 몫을 해준다면 인삼공사는 시리즈를 수월하게 치를 가능성이 많다.
이 감독은 본인 스스로가 부진에서 헤어 나오길 기다리고 있다. 1차전이 끝난 후 이 감독은 "솔직히 잘 못하는 것에 대해 얘기하고 싶고 꾸중을 하고 싶지만 선수들한테 안 좋은 영향을 미친다. 스스로 일어섰으면 좋겠다"며 "지는 경험을 해야 이기는 법을 알 듯 악착같이 일어섰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어 2차전이 끝나고는 "부진하는 선수는 오죽 하겠는가"며 반문한 뒤 "잠도 못 자고 그러는데 거기다 대고 호통을 칠 수 없다"며 "본인이 더 가슴 아픈 걸 알기 때문에 농구 얘기는 안하고 기분을 업 시켜주기 위해 농담을 건네고 칭찬을 해줬다. (이)정현이가 곧 터지리라고 믿고 있다"며 애제자에 대해 강한 믿음과 신뢰를 보냈다.
선수는 감독의 믿음과 신뢰를 받는다는 느낌을 받을 때 본인이 가지고 있는 능력 그 이상의 것을 발휘한다. 아직 꽃망울을 터뜨리지 못한 이정현이 이상범 감독의 '믿음'이라는 든든한 지원을 등에 업은 채 꽃망울을 활작 터뜨릴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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