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판대장' 오승환(30, 삼성)은 시범경기를 통해 호된 경험을 했다. 4차례 마운드에 올랐지만 승리없이 1패 2세이브(평균자책점 9.00)에 그쳤다. 게다가 두 차례 블론 세이브를 범했다. 오승환의 명성에 어울리지 않는 모습이었다.
3일 대구구장에서 만난 오승환은 시범경기를 되돌아보며 "어떤 타자도 쉽게 생각하면 안된다. 흔히 시범경기는 시범경기일 뿐이라고 하지만 그건 아닌 것 같다"면서 "시범경기를 통해 한 번 더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됐다"고 대답했다.
곧이어 "캠프 때부터 정신 상태가 해이해져 그런게 아니라 그때부터 생각도 많이 해왔지만 나 역시 사람인지라 시간이 지나면서 그런게 조금씩 옅여질 시점에 홈런을 허용했고 실투로 인해 점수를 내주기도 했다. 안타도 많이 맞았다. 개막을 앞두고 긴장의 끈을 다시 한 번 조이는 계기가 됐다"고 몸에 좋은 쓴 약으로 받아 들였다.

"구위 자체는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 오승환은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했다. 그렇다고 자만은 아니다. 오승환은 "류중일 감독님께서 '자만심은 경계하고 자신감은 키운다'고 하셨는데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을 수 있도록 하겠다"며 "내게 좋지 않은 기억을 가진 타자들은 쉽게 당하지 않기 위해 겨우내 열심히 연습했을 것이다. 나 또한 더욱 긴장해야 할 것"이라고 마음을 다잡았다.
올 시즌 데니 바티스타(한화) 레다메스 리즈(LG) 스캇 프록터(두산) 등 외국인 소방수들이 오승환에게 도전장을 던지는 분위기다. 그렇지만 오승환은 "타 구단 마무리 투수와 경쟁한다는 것보다 세이브 상황은 팀 승리가 직결되는 부분인 만큼 경쟁은 큰 의미가 없다"면서도 "굳이 경쟁을 한다고 친다면 타 구단 마무리 투수보다 블론 세이브를 적게 하는게 목표"라고 대답했다.

오승환은 김용수(전 LG, 227세이브), 구대성(전 한화, 214세이브)에 이어 개인 통산 세이브 부문 3위(212세이브)를 기록 중다. 지난해 구원 1위(47세이브)에 오른 오승환은 이변이 없는 한 이 부문 신기록의 주인공이 될 전망이다.
"신기록을 세운다면 기쁜 일 아니겠나. 이제는 한국 프로야구도 분업화가 확실히 이뤄졌고 앞으로 300, 400세이브를 넘어 500세이브 기록까지 나와야 하는게 현실이 됐다. 투수의 분업화가 확실히 이뤄지는 현대 한국 프로야구의 바람직한 결과라고 생각해도 될 것 같다. 물론 메이저리그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숫자다. 그렇다고 메이저리그와 비교하는게 조금은 무리일 수도 있겠지만 야구팬들의 시선도 높아졌고 선수들의 실력 또한 향상됐다".
'맏형' 정현욱을 비롯해 권오준, 안지만, 권혁 등 삼성의 필승 계투조는 8개 구단 가운데 최고. '극강 마운드'라는 표현이 딱이다. 이번 시범경기에서 주춤하기도 했지만 '명불허전'이라는게 오승환의 설명이다. "나 뿐만 아니라 필승 계투조에서 활약 중인 투수들이 시범경기에서 실점을 많이 했지만 오히려 그게 나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에게 약이 될 것이다. 모두가 인정하듯 극강 마운드라고 하시는데 그만큼 자질을 갖춘 선수들이고 맡은 임무를 잘 수행하니까 올 시즌에도 탄탄할 것이다".
다승왕 출신 윤성환은 "현욱이형을 비롯한 필승 계투조는 '최고'라는 자부심이 강하다. 다들 보면 '어떠한 위기 상황에 처해도 무조건 막는다'는 믿음이 깔려 있다"면서 "일종의 승리의 DNA를 갖고 있는 것 같다. 그러한 부분이 원동력이 아닐까. 선발 투수 입장에서는 큰 힘이 된다"고 밝힌 바 있다.

오승환의 생각도 그렇다. "워낙 팀워크가 좋다보니 그런 것 같다. 기나긴 페넌트레이스를 소화하면서 투수들의 컨디션이 좋은 날도 있고 그렇지 않은 날도 있다. 컨디션이 좋지 않을 날에도 다음 투수들에게 떠맡기는게 아니라 서로 믿는다".
누상에 주자를 두고 마운드에서 내려오더라도 다음 투수가 막아줄 것이라는 믿음이 강하다. 오승환은 "그런 힘을 등에 업고 있으니 좋은 결과가 나온다"면서 "마무리 투수로서 정말 고맙고 개개인의 능력이 출중해 나도 언제 밀려날지 모른다는 생각에 항상 열심히 한다".
시범경기를 통해 재정비를 마친 오승환이 올 시즌에도 난공불락의 위력을 발휘할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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