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리슨의 엔터~뷰 (Enter-View)] 3월 27일자 빌보드지 칼럼을 살펴보면 영국 출신 보이 밴드 원 디렉션(One Direction)과 원티드(The Wanted)의 성공적인 미국 시장 진출을 커버 스토리로 다루고 있다. 백스트리트보이즈(Backsteet Boys)와 엔싱크(N Sync)가 90년대 후반부터 2000년대 초반까지 절정의 인기를 누린 이후 보이 밴드를 포함 아이돌 가수의 존재감은 미국에서 한동안 미미했다.
2000년대후반 조나스브라더스(Jonas Brothers)•마일리 사이러스(Miley Cyrus)•셀레나 고메즈(Selena Gomez)등 새로운 틴에이저 스타의 등장과 함께 다시 ‘아이돌과 그들의 노래’에 대한 관심이 다시 높아졌고, 급기야 캐나다 출신의 저스틴 비버(Justin Bieber)란 ‘슈퍼 아이돌’이 탄생하게 된 것이다.
영국 음악계는 아델(Adele)과 같이 풍부한 감성으로 노래하는 보컬리스트뿐만 아니라 위에서 언급한 원티드•원디렉션과 같은 가능성 있는 보이 밴드 발굴에 주력, 마침내 노력의 결과를 얻게 된 것이다. 원 디렉션은 스파이스걸즈(Spice Girls)의 1997년 히트 앨범 “Spice” 이후 15년 만에 영국 출신 아이돌 그룹으로 15년 만에 빌보드 앨범 차트 1위에(3월 31일자) 올랐다. 한편 원티드는 ‘Glad You Came’으로 Hot 100 차트 3위를(4월 7일자) 차지했는데, 1995년 ‘영국 보이 밴드의 전설’ 테이크댓(Take That)이 ‘Back For Good’으로 7위에 랭크 된 후 최고의 성적이다.

필자는 ‘우리의 K-Pop 아이돌 가수들도 세계 음악시장에 과연 정상의 자리를 차지할 수 있을까?’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 미국 10대 팬들을 열광시키고 있는 영국의 두 아이돌 그룹이 결성된 지는 불과 3~4년밖에 안됐고, 작년 해 영국에서 인기를 얻은 후 올해 본격적으로 미국에 진출한 것이다. 2004년 동방신기를 시작으로 “2세대 아이돌” 그룹들이 국내를 넘어 세계 여러 나라의 음악 팬들에게 사랑 받는 “K-Pop” 중심세력으로 급부상하게 되자, 대중 음악의 인기 트렌드를 선도하는 영국 음악 관계자들이 한국의 아이돌 팀들의 성공사례를 통해 자국 출신 아이돌 가수들을 발굴하는데 모티브를 얻었을 것으로 추측하게 된다.
- “K-pop” 세계 음악 시장 주류 진입을 위한 선결 과제 -
많은 언론 기사들을 통해 한국의 남녀 아이돌 스타들이 아시아는 물론 미국과 유럽•남미의 주요 국가에서 공연을 통해 큰 사랑을 받고 있다는 기사는 매일 넘쳐나고 그 것을 읽어 내려갈 때 뿌듯함과 자랑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다. 이제는 ‘일시적인 신드롬’ 현상일 수도 있는 현재의 상황을 준비하고 보다 체계적이고 실질적인 방안을 만들어야 할 때이다. 소녀시대가 미국과 프랑스의 유명 TV쇼에 출연 라이브 공연을 펼쳤고, 원더걸스의 미국 시장 과정을 담은 TV영화가 방영되고 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아쉽게도 그 이후의 상황에 우리는 주목하지 않는다. 물론 미국에서의 성공이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다. 아일랜드 출신 보이 밴드 웨스트라이프(Westlife)도 미국 시장에서 큰 성공을 하지 못했어도 오랫동안 많은 인기를 얻었다. 그러나, 현재 우리 K-Pop 가수들의 최종적인 성공 목표는 미국과 영국 등 팝 음악 강국에서의 스타가 되는 것이다. 물론 동양계 대중음악 스타가 거의 없었다는 전례가 있기는 하지만, 세계 음악 시장 진입을 위한 몇 가지 선결과제가 해결된다면 K-Pop 가수 중 슈퍼스타가 나올 가능성은 높다고 예상된다.
첫째, 보다 보편적인 전세계 음악 팬들이 즐길 수 있도록 영어로 노래하는 작품을 적극적으로 발매해야 한다. 현재 세계 각국의 마니아 층은 우리말이 대부분인 ‘K-Pop’을 좋아하고 즐기는 것이지만, 아무래도 주류로 성장하는 데는 어느 시점에 가서는 한계점에 도달하게 된다. 인기 가수 및 배우들이 일본에서 발매하는 노래가 대부분 일본어로 노래하듯이 현지화 전략이 필요한데, 원더걸스의 멤버들이 영어에 대한 고충을 털어놨듯이 쉽지는 않겠지만 반드시 그 장벽을 넘어야만 다음 단계로 갈 수 있기 때문이다.
두 번째, 확실한 영향력을 가지고 있는 현지 홍보 매니지먼트회사와 음악 제작팀과의 협업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원디렉션과 원티드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미국과 영국 음악계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사이먼 코웰(Simon Cowell)이 없었다면 지금의 인기는 불가능했을지도 모른다. 필리핀 출신 10대 채리스(Charice)는 데이비드 포스터(David Foster)와 오프라 윈프리(Ophra Winfrey)의 지원이 없었다면 아시아인 최초 앨범 차트 10위권 진입의 업적은 이루지 못했을 것이다.
보아와 빅뱅(Big Bang)은 빌보드 앨범 차트에 진입을 했고,원더걸스는 싱글 차트에 이름을 올렸다. 많은 아쉬움을 주기도 했지만, 빅뱅의 경우 미국에서 정식 앨범을 발표하지 않은 가운데 얻은 결과로서 향후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미국에서는 음반(음원) 판매량 못지않게 라디오 방송 횟수도 무척 중요한 부분인데, YG Ent.가 최근 미국과 홍콩에서 지사를 설립하겠다고 발표한 것처럼 유력한 현지 매니지먼트 사 및 스태프등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통해 가시적인 성과를 얻어내야 한다.
끝으로 주요 국가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K-Pop 가수들의 앨범과 음원이 공식적으로 현지에서 발매될 수 있어야 한다.(우리나라도 해외 음악이 라이선스화된 후 많은 인기를 얻어왔다.) 아이돌 가수들의 음반이 대개 특별한 형태로 디자인 제작되어 발매되기 때문에 해당 국가에서 제조하기란 사실상 어렵다. 국내 온 오프라인 도소매상이 수출로 상당한 매출 증대를 보이고 있지만 고가로 구매할 수 밖에 없는 현지 음악 팬들의 입장에서는 경우에 따라서는 상당한 부담감으로 작용할 수도 있다.
음원 역시 아주 극소수 국가의 음악 사이트에서만 제한적으로 구입할 수 있는 실정이다. 미국과 일본의 아이튠즈에 선별적으로 국내 톱 뮤지션의 노래와 앨범들이 상위권에 랭크된다는 간헐적인 소식을 접할 만큼 여전히 미흡한 수준이다. 미국 최대의 쇼핑몰 사이트 아마존에서 그나마 아이돌 가수들의 수입 음반이 많이 올라와 있을 뿐, 영국•프랑스•독일 등 주요 국가의 판매 사이트에는 K-Pop 구매 정보는 거의 찾을 수 없는 정도다.
- K-Pop의 지속적인 인기, 가능성 충분하다 -
이 칼럼을 마무리하는 순간에도 소속 가수들이 세계 시장에서 우뚝 설 수 있도록 기획사관계자들은 머리를 맞대고 고민과 회의를 거듭하고 있을 것이다. 세계 도처에서 펼쳐지는 K-Pop 아이돌 가수들의 성공적인 공연 활동만큼 미국과 영국 등 음악 강국에서 체계적인 전략을 통해 성공을 거둔 후 점차적으로 주요 국가에서도 보다 많은 음악 팬들이 접할 수 있는 현지화를 이룰 수 있다면 K-Pop의 세계적인 인기는 가능하다.
좀 더 세심하고 치열한 노력을 한다면 영국 보이 밴드에게 비춰진 ‘빌보드차트 정상의 스포트라이트’가 한국 ‘K-Pop 가수의 것’이 될 날도 얼마 남지 않은 듯 하다.
[해리슨 / 대중음악평론가]osenstar@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