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참 시간이 빠르게 흘러갔다. 드디어 개막전이다”.
LG 김기태(43) 감독은 4일 잠실구장에서 시즌 개막을 3일 앞두고 잠시 회상에 잠겼다. 그리고는 곧장 올 시즌에 대한 기대감을 드러냈다. 지난해 10월 감독 취임식 이후 주요 선수들의 FA이적과 전지훈련, 그리고 경기조작 사태까지 신임 감독으로서 모진 풍파를 맞아왔지만 그래도 시즌 개막에 대한 설렘을 감출 수는 없었다.
“2006년 선수생활을 접고 나서 처음으로 1군에서 개막전을 치르게 됐다. 이런저런 일이 있었지만 그래도 여기까지 왔다. 힘들다고 하면 힘든 일이었지만 다 지나고 나서 그런지 이제는 괜찮다. 어쨌든 시즌 개막은 선수와 감독 모두를 참 설레게 하는 것 같다”.

어쩌면 김 감독에게 지난 5개월은 평생 잊지 못할 일들이 한 번에 일어난 시간으로 기억될지 모른다. 프로야구 31년 역사에서 어느 신임 감독보다 시즌 전부터 다사다난했고 이미 ‘독이 든 성배’를 마셨다는 말을 들을 정도로 혼란의 시기를 겪었다. 특히 지난 2월에 터진 프로야구 초유의 경기조작 사태는 김 감독으로서는 제대로 예측할 수도, 대응할 수도 없는 일이었다.
하지만 김 감독은 서둘러 팀을 추스르는데 집중했고 LG는 빠르게 평온을 되찾았다. 당초 구상에서 엇나간 부분도 있지만 취임식부터 목표로 내걸었던 여러 가지 일들을 실천했다. 특히 경기 후반 팀이 힘을 내기 위한 강한 불펜 구성은 올 시즌 LG 전력의 핵으로 자리하고 있다. 레다메스 리즈와 봉중근을 축으로 좌·우·사이드암 투수들이 조화를 이룬 LG 불펜진은 분명 그 어느 때보다 두텁다.
“뒤가 강하면 상대팀이 우리 팀과 싸우는 자세가 다르다. 지난 시즌까지는 상대팀이 우리와 만나면 후반에 더 힘을 내곤 했다. 하지만 올해는 뒤가 많이 강해졌다. 시즌 중 블론 세이브가 없을 수는 없겠지만 계산이 서는 불펜진이 됐다. 선수들도 그라운드 안에서 이전보다는 훨씬 안정감을 느낄 것이다”.
반면 선발진은 지난 시즌에 비해 한없이 낮아졌다. 10승 이상을 기록한 선발투수 3명 중 2명이 선발진에서 빠졌고 임찬규, 임정우 같은 신예 선발투수들은 1군 선발경험이 거의 없다. 또한 지난해 100이닝 이상을 소화한 선발투수도 에이스 주키치 한 명 뿐이다. 리그 최악의 선발진이라는 평가를 받을 만 하다. 그럼에도 김 감독은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선발진에 대해 많은 분들이 우려를 표하고 계시지만 한 두 팀을 제외하면 다른 팀들도 3, 4, 5 선발은 강하지 않다. 에이스급 투수들을 제외하면 우리 타선이 충분히 공략할 수 있는 투수들이다. 시즌 중 부상이 가장 큰 변수인데 일단 지금까지는 부상 선수가 별로 없다. 부상에 대비해 여러 가지 경우를 미리 살펴봤는데 야수진의 깊이가 괜찮다. 타선이 제 몫을 해준다면 우리 선발진이 약한 것은 별로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본다”.
김 감독의 올 시즌에 대한 마음가짐도 선발진을 바라보는 것과 다르지 않았다. 주요선수 5명이 빠져나갔지만 그게 변명이 될 수는 없다고 힘주어 말했고 충분히 승산이 있는 시즌이라 내다봤다. 한 팀의 수장으로서 강한 책임감을 바탕으로 올 시즌 당당히 정면승부에 임하겠다고 각오를 다졌다.
“전력누수가 심하다고 해서 감독이 부담이 없다고 하거나 져도 괜찮다는 말을 해서는 안 된다고 본다. 열심히 뛰는 선수들을 생각하면 더 그렇다. 팀이 지면 모두가 지는 거다. 나쁜 상황이든 좋은 상황이든 주어진 조건에 대해 감독은 변명할 수 없다. 어쨌든 재밌는 시즌이 될 것 같다. 비록 초보 감독이고 선배 감독님들과 비교해도 가장 경험이 적지만 당당하게 정면돌파하는 마음으로 올 시즌을 치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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