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제가 된 박찬호의 기합소리, 무엇을 의미할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4.05 06: 56

"주눅이 들어 스윙을 못한다".
지난 3일 프로야구 미디어데이. '국민타자' 삼성 이승엽은 '코리안특급' 한화 박찬호(39)와 펼칠 투타 맞대결에 대한 질문을 받았다. 이에 이승엽은 "지난해 같은 팀(오릭스)에서 청백전 할 때 안타를 못 쳤다. 공을 던질 때마다 '윽' 하는 소리에 주눅이 들어 스윙을 못했다"고 답했다.
그러자 박찬호는 "나는 모르겠는데 다른 선수들이 그렇게 이야기하더라. 홍성흔은 '소리 좀 지르지 말라'고 했다. 기합소리인 것 같다"며 머쓱해 했다. 한화의 팀 동료들도 "공을 던질 때마다 기합을 넣는다"고 증언했다. 순간적으로 힘을 모으고 던지다 보니 자신도 모르게 기합소리가 난다.

박찬호는 메이저리그 시절부터 공을 던질 때마다 기합소리를 넣는 것으로 유명하다. 중요한 순간일수록 나이가 들어갈수록 그의 기합소리는 더욱 커졌다. 한화로 온 뒤에도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관중이 없는 불펜피칭이나 연습경기에서는 보다 선명하게 기합소리가 들려온다.
투수에게 기합소리는 무엇을 의미할까. 한화 정민철 투수코치는 "찬호가 일부러 기합소리를 내는 건 아니다. 그만큼 마운드에서 집중을 한다는 의미"라고 설명했다. 일구일구 던질 때마다 기합소리를 내가며 혼신을 다해 던지기 때문에 투수와 포수 뿐만 아니라 나머지 야수들의 집중력도 함께 높아진다. 물론 상대 타자들과 기싸움에서도 압도할 수 있다.
그렇다고 기합 소리가 좋은 것만은 아니다. 정민철 코치는 "불필요한 힘이 들어갈 수도 있다. 컨디션이 좋으면 힘을 크게 들이지 않는다는 느낌으로 던져도 원하는 곳에 던질 수 있다. 나도 나이가 든 이후 기합소리를 냈는데 썩 좋지 않았다. 힘을 많이 써서 그런지 컨디션 회복도 더뎠다"고 기억을 떠올렸다. 주로 베테랑 투수들이 공을 던질 때 기합소리를 자주 내는 편이다.
하지만 박찬호는 젊은 시절부터 기합소리를 내왔기 때문에 크게 문제될건 없다. 일종의 투구 루틴으로 볼 수 있다. 정 코치도 "개인에 따라 다르다"며 크게 의미를 두지 않았다. 오히려 난타를 당한 시범경기에서는 "기합을 넣기는 넣었지만 이전보다 소리가 적었다"는 게 선수단 귀띔. 어쩌면 전력투구를 하지 않은건지도 모른다. 실제로 연습·시범경기 3경기에서 박찬호가 던진 221개 공 중 직구는 99개로 전체 비율 44.8%에 불과했다.
미디어데이에도 박찬호는 유난히 "시범경기에서 아주 호된 신고식을 치렀다. 혹독한 한 해가 될지도 모른다"는 말을 반복했다. 그러면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과연 시즌 개막 뒤에는 '진짜' 모습을 보여줄 수 있을까. 그의 기합소리가 얼마나 자주 힘있게 관중석까지 선명하고 우렁차게 잘 들리느냐에 달려있을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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