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중고신인 돌풍은 이어질 것인가.
프로야구 순수 신인왕은 2007년 두산 임태훈이 마지막으로 남아있다. 2008년 삼성 최형우, 2009년 두산 이용찬, 2010년 두산 양의지, 2011년 삼성 배영섭 등 중고 신인들이 4년 연속으로 신인왕을 차지했다. 프로야구의 수준이 높아지며 신인이 입단 첫 해부터 두각을 나타내기란 쉽지 않아졌다. 자연스럽게 올해는 또 어떤 중고 신인들이 돌풍을 일으킬지 관심이 모아진다. 신인왕 자격은 입단 5년 이내 선수로 투수는 30이닝, 타자는 60타석 미만으로 출전한 선수에게 주어진다.
시범경기에서 가장 두각을 나타낸 중고 신인은 LG의 2년차 포수 유강남(20). 유강남은 시범경기 10경기에서 타율 2할5푼 1홈런 4타점을 기록했다. 타격성적보다 돋보이는 건 5할8푼3리의 도루저지율. 12명의 주자 중 7명을 잡아냈다. 강한 어깨에서 나오는 총알 같은 송구로 존재감을 어필했다. 조인성이 떠난 LG의 새로운 안방마님으로 주목받고 있다. 뛸 수 있는 자리가 생겼고, 코칭스태프의 눈도장을 받았다는 점에서 기대감이 높아진다.

LG에는 유강남 외에도 내야수 김재율(23)과 외야수 윤정우(24)도 1군 전력으로 기대받는 중고 신인들이다. 지난해 퓨처스 올스타전에서 MVP를 차지한 김재율은 시범경기 5경기에서 타율 2할5푼 2홈런 2타점으로 펀치력을 선보였다. 주전 3루수 정성훈을 뒷받침할 백업 내야수로 기대를 모은다. 2차 드래프트를 통해 KIA에서 넘어온 윤정우도 LG에 몇 안 되는 오른손 외야수다. 시범경기 12경기 타율 2할5푼9리3도루로 눈도장을 찍었다.
SK도 주목해야 할 중고 신인들이 많다. 마운드 세대교체를 이끌 좌완 김태훈(22)과 언더핸드 박종훈(21)이 대표적이다. 두 투수 모두 SK의 선발 후보들이다. 좌완으로서 140km 중후반대 강속구를 던지는 김태훈은 시범경기 4경기에서 1승1홀드 평균자책점 3.29로 활약했다. 13⅔이닝 11탈삼진으로 구위를 입증했다. 박종훈도 시범경기 3경기에서 1승1패 평균자책점 3.65로 가능성을 보였다. 극단적으로 낮은 타점에서 던지는 정통 언더핸드로 희소성이 있다. 12⅓이닝 동안 삼진도 11개나 잡아냈다.
김태훈과 박종훈 뿐만 아니라 5년차 내야수 안정광(23)도 두각을 나타냈다. 시범경기에서 삼성 오승환을 상대로 스리런 홈런을 터뜨리는 등 13경기에서 타율 2할6푼7리 2홈런 8타점으로 존재감을 드러냈다. 지금 당장 SK 내야에서 주전 자리를 넘보기는 쉽지 않지만, 붙박이 1군 백업 멤버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데뷔 후 처음 개막 엔트리에도 포함됐다.
두산의 5선발 후보였던 3년차 좌완 정대현(21)도 시범경기 4경기 모두 중간으로 나와 5이닝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볼넷 5개를 내준 제구는 불안하지만 삼진 4개를 잡으며 가능성을 보였다. 군복무를 마치고 돌아온 내야수 허경민(22)도 안정된 수비를 바탕으로 1군의 한 자리를 노리고 있다.
2008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으나 방출당한 뒤 군복무를 마치고 넥센에 입단한 사연 많은 우투좌타 내야수 서건창(23)도 주목 대상이다. 스프링캠프 때부터 코칭스태프의 눈길을 사로잡더니 시범경기 10경기에서 타율은 2할4푼1리였지만 볼넷 5개를 얻어내 출루율 3할5푼3리를 기록했다. 안정된 수비와 끈질긴 승부근성으로 1군 내야의 새로운 견제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지난해 1라운드 지명으로 입단했으나 나란히 부상으로 재활에 몰두한 KIA 우완 한승혁(19)과 삼성 사이드암 심창민(19)도 주목해 볼만한 중고 신인들. 당장 1군에서 시즌을 시작하는 건 아니지만, 강속구를 던질 수 있는 파이어볼러라는 점에서 언제든 기대를 모으기에 충분하다. KIA와 삼성 투수들을 뛰어 넘는 게 우선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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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강남-김태훈-박종훈-정대현(왼쪽부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