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범의 라커, 유니폼은 그대로 있는데…
OSEN 이선호 기자
발행 2012.04.06 11: 16

그는 언제 돌아올 것인가.
은퇴를 선언한 이종범(42)은 지난 4일 오후 광주 무등구장에 나왔다. 정들었던 선수들과 작별인사도 하고 선동렬 감독과도 오해도 풀었다. 엔트리 제외 사실을 미리 알려 주면서 중간에서 마음 고생했던 이순철 수석코치와도 악수했다.
이종범은 "이순철 코치님은 저한테 배려를 잘 해주셨다"고 고마움을 전했다. 실제로 후배의 마무리를 준비하도록 미리 배려했는데 주변의 오해를 받은게 미안했던 모양이었다. 마음을 추스리고 갑작스러운 은퇴로 불거진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하는 모습이었다.

특히 이종범은 이에 앞서 선 감독과 10분 정도 면담을 갖고 "처음에는 서운함 마음에 죄송하게 됐습니다"고 말했다. 선 감독은 이 자리에서 "나도 그랬지만 정말 은퇴할 때는 서운했다. 그 마음 다 이해한다. 이제는 서운함을 잊고 앞으로 좋은 지도자가 되도록 준비를 하라"고 당부했다.
이종범은 자유인이다. 그는 김조호 단장과 면담을 통해 5가지를 제의받았지만 그 가운데 두 가지만 택했다. 영구결번(7번)과 은퇴식은 받아들였다. 대신 연봉보전(1억6000만 원), 해외 연수, 플레잉 코치는 사양했다. KIA와는 좀 떨어져 자신을 돌아보고 싶은 마음에서 그렇게 선택한 것으로 보인다. .
이종범이 오기 전에 광주구장의 선수단 라커룸에 들어가봤다. 막 도착한 이범호가 유니폼으로 옷을 갈아 입으면서 "종범 선배님 은퇴식 안 해요?"라고 물었다. "은퇴식은 하는데 코치 연수도 안하고 연봉도 받지 않는다"고 전해주자 "정말 안타깝네요"라면서 아쉬운 표정을 지었다.
선수들의 부산하게 오가는 가운데 이종범의 라커를 들여다 보았다. 그는 93년 데뷔 이후 일본 생활을 제외한 모든 시간을 이곳에서 보냈다. 신인 때는 선배들이 무서워 가슴이 뛰었고 혼나기도 했던 곳.  선배가 되서는 후배들과 수다를 떨었던 곳.  훌러덩 옷을 벗고 장기판을 놓고 후배들과 일합을 겨루었던 곳. 승리의 기쁨에 왁자지껄했고 패배의 쓰라림 때문에 적막했던 분위기를 함께 느낀 곳이다.
이범호가 가르켜준 이종범이라는 이름이 희미하게 쓰여진 두 칸의 라커.  여전히 옷걸이에는 유니폼과 운동복이 가지런히 걸려 있었다. 이 옷을 입고 올해 그라운드에서 뛰려고 마음 먹었을 것이라는 생각이 잠깐 스쳤다. 주인은 봄바람이 세차게 부는 광주구장을 뒤로 하고 떠났다. 그러나 빨간 유니폼과 '7번'이 생겨진 대형 목욕 타월은 여전히 주인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는 언제 돌아올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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