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라운드의 전실’ 이종범(41)이 은퇴 기자회견에서 아들 이정후군이 자신의 도루 기록을 깨주길 기원했다.
이종범은 5일 청담동 리베라 호텔에서 열린 은퇴 기자회견에서 “올 시즌에 대비해 준비를 잘했고 체중도 76kg까지 줄였다. 4, 5월쯤에 주전 자리를 차지하지 못하면 4, 5월에는 은퇴 준비를 하려고 했다”며 미리 은퇴를 생각하고 있었음을 털어놓았다.
이종범은 초등학교부터 34년 동안 야구를 하면서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으로 “신인 때 멋모르고 프로에 들어와 시즌을 치르고 한국시리즈에서 우승했던 게 기억에 남는다. 국가대표로는 2006 WBC 일본전에서 2루타 쳤을 때가 기억난다”고 밝혔고 가장 아쉬웠던 순간으로는 “일본에서 팔꿈치 부상을 당한 것과 한국에 돌아와서 얼굴 부상을 당한 것이 생각난다”고 말했다.

이어 이종범은 은퇴 후 계획과 관련해선 “지금 현재 확실한 계획은 없다. 일단 오늘로서 선수는 은퇴 한다. 오늘 이 시간부터 어떠한 일을 할지 잘 생각하고 있다”며 “광주에 있는 집을 정리하고 집사람과 논의해서 내가 무엇을 할 수 있을지, 지금까지 받은 사랑을 후배들과 팬분들께 어떻게 돌려줄지 잘 생각해보겠다”고 전했다.
아직 확실한 계획을 세우지는 않았지만 이종범은 앞으로도 야구를 놓을 일은 없다고 강조했다. 이종범은 “초등학교 3학년 때 야구를 했다. 34년 동안 야구를 했고 배운 게 야구 밖에 없다. 야구 쪽 일을 생각하고 있다. 사업 같은 것은 절대 하지 않을 것이다. 그동안 많은 선배들을 봤는데 사업에 실패하는 경우도 있었다”며 미래에도 야구계에 종사할 뜻을 분명히 했다.
이종점은 지도자가 될 경우 지금까지 만난 지도자들의 장점을 흡수하여 친근한 코치, 감독이 되겠다고 했다. 이종범은 “지금까지 많은 감독님들 밑에서 선수생활을 했다. 감독님들께서 어떻게 지도를 하고 어떻게 선수들을 관리 하는지 느껴왔다. 그 분들의 장점만 살린다면 더 좋은 지도자가 될 거라고 본다. 코치의 마음, 선수의 마음을 잘 알고 인간미가 있는 지도자가 되고 싶다”고 이야기했다.
은퇴 경기와 관련해선 “은퇴 경기 보다는 은퇴식만 할 예정이다. 내일 모레에 시즌 개막을 하는데 후배들이 시즌에 집중할 수 있게 하고 싶다. 그래서 은퇴 경기 보다는 은퇴식만 하겠다고 구단 측에 말했다”고 밝혔다.
자신이 세운 가장 뜻 깊은 기록으로는 도루를 뽑으며 “나는 홈런타자가 아닌 득점을 올리는 게 역할인 선수였다. 가장 애착이 가는 것은 1994시즌에 세운 도루 84개인 것 같다. 도루를 하면서 실패도 했지만 그 속에서 인생을 많이 배웠다”라며 “아들 정후가 지금 야구를 하고 있는데 정후가 잘해줘서 그 기록을 깨줬으면 한다. 내게 가장 소중한 도루 타이틀을 아들이 넘어 주길 바란다”고 아들 정후군이 자신의 뒤를 이어 프로무대를 누비게 되기를 바랐다.
서울 리베라 호텔= 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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