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산 현대가 브리즈번 로어(호주)에 된통 당했다. 브리즈번은 원정 경기임에도 전반전 동안 울산을 완벽하게 봉쇄함과 동시에 마음껏 공격을 펼치며, 울산을 당황케 만들었다. 이를 지켜본 김호곤 울산 감독도 브리즈번의 경기력에 감탄할 정도였다.
지난 4일 울산 문수축구경기장서 열린 울산과 브리즈번의 '2012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 조별리그 F조 3차전 경기. 당초 이 경기는 울산의 우세가 점쳐졌다. 울산은 F조에서 1위 FC 도쿄(일본)과 불과 골득실에서 1골이 부족해 2위를 달리고 있고, 브리즈번은 1승도 없이 4위를 기록하고 있었기 때문.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전혀 달랐다. 경기 시작과 함께 브리즈번은 엄청난 기세로 울산을 몰아쳤다. 울산은 자신들이 갖고 있는 특유의 중원에서 압박을 펼치지 못했다. 브리즈번은 울산이 압박해 들어오기 전에 한 템포 빠른 패스로 공격을 전개하는 여유로운 모습을 보였다. 특히 중원의 에릭 파타루와 마시모 머두카, 미치 니콜스 등의 공격 전개는 혀를 내두를 정도로 일품이었다.

브리즈번의 기세에 눌린 울산은 전반전 동안 이렇다 할 모습을 보이지 못하고 단 2번의 슈팅 밖에 시도하지 못했다. 반면 브리즈번은 6차례의 슈팅을 날려 선제골을 터트렸다. 울산은 후반전 들어 브리즈번 수비수가 퇴장을 당하면서 수적 우세를 점해 만회골을 넣어 비길 수 있었지만 끝내 역전을 만들지 못해 아쉬움이 크게 남을 수밖에 없었다.
브리즈번이 인상적이었던 건 한 명이 부족한 상황에서도 끈질기게 공격을 시도했다는 점이다. 브리즈번은 수비수의 퇴장으로 측면 공격수를 수비수로 교체하며 후반 들어 수비에 중점을 두었지만, 빠른 역습을 통해 울산을 계속 놀라게 만들었다. 끈질긴 공격 본능이었다.
이러한 브리즈번의 모습에 김호곤 감독은 "공격적으로 나올 줄은 알았다. 브리즈번이 도쿄에 패배하고 베이징 궈안(중국)과 무승부를 기록했지만 골이 들어가지 않았을 뿐이다. 모두 승리하더라도 이상하지 않은 경기였다"며 "같은 조의 도쿄나 베이징보다도 더 좋은 팀이다. 가장 좋은 팀이라고 할 수 있다"며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사실 브리즈번의 이러한 모습은 어느 정도 예고되어 있었다. 이번 AFC 챔피언스리그에 2010-2011 호주 A리그 챔피언으로 참가한 브리즈번은 2011-2012시즌에도 막강한 모습으로 A리그를 주름잡았다. 비록 센트럴 코스트 매리너스에 승점 2점이 부족해 정규리그를 2위로 마쳤지만 50득점 28실점을 기록한 공·수 밸런스는 센트럴 코스트(40득점 24실점)보다 한 수 위였다. AFC 챔피언스리그에서의 부진은 단지 출전 경험이 없어 도쿄와 베이징전에서 효과적인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을 뿐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브리즈번의 최전방에는 이번 시즌 27경기서 19골을 기록하며 A리그 득점왕에 오른 베사르트 베리샤라는 걸출한 스트라이커가 있다. 베리샤는 단 1개의 페널티킥을 차지 않았음에도 19골을 기록했고, 득점 2위 셰인 스멜츠(퍼스 글로리)와 골 차는 무려 6골이었다. 특히 경기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할 수 있는 선제골만 9골을 기록할 정도로 감각이 있는 선수.
이 뿐만이 아니다. 울산전에서 중원을 장악한 파타루와 니콜스는 현재 호주대표팀의 일원이고, 감각적인 프리킥으로 골키퍼 김승규를 놀라게 만든 토마스 브로이치는 보루시아 묀헨글라드바흐와 쾰른, 뉘른베르크 등 독일 분데스리가에서 잔뼈가 굵은 미드필더였다. 또한 중앙 수비수 매튜 스미스는 잉글랜드 포츠머스 유스팀에서 이름을 날리던 선수였다. 그만큼 능력이 있는 선수들이 모인 팀이 브리즈번이라는 것.
하지만 브리즈번은 울산전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지 않았다. 울산 원정에 브라질 공격수 엔리케 실바가 경고 누적으로 출전하지 못한 것. 엔리케는 브리즈번에서 베리샤 다음으로 많은 골(7골)을 기록한 선수다.
브리즈번은 3차전 때보다도 더욱 강해진 모습으로 울산을 맞을 것이 분명하다. 홈에서 브리즈번에 고전하는 모습이 역력했던 울산으로서는 오는 17일 브리즈번 원정을 어떻게 치를 지 골치가 아플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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