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대호의 이대호 취재기] '타율 .043' 4번 타자에 갈채 쏟아낸 삿포로돔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4.06 06: 59

개막 5경기 동안 무안타. 6경기째 들어서도 2타석서 역시 무안타의 4번 타자. 그런 타자에게 관중들이 기립박수를 보낸다? 얼핏 상상이 가지 않는다. 하지만 그러한 일이 실제로 일어났다. 그 주인공은 올 시즌 니혼햄 파이터즈 4번 타자 자리를 꿰찬 나카타 쇼(23)다. 
나카타는 고교시절 최고의 거포 유망주로 이름을 날렸다. 오사카 최고의 야구명문교인 도인고교 출신인 나카타는 고등학교 3년 동안 무려 87개의 홈런포를 가동하며 역대 최고급 거포 유망주로 손꼽혔다.
치열한 드래프트 경쟁 끝에 니혼햄이 나카타를 데려오는 데 성공했고, 나카타는 톡톡 튀는 언행으로 입단 초기부터 주목받았다. 한 달 용돈이 30만 엔(약 420만 원)이 넘고 연상 애인이 있으며 다르빗슈 유(텍사스)와 대결을 하고 싶다는 등 거침없는 발언을 쏟아냈다.

2010년 9홈런을 기록하며 가능성을 보인 나카타는 지난해 극심한 투고타저 속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얻었다. 풀타임 첫 해 타율 2할3푼7리 18홈런 91타점으로 잠재력을 폭발시켰다. 타율은 낮았지만 한 방 있는 타자로 확실한 인상을 남긴 나카타는 올 시즌 4번 자리를 낙점받았다.
하지만 지난 5일 삿포로돔에서 열린 오릭스 버팔로스와의 경기 마지막 타석까지 그는 22타수 무안타로 침묵했다. 이날 경기에서도 그는 무사 2루, 무사 1,2루 등 타점 기회를 맞았지만 번번이 범타로 물러나 니혼햄 구리먀마 히데키 감독의 속을 새까맣게 태웠다.
4번 타자의 극심한 부진에도 불구하고 니혼햄 구리야마 히데키(50) 감독은 "언제가는 꽃을 피울 것이다. 그때까지 기다릴 것"이라고 말하며 믿음을 잃지 않았다. 그리고 나카타는 거짓말같이 홈런포를 터트리며 감독의 믿음에 보답했다. 타율 0.043(23타수 1안타)이 되면서 드디어 0에서 벗어났다.
개막 3연전에서 2승 1패를 달성하며 쾌조의 출발을 했던 니혼햄은 주중 오릭스와 3연전 가운데 두 경기를 내줘 팀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마침 5일 경기에선 선발 브라이언 울프의 역투 덕분에 8회까지 2-1의 리드를 지키던 상황. 그렇지만 결코 안심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8회말 2사 주자없는 상황에서 '무안타의 4번 타자' 나카타가 타석에 들어섰다. 만약 니혼햄의 8회 공격이 무위에 그친다면 9회 오릭스는 4번 이대호부터 타순이 돌아가기에 승리를 장담할 수 없었다. 22타수 무안타의 4번 타자에 누구도 큰 기대를 하지 않던 순간, 나카타의 방망이가 매섭게 돌았고 타구는 왼쪽 담장을 훌쩍 넘어갔다. 스코어는 3-1, 4번 타자의 침묵을 깨는 귀중한 쐐기포였다.
결국 니혼햄은 9회 오릭스의 공격을 잘 막아내 승리를 거뒀다. 그리고 이날 경기의 수훈선수는 바로 타율 4푼3리의 4번 타자, 나카타였다. 나카타는 감격에 찬 목소리로 "아직도 흥분이 가라앉지 않았다. 지금까지 팀에 전혀 도움이 안 돼서 정말 괴로웠는데 외야에 수비 나갈 때마다 보이던 팬들의 응원 간판을 보고 힘을 얻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어차피 너무 안 맞고 있었기 때문에 '무조건 풀스윙 하자'라는 생각으로 타석에 들어섰는데 맞아 떨어졌다"면서 "전혀 못 치던 나를 기용해 주신 감독님과 팬들의 응원에 정말 감사하다. 이제 첫 안타이자 홈런이 터졌으니 앞으로 잘 될것이라 믿는다"고 말을 맺었다.
이윽고 그는 천천히 삿포로돔 그라운드를 돌기 시작했다. 경기가 끝난 뒤에도 자리를 뜨지않고 있던 관중들은 4번 타자에 아낌없는 갈채를 보냈다. 나카타 역시 감격에 가득한 얼굴로 관중에 인사를 하며 한 바퀴를 돌았다. 나카타의 발걸음이 멈추고 덕아웃으로 돌아간 순간, 삿포로돔에는 승리를 자축하는 축포가 터졌다. '돌아온 4번 타자'에 대한 일본식 환영 인사인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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삿포로돔(일본)=김영민 기자, ajyoung@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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