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애 첫 개막 엔트리' 김헌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들이댈 것"
OSEN 손찬익 기자
발행 2012.04.06 06: 22

삼성 라이온즈 외야수 김헌곤(24)의 모바일 메신저 대화명은 전화위복(轉禍爲福)이다. 그의 프로 데뷔 이후 모습과도 흡사하다.
영남대를 졸업한 뒤 지난해 삼성에 입단한 김헌곤은 전훈 캠프 명단에 포함되지 못지만 어깨 부상을 입은 이영욱(외야수) 대신 지각 합류했다. 이번 전훈 캠프 명단에도 이름을 올리지 못했으나 코칭스태프의 건의로 교체되는 기쁨을 누렸다. 이 뿐만이 아니다. 7일 LG와의 정규시즌 개막전 엔트리 승선이 힘들 것으로 전망됐지만은 외야진 보강 차원에서 깜짝 발탁됐다.
"그러고 보면 늘 그랬던 것 같다. 언제나 '이게 내 한계구나' 싶을때면 예상치 못했던 기회가 생겼다". 김헌곤은 이 모든 걸 운명으로 받아 들였다. 지난달 31일 두산과의 시범경기에서 두산 외국인 소방수 스캇 프록터와 맞붙어 파울 커트를 하다가 왼손목을 삐끗 했다.

예상치 못한 부상을 당한 아쉬움보다 메이저리그 출신 투수를 상대로 파울 커트를 했다는 자체 만으로도 김헌곤에게는 큰 소득이었다. 그는 말했다. "사실 제가 주축 선수도 아니다. 같은 무리에 포함돼 있어도 나에 대한 기대치가 높은게 아니니까 부담없이 나만의 준비를 할 수 있다는게 좋다. 열심히 노력하다보면 언젠가는 기회가 올 것이다".
삼성은 개막을 코앞에 두고 박한이(외야수)의 부상 이탈 속에 빨간 불이 켜졌다. 고심에 빠진 류중일 감독은 오키나와 2차 캠프에서 열린 연습 경기를 통해 타율 4할7푼4리(19타수 9안타) 1홈런 4타점 2득점으로 고감도 타격을 선보였던 김헌곤 카드를 만지작거렸다. 류 감독은 지난달 17일 LG와의 시범경기 개막전 때 "김헌곤이 아주 좋다. 4할대 타율을 기록했고 수비도 뛰어나다. 전훈 캠프 MVP를 꼽는다면 김헌곤"이라고 극찬하기도 했다.
"헌곤아 손목 괜찮나". 4일 경산 볼파크에서 훈련 중이던 김헌곤은 자신의 귀를 의심했다. 지금껏 단 한 번도 대화를 나누지 않았던 류 감독의 부름에 대답 조차 할 수 없었다. "감독님께서 저를 불러 주신게 처음이었다. 되게 기뻤다". 마치 짝사랑하는 여학생을 만난 남학생의 표정과 다를 바 없었다.
지난해 1군 경기에 11차례 출장하는데 그쳤던 김헌곤은 "1군 경기에 많이 나가는 것도 좋겠지만 1군에 최대한 오래 머무르고 싶다. 오랫동안 1군에 머무르며 많이 보면서 배우고 싶다"고 속내를 드러냈다. 데뷔 첫 개막전 엔트리에 승선한 그에게 각오를 물었다. "죽이 되든 밥이 되든 한 번 들이대는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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