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SEN=김희선 인턴기자] 2012-2013시즌 '금빛 질주'를 펼칠 한국 쇼트트랙 국가대표가 확정됐다.
대한빙상경기연맹(KSU)은 지난달 31일부터 이틀간 목동아이스링크서 'KB금융 쇼트트랙 스피드스케이팅 챔피언십 2012 겸 2012~2013 쇼트트랙 국가대표 2차 선발전'을 치렀다.
타임 레이스 방식의 1차 선발전을 통과한 선수들과 전 시즌 국가대표 선수들이 치른 2차 선발전에서 남녀 각 6명의 국가대표가 결정됐다.

새로운 얼굴이 대거 포함된 이번 쇼트트랙 국가대표의 면면을 살펴보고 그 희망과 과제에 대해 알아보았다.
▲ 물갈이, 어떻게 이뤄졌나
"여자부는 조해리를 제외한 전원이 물갈이될 것이다. 남자부도 알 수 없다".
선발전 최종일 경기에 앞서 만난 박세우 전 국가대표팀 감독은 '대거 물갈이'를 예고했다. 여자부는 조해리를 제외한 전원이 바뀔 것이며 남자부도 알 수 없다는 것. 결국 박 전 감독의 예고대로 한국 쇼트트랙 대표팀은 이번 시즌 주축 멤버들이 대거 이탈한 가운데 새 판을 짜게 됐다.
이번에 확정된 명단은 남자부서 2012 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에서 개인종합 우승으로 자동 선발된 곽윤기(연세대)를 포함, 노진규(한국체대) 신다운(서울시청) 김윤재(고려대) 이한빈(서울시청) 김병준(경희대), 여자부서 심석희(오륜중) 박승희(화성시청) 조해리(고양시청) 최지현(청주여고) 김민정(용인시청) 이소연(단국대) 등 각 6명이다.
남자부는 베테랑 이호석과 이정수(이상 고양시청)가 모두 탈락했고 여자부는 조해리를 제외한 2011-2012시즌 국가대표가 모두 탈락했다. 허리 부상으로 컨디션을 끌어올리는 데 어려움을 겪었던 이정수는 이번 대회에서도 난조를 보이며 일찌감치 최종 탈락이 결정됐다. 이은별 손수민 김담민도 번번이 종목별 예선에서 탈락하는 등 고배를 마셨다.
기존 멤버들이 대거 이탈한 대신 새로운 얼굴들이 자리를 채웠다. 국가대표로 처음 선발된 남자팀의 김윤재와 이한빈, 그리고 세계가 주목한 여자팀의 신인 심석희와 최지현이 그 주인공이다.

특히 심석희의 경우 2012 주니어 세계선수권 종합 우승을 차지하며 두각을 나타낸 바 있다. 15세의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174cm 56kg이라는 훌륭한 체격 조건을 갖춘 심석희는 국가대표 기대주로 만인이 손꼽았던 선수기도 하다.
남자부에서는 김윤재를 주목할 만하다. 2008 주니어 세계선수권 3관왕을 차지하며 종합우승으로 화려하게 이름을 알렸던 김윤재는 성숙해진 경기 운영으로 안정감 있는 플레이를 보여줄 것으로 기대되고 있다.
▲ 여자, 세대교체의 희망을 보다
2011~2012 시즌서 특히 부진한 모습을 보였던 여자부는 많은 문제점을 드러내며 세대교체에 실패했다는 비판을 받아왔다.
16년 만에 '노골드' 수모를 겪어야 했던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이후 한국 여자 쇼트트랙은 전반적으로 슬럼프에 빠져 있다. 특히 올 시즌 마지막 대회였던 세계선수권대회서 조해리가 개인종합 4위에 올랐을 뿐 다른 선수들은 부진을 면치 못하며 세대교체의 필요성이 제기되어 왔다.
이미 기량을 검증받은 박승희 김민정이 대표팀에 다시 합류한 상황에서 심석희 최지현 이소연 등 젊은 피가 발탁됐다는 점이 희망적인 이유다.
선수 개개인의 기량은 나무랄 데 없다는 평이다. 맏언니 조해리가 든든히 버티고 있는 가운데서 큰 대회 경험이 있는 박승희와 김민정이 합류하고 심석희-최지현-이소연이 무사히 자리를 잡아준다면 최근 극심한 부진에 허덕이던 여자 쇼트트랙은 충분히 금빛 부활을 기대해도 좋을 것이다.

▲ 남자, 이승재-성시백 은퇴에 따른 '단거리' 과제
선발전 마지막 날 목동 실내빙상장에서는 또 하나의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한국 남자 단거리의 간판스타였던 이승재와 성시백의 은퇴식이 열린 것이다.
2002 솔트레이크시티 동계올림픽 국가대표였던 이승재와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대표 성시백은 한국 남자 단거리 쇼트트랙의 간판 그 자체였다.
성시백은 이날 은퇴식 후 자신의 뒤를 이을 만한 단거리 후계자가 있느냐는 질문에 곤혹스러운 표정을 보였다. "누구라고 이야기하고 싶어도 최근 국제대회 500m에서 좋은 성적을 낸 선수가 거의 없다 보니 말할 수가 없다"고 답한 성시백은 "한국 쇼트트랙이 너무 중장거리에 치우쳐 있다보니 500m에서 좋은 성적을 내는 선수가 없다"고 아쉬움을 나타냈다.
한국 쇼트트랙에서 500m는 다른 종목에 비해 상대적으로 취약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단거리에서 우수한 성적을 거두며 지지대 역할을 해왔던 두 선수가 은퇴하면서 2014 소치 올림픽에 대비하기 위해 단거리 선수를 육성해야 할 필요성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는 이유기도 하다.
금메달이 당연하게 여겨지고 있는 한국 쇼트트랙이지만 단거리는 지나치게 취약하다. 그러나 취약점을 보완하려는 노력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 문제다.
국가대표 선발전에 참여했던 선수들 중 단거리가 주종목인 선수도 있었다. 박승희의 친동생이기도 한 박세영(광문고)은 물론 이현성(인천연맹) 역시 500m가 주종목인 선수들. 하지만 이들은 종합 순위에서 한참 밀리며 국가대표의 꿈을 접어야했다.
한국 쇼트트랙이 단거리의 단점을 극복하기 위해서는 선수 개개인의 자질도 문제지만 연맹 차원에서 육성 계획을 세워야 한다. 또한 현행 오픈레이스 방식에 수정과 보완을 가할 필요도 있다.
새로 출범하는 2012-2013시즌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이 과연 '물갈이'된 효과를 확실하게 보여줄 수 있을지 올 겨울이 벌써부터 기대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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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승희-심석희-조해리(위에서 두 번째), 김윤재-노진규-신다운(맨 아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