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수 업그레이드 '대동'의 이여상으로 거듭난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4.06 06: 39

더 이상 용전동 이영상은 없다.
한화 내야수 이여상(28)은 '용전동 이영상'이라는 애칭으로 잘 알려져있다. 지난 2008년 8월 베이징 올림픽 휴식기 기간 중에 부산 해운대로 휴가를 간 게 발단. 당시 피서객으로 한 방송사와 인터뷰를 가졌는데 뉴스 자막에 이름이 '이영상'으로 잘못 나갔다. 그 와중에도 주소는 '대전시 용전동'으로 정확하게 나왔다. 대전시 용전동은 한화 구단 사무실과 숙소가 있는 곳이다.
그때부터 이여상에게는 '용전동 이영상'이라는 재미 있는 별명이 붙었다. 그러나 이름이 잘못 표기된 것에서 나타나듯 이여상은 유명한 선수가 아니었다. 2007년 2군에서 타격왕을 차지하며 가능성을 내비쳤고, 이듬해 한화로 트레이드돼 기회를 잡았지만 거듭된 부상에 발목이 잡혔다. '용전동 이영상'은 이여상의 위치를 설명해주는 별명과도 같았다.

하지만 올해는 다르다. 먼저 정든 용전동을 떠났다. 지난해 결혼과 함께 용전동 숙소에서 나와 대동에 신혼집을 차렸다. 용전동보다 야구장이 더 가까워 야구에만 집중하기 좋은 환경이다. 벌써부터 주민들이 이여상을 알아 보고 응원할 정도로 동네에서는 유명인사가 됐다. "알아보시는 분들이 많은 만큼 잘해야 한다"는 게 이여상의 새로운 각오다.
무엇보다 기량이 좋아졌다. 이여상은 시범경기 11경기에서 38타수 13안타 타율 3할4푼2리 1홈런 5타점 5득점으로 좋은 활약을 펼쳤다. 전체 타격 5위에 오를 정도로 방망이가 매서워졌다. 마지막 9경기 연속 안타 포함 11경기 중 10경기에서 안타를 터뜨릴 정도로 꾸준한 타격감각을 자랑했다. 룸메이트 김태균의 조언 속에 하체 활용에 눈을 떴다. 더 이상 팔을 떨지 않으며 하체 밸런스에 중점을 두고 있다.
결정적으로 수비가 업그레이드됐다. 미국-일본 스프링캠프에서 후쿠하라 미네오 수비코치로부터 집중적인 펑고훈련을 받으며 악으로 깡으로 버텼다. 땀은 거짓말하지 않았다. 스프링캠프에서의 연습경기 포함 27경기 연속 무실책 행진. 약점으로 지적된 정면 강습 타구와 3루수-유격수 사이로 흐르는 타구에 대한 대처가 빨라졌다. 상체를 높고 소극적인 자세에서 잔뜩 웅크린 채 공을 향해 발부터 달려드는 공격적인 수비로 바뀌었다.
시범경기 전까지 주전 3루수를 정하지 않던 한대화 감독도 이제는 "이여상이 많이 좋아졌다"며 그를 신뢰하기 시작했다. 당장 7일 사직구장에서 시작되는 롯데와의 시즌 개막전에 주전 3루수로 선발출장할 것이 유력하다. 데뷔 후 처음 개막전 선발 출장에 가슴도 쿵쾅거린다. 이여상은 "거품을 물 정도로 열심히 한 만큼 실력으로 나타날 것으로 믿는다. 올해는 감독님께서 3루 걱정을 하지 않도록 하겠다"는 굳은 의지를 내비쳤다.
강한 의지로 중무장한 이여상. '용전동 이영상'을 뒤로 하고 '대동의 이여상'으로 거듭날 날이 머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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