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면에서 점점 좋아지는 느낌이다".
삼성 라이온즈 외국인 투수 브라이언 고든(34)이 시범경기에서 인상적인 활약을 펼치며 국내 무대 연착륙 가능성을 확인시켰다. 지난해 SK 짐 매그레인의 대체 선수로 국내 무대에 첫 발을 내딛은 고든은 14경기에 등판, 6승 4패(평균자책점 3.81)로 성공적인 비교적 선전했다. 올 시즌을 앞두고 SK에서 삼성으로 둥지를 옮긴 고든은 시범경기에 3차례 등판, 1홀드(평균자책점 1.86)를 거뒀다. 4일 자체 평가전에서 고든과 맞붙었던 삼성의 한 타자는 "구위가 아주 좋다. 직구가 묵직해 쉽게 공략하기 힘들었다"고 토로하기도 했다.
정규 시즌을 앞두고 최종 리허설을 성공적으로 마친 고든은 "이곳에서 뛴다는게 정말 기쁘다. 모든 면에서 점점 좋아지는 느낌"이라고 벅찬 소감을 전했다. 시범경기를 통해 구위 점검을 마친 그는 "커브와 슬라이더의 구위와 컨트롤을 점검하는데 초첨을 맞췄다. 시범경기 초반에는 좋지 않았지만 갈수록 나아지는게 느껴졌다"면서 "정규 시즌에서도 잘 하고 싶다. 우리 팀에는 무언가의 강한 에너지가 있다. 그런 부분이 나를 흥분시킨다. 그래서 올 시즌이 아주 기대된다"고 했다.

외국인 선수의 성공 잣대인 문화 적응에도 어려움이 없다. 삼성 외국인 선수의 스카우트를 담당하는 이충무 운영팀 과장은 "고든은 브랜든 나이트(넥센)와 이미지가 비슷하다"고 표현했다. 2009년부터 2년간 삼성에서 뛰었던 나이트는 뛰어난 실력과 더불어 온화한 성품 그리고 성실한 훈련 태도 덕분에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한 몸에 받았었다. 팬들은 그에게 '백기사'라는 애칭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 과장은 "고든은 팀을 위해 희생하려는 자세가 인상적이다. 무조건 팀 위주"라고 했다. 고든은 계투진 기용 가능성이 제기될때면 "보직은 상관없다. 나는 언제나 팀을 위해 헌신할 준비가 돼 있다"고 입버릇처럼 말한 바 있다. 동료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눌때도 최대한 쉬운 표현을 사용한다. 그러다 보면 자연스레 소통이 될 것이라고 믿고 있다.

한국어 공부와 맛집 탐방은 고든의 대표적인 취미 활동. 인터넷 동영상 강의 뿐만 아니라 대형 서점에서 구입한 한국어 교본을 보면서 조금씩 익히고 있다. 궁금한게 있으면 통역 담당 직원이나 영어 회화가 가능한 선수들에게 물어보기도 한다.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 등 간단한 인사는 물론 투구를 마친 뒤 "팔꿈치와 어깨 아이싱 해주세요"라고 말할 만큼 한 걸음씩 나아가고 있다. 해물탕을 즐겨 먹는 고든은 출출할때면 라면을 직접 끓여 먹기도 한다.
고든이 한국어 공부 삼매경에 빠진 까닭은 무엇일까. "이곳에 머무르면서 소통에 최선을 다하고 싶다. 상대방이 내게 다가오길 바라는게 아니라 내가 먼저 짧게나마 몇 마디라도 건네면서 함께 호흡한다는 걸 느끼고 싶다. 그러다 보면 문화 적응 뿐만 아니라 성적에도 좋은 영향을 미칠 것 같다".
고든은 "가족들이 이번 달에 온다니까 아주 기대된다"면서 "가족들 앞에서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가족들과의 만남을 손꼽아 기다렸다. 류중일 삼성 감독은 "고든은 각이 큰 커브가 위력적이다. 커브를 앞세워 올 시즌 잘 할 것 같다"고 긍정적인 전망을 내놓았다. 지난해 검증을 마친 고든이 새 둥지에서도 빼어난 활약을 펼칠지 지켜볼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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