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가신 후 두 달 후에야 알게 되었어요. 제가 1군 무대에 서는 모습을 너무 보고 싶어 하셨는데”.
전지훈련에서 귀국한 후에야 두 달 전 외조모의 별세 소식을 뒤늦게 접한 외손자. 그는 1년 전 돌아가신 친할머니와 외할머니에 대한 애틋한 마음을 품고 새 시즌을 준비한다. 일찍이 ‘2군에서 타격에 관한 더 배울 것이 없는 타자’라는 평을 받았던 내야수 최주환(24. 두산 베어스)이 데뷔 첫 개막 엔트리 포함에 대해 더욱 진지하게 다가서는 이유다.
광주 동성고를 거쳐 지난 2006년 2차 6순위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최주환은 지난 2년 간 상무에서 중심타자로 맹위를 떨쳤다. 2010년 그는 3할대 후반 타율에 21홈런-15도루를 기록하며 2군 첫 20홈런-20도루 기록을 노렸으나 막판 오른발 뒷꿈치 부상으로 도루 조건을 충족시키지 못했다. 지난 시즌에도 최주환은 2군 북부리그서 3할3푼6리 9홈런 70타점 호성적으로 상무 중심타선 한 축을 지켰다.

시범경기 10차례서 최주환의 기록은 2할4푼1리(29타수 7안타) 1타점. 시범경기 막판 페이스가 떨어지며 4할대까지 솟았던 타율이 급전직하했다. 그러나 최주환은 ‘시범경기 전 롯데와의 연습경기 2연전까지 포함하면 3할3리(33타수 10안타)’였다며 조금 더 동기부여 요소를 찾고자 노력했다.
“데뷔 7년차 만에 첫 개막 엔트리지만 의외로 덤덤한 느낌이다. 이제부터 잘해야 한다”라며 웃은 최주환은 진지한 표정으로 올 시즌 좋은 활약을 펼쳐야 하는 당위성을 이야기했다. 최주환이 전지훈련을 떠나기 사흘 전 외조모가 세상을 떠났으나 그가 소식을 접한 것은 두 달 후가 되어서였다.
“부모님께서 제게 부담을 주지 않으려고 소식을 알리지 않으셨더라고요. 생각해보니 전지훈련 기간 동안 전화로 외할머니 안부를 여쭤보면 얼버무리면서 ‘잘 지내신다’라고 하신 것이 마음에 걸리기는 했거든요. 지난해 돌아가신 친할머니도 마찬가지고 외할머니께서도 제가 1군에서 뛰는 모습을 너무 보고 싶어 하셨는데”.
살아계실 때 1군에서의 활약을 보여드리지 못하는 데 대한 아쉬움이 남은 기색이 역력했던 최주환. 그러나 그는 후회보다 이제라도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는 데 집중했다. 본격적으로 기회를 얻을 수 있는 기회가 자신에게 왔기 때문이다.
“이제는 야구가 즐겁습니다. 약점으로 꼽히던 수비 훈련도 점차 반복하다보니 제 스스로도 기량이 쌓이는 것 같고요”. 개인 목표를 세울 때가 아니라며 겸손하게 이야기한 최주환은 1차 목표였던 ‘개막 엔트리 진입’에 성공한 뒤 이제 2차 목표 설정을 향해 다가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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