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버그 감독의 영화 ‘배틀쉽’, 3D는 아니었지만 충분히 웅장하고 화려했다.
영화 ‘행콕’을 통해 새로운 비주얼 액션을 보여준 피터 버그 감독이 외계인과 처음 손을 잡고 탄생시킨 ‘배틀쉽’, 지난 5일 서울 왕십리 CGV에서 그 거대한 장막을 거뒀다.
인간과 외계인의 대립을 담은 SF 블록버스터 영화들의 스토리 전개는 대부분 비슷하기 때문에 이를 어떻게 비주얼적으로 구현해내느냐가 관건이다. 이에 최근 몇 년 간 할리우드 영화들이 3D로 제작, 시각효과의 절정을 보여주며 관객들의 말초신경을 자극했다.

하지만 ‘배틀쉽’은 130여분 동안 2D만으로 장엄하게 그려냈다. 영화 ‘우주 전쟁’, ‘스타워즈 에피소드2-클론의 습격’에 참여한 파블로 헬맨과 ‘캐리비안의 해적’ 시리즈, ‘스타트렉’, ‘아바타’에 참여한 그래디 코퍼가 약 3년에 걸쳐 외계인의 외모와 무기, 외계 함선까지 독창적이고 세심한 디자인을 만들어내 마치 실제 같은 느낌을 선사한다.
또한 피터 버그 감독이 고집스럽게 3D 기술을 적용시키지 않은 ‘배틀쉽’만의 가장 큰 매력은 인간과 외계인의 싸움이 바다에서 이뤄진다는 점이다. 과거 ‘인디펜던스 데이’, ‘우주전쟁’, ‘월드 인베이전’ 등의 SF 영화들을 보면 거의 육상과 해상에서 전투를 벌였다.
‘배틀쉽’은 전함을 뜻하는 제목답게 세계 최초로 광활한 바다 위에서 정체를 알 수 없는 외계 존재와 전 세계 다국적 연합군함이 지구를 걸고 펼치는 최후의 전면전을 다루고 있다. 이에 외계인과 인간의 대결은 계속해서 드넓은 바다를 배경으로 그려진다.
기존의 우주선과 달리 수면 위를 헤치고 나아가는 거대한 외계 함선은 해일처럼 번져가는 거대한 파도와 물안개까지 만들어내는 위압적인 모습이 관객들을 압도한다.
특히 2차 세계대전, 6.25 전쟁 등에 참여한 진주만의 전설 미주리호가 17년 만에 ‘배틀쉽’을 통해 위용을 다시 한 번 보여줬다. 피터 버그 감독은 미 국방부로부터 미주리호 촬영을 허락 받았다. 1억불에 달하는 보험을 들고 단 2시간 동안만 촬영할 수 있었다. 엔진이 가동되지 않아 여섯 대의 대형보트가 미주리호를 끌어야 했다.
그러나 그의 수고는 헛되지 않았다. ‘배틀쉽’에서 외계인과 싸우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 ‘미주리호’는 영화를 통해 진정한 전함으로 재조명할 만하다.
현재 할리우드에 과거 개봉한 영화 ‘타이타닉’, 애니메이션 ‘미녀와 야수’ 등을 3D로 컨버팅 해 재개봉 하는 열풍이 불고 있는 가운데 2D만으로 충분히 웅장함을 살린 ‘배틀쉽’, 3D 못지않게 관객들의 눈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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