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젠가 그들이 야구를 잘하게 됐을 때 우리나라 덕분이라고 하면 얼마나 뿌듯하겠나".
허구연(60) 아시아야구연맹(BFA) 기술위원장은 해설위원, 기술위원 등 여러 직함을 갖고 있어 누구보다 바쁘게 지내는 야구인 중 한 명이지만 최근 아시아 지역에 야구를 뿌리내리게 하는 일에 무엇보다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허 위원은 지난 4일 오전 하나은행 본점에서 열린 베트남 야구장 건립 지원금 전달식에 해외 출장 중인 강승규 BFA 총재 대신 참석했다. 하나은행에서 건립기금 2억 원을 모두 기부하는 이 프로젝트도 허 위원의 손에서 탄생됐다.

전달식이 끝난 뒤 만난 허 위원은 "현재 한국인 감독이 베트남에서 야구를 전파하고 있어 조직적인 발전을 위해 연맹을 만들 것을 조언했다. 그러다 베트남에 야구장이 단 한 곳도 없다는 것을 알고 야구장을 지어주기 위해 나섰다. 다행히 하나은행 김정태 회장이 기꺼이 지원을 약속해 일이 성사될 수 있었다"고 말했다.
허 위원은 이미 2년 전 사재를 털어 캄보디아에 야구장을 짓고 공익단체인 한국국제협력단(KOICA)을 통해 한국인 김결 씨를 캄보디아에 보내 야구를 가르치게 하기도 했다. 허 위원의 아시아 야구 전파 제2탄이 베트남인 셈이다.
허 위원은 "원래 베트남은 야구보다 축구가 더 성행하는 나라다. 하지만 지난해 베트남 국가대표팀이 동남아시안게임에서 국제대회 첫 승을 거두면서 국민적 관심이 높아졌다. 특히 1회 4점을 내준 뒤 역전승을 거두자 사람들이 그 감동을 알게 됐다. 베트남 선수들이 눈치가 빠르고 머리가 좋아 앞으로 더 발전할 것"이라며 베트남에 관심을 쏟는 이유를 밝혔다.
베트남과 우리나라는 올해 수교 20주년을 맞았다. 베트남인 어머니를 둔 다문화가정, 베트남 출신 근로자 등 우리나라는 이미 많은 면에서 베트남과 교류를 맺고 있다. 허 위원은 "베트남 야구팀이 2014년 인천 아시안게임에 참가해 선진 야구를 경험하고 한국에 와있는 베트남인들이 야구를 즐길 수 있는 장을 만든다면 더 뜻깊을 것"이라고 다양한 발전 방향을 밝혔다.
또한 허 위원은 "우리나라가 아시아야구연맹 회장국으로서 아시아에 야구를 발전시키기 위해서는 이런 낙후국들을 더 많이 도와야 한다. 나중에 그들이 야구를 잘 하게 됐을 때 우리가 100년 전 미국, 일본의 도움을 생각하는 것처럼 그들이 우리에게 고마움을 표하면 얼마나 뿌듯하겠냐"고 말했다.
베트남 호치민시 중심지역에 지어지는 야구장은 5월에 착공해 10월 완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름은 '하나뱅크 베이스볼파크'로 결정됐다. 베트남 한복판에 국내 기업의 이름을 단 야구장이 생기는 셈이다. 캄보디아, 베트남 등을 거쳐 아시아 지역에 야구로도 한류가 조금씩 불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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