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범(44) 안양 KGC인삼공사 감독이 사고를 제대로 쳤다. 첫 플레이오프(PO) 진출에 챔피언결정전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한 것.
이상범 감독이 지휘하는 안양 KGC인삼공사는 6일 원주 치악체육관에서 열린 '2011-2012 KB국민카드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6차전 원주 동부와 원정 경기서 66-64로 승리를 거뒀다.
이로써 인삼공사는 전신인 SBS와 KT&G를 포함해 창단 후 첫 챔피언결정전 우승을 달성했다. 또한 이상범 감독도 처음 경험한 챔피언결정전에서 우승을 차지하게 됐다. 이전까지 인삼공사의 플레이오프 최고 성적은 4강(5회)이다.

인삼공사의 우승은 예상치 못한 일이었다. 기량은 인정받았지만 동부와 비교했을 때 전력과 경험에서 열세라는 평가를 받은 것. 동부가 KBL 사상 최다 연승(16연승)과 시즌 최다승(44승), 역대 최초 60점대 평균 실점(67.9점) 등 어마어마한 대기록을 달성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시리즈 전적 4-0으로 동부가 우승할 것이라는 말도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뚜껑을 열어보니 예측은 완벽하게 빗나갔다. 인삼공사는 1차전부터 동부와 대등한 대결을 펼쳤다. 비록 패배했지만 불과 5점 차 패배, 인삼공사 선수단은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얻게 됐다. 이후 2차전과 4차전, 5차전을 따내며 우승의 발판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인삼공사의 돌풍의 가운데에는 이상범 감독이 있었다. 인삼공사의 젊은 선수들 만큼이나 감독 경험이 적은 이상범 감독이었지만, 그가 지닌 '배움의 자세'는 인삼공사를 강하게 만들기에 충분했다. 자신보다 경험이 많은 감독들에게 조언을 구하고 이를 그대로 실천한 것.
이상범 감독은 챔피언결정전을 앞두고 평소에 친분이 있던 전창진 부산 KT 감독과 유재학 울산 모비스 감독들에게 조언을 구했다. 명장으로 통하는 두 감독의 조언은 이상범 감독에게 큰 힘이 됐다. 정규리그와 큰 차이가 있는 단기점 챔피언결정전에 도움이 되는 말을 해준 것.
한 팀의 최고라는 지도자의 특징상 다른 이들에게 조언을 받는 것 자체가 힘든 상황에서 이상범 감독은 자신의 존재를 낮췄다. 오직 인삼공사라는 자신이 소속된 팀을 위한다는 마음가짐이 있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평소 이상범 감독은 선수들에게 "모르는 걸 아는 척하지 마라"고 주문했다. 이에 대해 감독 자신부터 실천하는 모습을 보인 만큼 선수들 또한 감독과 선배들의 조언을 철저하게 받아 들이고 실천했기에 창단 후 첫 우승이라는 위업을 달성할 수 있었다.
sports_narcotic@osen.co.kr
원주=지형준 기자 jpnews@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