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 '유머 재판'으로 시즌 개막 준비 완료
OSEN 강필주 기자
발행 2012.04.07 10: 08

"개막 전에 웃으며 긴장을 풀었다."
SK 와이번스가 캥거루 재판으로 불리는 '유머 재판'을 통해 시즌 개막전에 대한 긴장감을 풀었다.
SK는 7일 문학구장에서 열리는 KIA와의 2012 팔도 프로야구 공식 개막전에 앞서 전날인 6일 훈련에 앞서 캥거루 코트를 열었다. 캥거루 코트는 지난 11월 마무리 훈련에서 처음 실시해 큰 호응을 얻었다. 이날 배심원은 주장 박정권을 비롯해 정근우, 최윤석 3명.

'투수 김태훈은 체지방율 검사 때 항상 문제가 되는데 원정에서 혼자 볶음 잠뽕을 먹더라. 5000원', '정우람은 시범경기 첫 등판이었던 무사 만루에서 실점하지 않았다. 너무 잘해서 5000원', '로페즈는 추워서 그런지 김태훈의 장갑을 자기 것처럼 몰래 끼고 있다가 다시 벗어서 넣곤 한다. 5000원.'
이날 가장 많이 등장한 이름은 최경철이었다. 조인성이 '최경철이 야구를 잘하는 것 같다. 벌금 5000원'이라고 적어내자 김태형 배터리 코치도 '인성이 생각에 적극 동의. 5000원'이라고 거들었다. 하지만 '최경철은 원정 때 방마다 돌아다니면서 스마트폰에 있는 어플을 이용해 스피드 퀴즈를 펼친다. 재미있어 하는 사람도 있지만 휴식과 수면을 방해하기도 한다. 5000원' 등의 의견이 나왔다.
하지만 가장 벌금을 내야 했던 사람은 다름 아닌 이만수 감독이었다. 이 감독은 우선 '연습경기 때 스키장갑을 끼고 있었고 선글라스를 자주 바꾼다'는 이유로 2만원을 지불하라는 고발장을 받았다. 또 이 감독은 자신이 '처음 개막 엔트리에 등록한 선수 13명은 축하기념으로 기분 좋게 2만원씩'이라고 써냈다가 오히려 12만원을 내야 했다. 알고 보니 최경철, 윤희상, 김태훈은 개막 엔트리 등록 경험이 있었기 때문. 결국 '선수들에 대한 정보를 제대로 인지하지 못한 죄'가 추가되면서 1명 당 4만원씩 12만원을 내야 했다.
이 감독은 이날 하루에만 14만원을 지갑에서 고스란히 내줘야 했다. 캠프 때까지 포함하면 벌써 50만원 가까이 나갔을 것이라고. 하지만 이 감독의 표정은 싱글벙글이었다. "매월 해왔던 캥거루 코트였다. 그런데 틈이 나지 않아 개막 전날로 미뤘다"는 그는 "30분 정도에 불과했지만 개막전에 앞서 서로 웃을 수 있었고 긴장을 풀 수 있었다"면서 "이런 즐거운 마음으로 경기에 임하면 좋겠다"고 바람을 나타냈다.
캥거루 코트는 보통 인민재판을 일컫는 말. 일방적으로 행해지는 인민재판의 특성을 비유한 것이다. 하지만 미국 메이저리그에서는 선수단 자체 상벌위원회로 인식되고 있다. 선수는 물론 코칭스태프가 무기명으로 서로의 잘못된 점이나 실수를 적어 투표함에 적어 넣으면 선수로 구성된 배심원이 잘잘못을 가려 벌금을 부여하는 자체 규율 법정이다.
그렇다고 진지하게 고소할 내용이 있는 것은 아니다. 개그 프로그램인 '애정남'처럼 서로 웃고 넘길 수 있는 내용이 주를 이룬다. 예를 들면 'A 선수가 전날 너무 웃긴 말을 해서 다음날 훈련에 집중할 수가 없었다. 벌금.' 이런 식이다. 이의제기를 해 인정이 되면 벌금을 내지 않아도 되지만 실패하면 2배를 내야 한다.
한편 캥거루 코트를 통해 모인 벌금은 시즌 후 SK 선수단 이름으로 불우이웃돕기에 쓸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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