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떤 역할이든 척척 해낸다. 프로야구 감독이라면 누구나 탐내는 선수. 주인공은 롯데 외야수 전준우(26). 올해부터 롯데의 중심 타선의 한 축을 맡게 된 전준우는 "펑펑 쳐야 하고 틈만 나면 뛰어야 할 것 같다"고 했다. 장타 생산 뿐만 아니라 기동력을 최대한 발휘해 이대호의 공백을 메워야 하기 때문.
전준우의 시범경기 성적은 그저 그랬다. 타율 2할6푼5리(34타수 9안타) 1타점 3득점. 그는 "오랜만에 시범경기를 치르다 보니 타격 밸런스를 잡는데 어려움이 있었다"면서 "겨우내 쉬면서 경기 적응력이 다소 떨어졌지만 서서히 찾을 수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고 했다.
아마 시절 줄곧 중심 타선에 배치됐던 전준우이기에 3번 타자가 낯설진 않다. 그는 "3번이든 5번이든 둘 다 상관없다. (김)주찬이형이나 (조)성환 선배님 등 빠른 주자가 많아 타점을 올릴 수 있는 기회가 늘어날 것 같다. 중심 타자로서 타점을 많이 올려 팀이 이기는데 보탬이 되고 싶다"며 "펑펑 쳐야 하고 틈만 나면 뛰어야 할 것 같다. 할 일이 많다"고 허허 웃었다.

박정태 롯데 타격 코치는 "선수 본인이 해결하는 것보다 동료 선수들에게 찬스를 제공하기 위한 마음가짐이 필요하다. 축구와 농구로 비교하자면 어시스트 같은게 정말 필요하다"면서 "특정 선수에 의존하지 않고 모든 선수들이 잘 해줘야 한다. 누구든 1번 또는 4번 역할을 소화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한다.
전준우 역시 마찬가지. "굳이 한 방을 때리려고 욕심 부리지 않고 주자가 있으면 3번, 주자없으면 1번 타자로서 출루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 박 코치님께서 항상 강조하시는 상황에 맞는 타격이 중요하다". 전준우는 올 시즌 90타점을 목표로 내세웠다. 리그 최고의 톱타자 김주찬(31, 외야수)이 있으니 안타만 쳐도 쉽게 타점을 추가할 수 있다는게 전준우의 설명. 이보다 든든할 순 없다.
올 시즌 롯데의 4번 타자로 낙점된 홍성흔은 미디어 데이 때 "올해 우리 팀은 '세류성해'"라며 "'조그만 물이 모여 큰 바다를 이룬다'는 뜻인데, 올해 우리 팀은 큰 바다인 이대호와 장원준이 빠졌지만 나머지 선수들이 뭉쳐 좋은 성적을 내도록 노력하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사직구장내 롯데 라커룸의 게시판에는 '세류성해'라는 글귀가 적혀 있다. 홍성흔 뿐만 아니라 모든 선수들의 각오이기도 하다.
전준우는 "올 시즌 우리 팀의 주축 선수들이 많이 빠졌는데 세류성해라는 말이 참 좋다. 하나로 똘똘 뭉쳐 마음만 모인다면 그 누구도 쉽게 볼 수 없다"면서 "(정)대현이형, (이)승호형 등 부상 선수들이 다 복귀하면 지난해보다 반격 시점이 더욱 빨라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지난해 12월 김미경 씨와 백년가약을 맺은 전준우는 오는 9월이면 아빠가 된다. 태명은 뿅뿅이. '뿅'하고 나타나서 그렇게 지었단다. "아직 태어난게 아니라 실감은 많이 나지 않지만 너무 기분 좋은 일이다. 아내와 아기를 위해 그라운드에서 모든 것을 보여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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