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7km. 3년11개월 만에 1군 마운드로 돌아온 예비역 투수의 광속구쇼에 부산 사직구장은 들끓었다.
롯데 '파이어볼러' 최대성(27)이 화려하게 복귀했다. 그것도 157km 광속구와 함께 돌아왔다. 동점 주자들이 나가 있는 6회초 2사 2·3루 위기를 침착하게 막으며 홀드를 올렸다. '60억 FA 듀오' 정대현과 이승호의 부상 및 부진 이탈 속에서도 최대성의 화려한 귀환으로 롯데 불펜도 솟아날 구멍을 찾았다.
최대성은 지난 2007년 5월10일 문학 SK전에서 158km를 던지며 SK 엄정욱과 함께 토종 투수로는 한국프로야구 비공인 최고 구속을 던진 강속구 투수였다. 지난 2008년 7월 팔꿈치 인대접합수술을 받고 공익근무요원으로 입대하며 한동안 잊혀진 이름으로 지냈다. 하지만 통증을 극복하고 재활을 성공적으로 마치며 특유의 광속구를 되찾았다.

이날 경기 후 최대성은 "상황이 되면, 언제든 나갈 것이라 생각하며 대기했다"고 말했다. 동점 주자가 나가 있는 쉽지 않은 상황이었지만 최대성은 좌타자 연경흠을 상대로 직구 7개로 정면 승부하며 2루 땅볼로 솎아내 승계주자의 실점을 막았다. 7회에도 장성호-김태균을 과감한 몸쪽 직구로 연속 3루 땅볼로 잡아냈다. 비록 최진행-이대수에게 연속 안타를 맞고 마운드를 내려갔지만 부산 관중들은 그에게 뜨거운 박수갈채를 아끼지 않았다.
최대성은 "첫 등판이지만 기분 좋은 긴장감이 들었다. 시범경기 때는 전력 분석 차원이었다면 오늘(7일)은 승패가 달려있는 경기라 조금 더 긴장했다"며 "처음에는 마운드의 땅이 고르지 않아 왼쪽 디딤발이 미끄러져 제구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땅을 고른 뒤 제구가 안정되면서 제대로 된 공을 던질 수 있었다"고 말했다.
그는 "팬들이 구속 나오는 걸 보며 환호하셨는데 그때마다 살짝 살짝 소름이 돋았다"고 표현했다. 이날 최대성은 최고 157km 포함 직구 평균 구속 152.7km로 한화 타자들을 힘으로 제압했다. 제구도 낮게 낮게 이뤄져 아웃카운트 3개를 모두 땅볼 아웃으로 잡아냈다. 투수 출신 이문한 롯데 운영부장도 "공도 빠르지만 제구가 낮게 돼 더욱 위력적이었다"고 호평했다.
최대성도 "구속보다는 제구에 신경 쓰며 던지도록 하겠다. 지금 내 제구에 점수를 매긴다면 50점"이라며 만족하지 못했다. 이어 "주자를 남겨둔 상황에서 내려왔는데 이명우 선배가 마무리를 잘해줘 기분 좋게 시즌을 시작할 수 있게 됐다"며 뒤에 나와 실점없이 잘 막아낸 좌완 이명우에 대한 감사한 마음도 잊지 않았다.
불펜에 고민이 많았던 롯데도 최대성의 화려한 귀환으로 대안을 마련했다. 물론 이제 한 경기밖에 하지 않았고, 불안한 모습도 내비쳤지만 결과가 좋아 자신감이 생겼다는 건 고무적인 부분이다. 최대성은 "이대호 선배와 (장)원준이가 빠졌지만 홍성흔 선배 말처럼 팀이 하나로 똘똘 뭉치면 좋은 야구를 할 수 있을 것"이라고 자신했다. 그 중심에 바로 돌아온 파이어볼러 최대성이 있다. 롯데에게는 개막전 승리 그 이상의 의미있는 수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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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