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체스' 김성호, "양성우에게 5년만의 설욕 통쾌"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4.08 07: 57

"산체스~ 남자네 남자".
지난 7일 사직구장. 한화와의 개막전을 앞둔 롯데 덕아웃에서 외국인 투수 쉐인 유먼이 지나가는 한마디로 '산체스'를 보고 말했다. 신인 사이드암 투수 김성호(22)가 바로 그 산체스. 멕시코인을 연상시키는 피부와 콧수염으로 무장한 김성호는 팀 내를 넘어 모든 야구팬들에게도 '산체스'로 통한다. 유먼의 말대로 '산체스' 김성호는 남자다운 기질이 다분한 사나이였다.
이날 김성호는 3-1로 리드하던 8회초 5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올랐다. 프로 데뷔전. 첫 타자는 같은 신인으로 개막 엔트리에 진입해 대타로 데뷔 첫 타석을 맞이한 양성우였다. 신인 투타 맞대결에서 김성호는 초구부터 거침없이 스트라이크를 잡더니 5구째 바깥쪽 공으로 양성우를 루킹 삼진 처리했다. 후속 이여상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줬지만 정범모를 병살타로 유도하며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데뷔 첫 경기에 귀중한 홀드를 따냈다.

경기 후 김성호는 "약간 통쾌함을 느꼇다"며 웃었다. 김성호가 말한 '통쾌함'이란 바로 양성우를 삼진으로 잡아낸 순간. 김성호는 "2007년 봉황대기 결승 때 양성우에게 끝내기 몸에 맞는 볼을 내준 적이 있다. 프로에서 첫 삼진을 양성우한테 잡아내 기분이 좋았다. 약간의 통쾌함을 느꼈다"는 말로 화제의 신인다운 패기를 보였다.
김성호와 양성우는 각각 덕수고와 충암고 3학년에 재학 중이던 2007년 봉황대기 결승전에서 우승컵을 놓고 맞대결한 기억이 있다. 김성호는 1-1로 팽팽히 맞선 연장 12회말 1사 1·2루 위기에서 마운드에 올랐다. 첫 타자를 볼넷으로 내보내 만루 위기를 맞이한 김성호는 충암고 1번타자 양성우에게 끝내기 몸에 맞는 볼을 허용하며 무릎을 꿇었다. 악바리 근성이 강한 양성우는 김성호의 몸쪽 공을 피하지 않고 그대로 맞으며 우승의 주역이 됐다. 
5년 전 고교 시절 아픔을 프로 첫 무대에서 만나 깨끗하게 설욕했으니 김성호로서는 통쾌함을 느낄 만했다. 데뷔 첫 경기부터 2점차 리드 상황에서 8회 필승조로 등판할 만큼 팀 내에서 차지하는 비중과 기대치가 몰라보게 커졌다. 하지만 김성호는 "긴장하지 않고 자신있게 내 공을 던지고 싶다"는 신인다운 '깡다구'를 유감없이 보여줬다.
물론 데뷔전이었던 만큼 떨리는 건 있었다. 특히 1사 후 이여상에게 몸에 맞는 볼을 내주며 흔들릴 뻔했다. 하지만 포수 강민호가 이 순간 타임을 걸고 마운드에 올라가 김성호를 다독였고 병살타로 깔끔하게 이닝을 마쳤다. 김성호는 "민호 형의 사인을 믿고 던졌다. 올 시즌 어떤 역할을 하든 최선을 다해 팀의 디딤돌이 되고 싶다"고 다짐했다.
'산체스' 별명에 대한 애정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산체스 별명 덕분에 사람들이 더 잘 기억해주는 것 같아 기분이 좋다"며 웃어보였다. 그가 마운드에 자주 나와 막아낼수록 '산체스'라는 별명보다 '김성호'라는 이름이 더욱 빛나게 될 날이 찾아올 것이다. 5년 전의 아픔을 깨끗이 되갚아준 오기와 깡다구라면 충분히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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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박준형 기자 soul1014@ose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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