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김기태 신임 감독이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LG는 7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과의 개막전에서 6-3으로 승리, 올 시즌을 가벼운 발걸음으로 시작했다.
이날 승리는 김 감독이 올 시즌을 대비해 시도한 변화와 상대 투수 차우찬을 무너뜨리기 위해 세운 라인업이 성공을 거뒀다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비록 133경기 중 한 경기에서 얻은 성과일 수 있지만 김 감독은 시즌 시작부터 첫 승에 대한 부담을 던 것과 동시에 앞으로도 보다 과감한 선택을 꾀할 수 있게 됐다.

▲ 4번 타자 정성훈의 성공
올 시즌 김 감독은 4번 타자 자리에 정성훈을 투입, LG의 좌타 편중 현상을 정성훈으로 해결하려는 방안을 들고 나왔다. 김 감독이 정성훈에게 주문하는 역할을 다른 팀의 4번 타자와는 조금 다르다. 홈런 20, 30개를 치는 게 아닌 중요한 순간 안타 하나를 날려주는 ‘해결사’역할을 원하고 있다. 그리고 정성훈은 개막전부터 3타수 1안타 2타점의 맹활약을 펼쳤다.
김 감독은 거포는 아니지만 팀 내 오른손 타자 중 유일하게 타율 3할 이상을 기록할 수 있는 정성훈에게 기대를 걸었고 정성훈은 시즌 첫 경기부터 김 감독이 바라는 모습을 완벽하게 재현했다. LG는 3회 이병규(9번)의 만루포로 기선제압에 성공했고 정성훈은 4회 또다시 얻은 만루찬스에서 높은 직구를 놓치지 않고 좌중간을 가르는 2타점 적시타를 작렬, 경기 흐름을 완전히 LG로 가져오게 했다.
김무관 타격 코치는 시범경기 기간 동안 부진했던 정성훈을 두고 “날씨가 추워서 몸이 늦게 올라오고 있어서 그렇다. 분명히 정성훈은 4번 타자 자리에서 해결사 역할을 할 능력은 충분히 지니고 있다. 시즌이 개막되면 점점 더 좋아질 것이다”고 말한 바 있다. 일단 정성훈에게 붙었던 의문 부호는 개막전부터 사라졌다.
▲ 최동수 3번 타자 기용 적중
김 감독은 이날 개막전에 앞서 “개막전인 만큼 선발 라인업에 대해 고민 좀 했다. 선수들에게 캠프 때부터 하던 대로만 하자고 주문했다. 잘 해주리라 본다”고 자신감을 드러내며 3번 타자 겸 1루수로 최동수를 기용했다. 김 감독의 용병술을 완벽히 적중했다. 이날 경기에서 최동수는 2타수 1안타 2사사구를 기록, 네 번의 타석에서 세 번을 출루했다.
최동수는 1회초 첫 타석부터 차우찬의 유인구를 참아내 볼넷으로 1루를 밟았고 3회초에는 만루홈런의 발판이 된 우전안타를, 4회초에는 정성훈의 2타점 적시타 전에 몸에 맞는 볼로 출루했다. 수비시 2루 송구에서 아쉬운 모습을 보여주긴 했지만 베테랑답게 노련함을 앞세워 중심 타선에서 자기 역할을 해냈다.
최동수는 지난해 11월 2차 드래프트를 통해 1년 반 만에 다시 LG 유니폼을 입었다. 당시 김 감독은 최동수로부터 기량 외에 고참으로서 선수단을 이끌어가는 역할을 기대했고 최동수는 전지훈련 기간 내내 모범적으로 후배들을 리드했다. 비록 올 시즌 최동수는 붙박이 1루수가 아닌 이병규(7번)와 함께 플래툰 체제로 돌아가며 그라운드를 밟은 확률이 높지만 여전히 팀의 중심에서 주어진 역할을 해낼 수 있다는 것을 개막전에 증명했다.
▲ 리즈의 완벽한 마무리
우완 강속구 외국인 투수 레다메스 리즈의 마무리 전향은 김 감독으로선 회심의 카드였다. 김 감독은 취임식부터 마무리의 중요성을 강조, “반드시 7, 8, 9회에 강한 팀을 만들겠다”고 다짐했고 결국 지난해 11승을 올리고 164⅔이닝을 소화한 선발투수를 마무리로 전환하는 초강수를 뒀다. 분명 리즈는 팀 내에서 마무리로서 가장 적합한 구위를 지니고 있지만 선발진 난국이 예상되는 상황에서 이미 성공한 선발투수를 불펜으로 돌린 점, 그리고 리즈 본인이 마무리 경험이 전무하다는 불안요소를 지니고 있었다.
하지만 리즈는 첫 번째 공식 무대에서 최고구속 155km의 직구를 앞세워 삼자범퇴 2탈삼진을 달성, 마무리 투수 합격점을 받았다. 8회말 무섭게 추격하던 삼성의 분위기를 완전히 잠재우며 위기 없이 완벽하게 뒷문을 닫아버린 것이다. 경기 후 김 감독은 “리즈가 오늘 잘했다.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김기태호는 어쩌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는 개막전을 치렀다. 8회말 불펜진이 불안한 모습을 보인 것을 제외하면 모든 게 계획대로 흘러갔다. 김 감독은 “앞으로 많은 경기를 이기고 또 많은 경기에서 질 것이다. 우리는 우리가 준비했던 그대로 시즌에 임하면서 더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라며 개막전을 승리로 장식하고 나서 다시 한 번 올 시즌 각오를 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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