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디션프로는 어떻게 영화에 녹아들었나..희망 VS 잔혹
OSEN 최나영 기자
발행 2012.04.08 09: 30

국내외 TV쇼를 강타한 오디션 프로그램의 인기. '최후의 1인'을 향한 경쟁으로 대중을 열광케하는 오디션 프로그램은 어떻게 영화에 녹아들었을까?
지난 1월 설 대목을 강타한 한국영화 '댄싱퀸'(이석훈 감독)에서는 원조 댄싱퀸 엄정화가 '슈퍼스타K' 오디션에 참가하는 모습이 그려져 눈길을 끌었다.  
영화 속 오디션 프로그램은 여주인공에게 오랜 꿈이자 희망이다. 왕년에 잘나가던 신촌마돈나였지만 결혼 후 평범한 주부로 살던 그녀는 평생의 꿈인 댄스가수가 될 기회를 이 오디션을 통해 얻게된다. 우연히 나갔던 '슈퍼스타K' 오디션에서는 독설을 들으며 탈락하지만, 이를 눈여겨본 소속사 사장에 의해 댄스가수 멤버 제의를 받게 되는 것. 그렇게 엄정화는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결국 댄스 가수에 도전하게 되며 '제 2의 인생'의 새 장을 연다. 

말랑말랑한 이야기지만, 전혀 없는 얘기만은 아니다. 실제로 걸그룹 미쓰에이의 수지는 '슈퍼스타K'에 도전했고, 본선에 진출하지는 못했지만 당시 경연장에서 그를 눈여겨 본 JYP 직원에 의해 JYP 연습생이 되고 최단기간에 걸쳐 데뷔하게 됐다.
'슈퍼스타K'나 '보이스 코리아', 'K-POP 스타' 같은 음악 위주의 오디션 프로그램이 국내에서 큰 인기를 얻는 것과 맞물려, 국내 미디어들은 이들 오디션 프로그램을 통해 불가능할 것 같았던 가수란 꿈을 '쟁취'하고 뭐든 할 수 있다는 '희망'을 보여주는 역할이 강하다.
하지만 이런 '희망'이 다른 한편에서는 절망이다. 최근 오디션-리얼리티 프로그램을 또 한 번 흥미롭게 조명한 영화가 있다. 지난 5일 국내 개봉한 외화 '헝거게임:판엠의 불꽃'(이하 헝거게임, 감독 게리로스)이다. 수잔 콜린스의 동명 베스트셀러를 영화화 한 '헝거게임'은 개봉과 동시에 미국 박스오피스를 초토화시키며 신기록을 세워나가고 있는 화제작이다.
'헝거게임'은 12개의 구역으로 이루어진 독재국가 '판엠'이 체재를 유지하기 위해 만든 생존 전쟁 헝거게임을 위해 일년에 한 번 각 구역에서 추첨을 통해 두 명을 선발, 총 24명이 생존을 겨루게 되는 것을 생중계하며 이를 '권력자들'이 즐기는 모습을 드라마화했다.
'헝거게임'은 누구를 죽여야 내가 사는, 생존 게임이란 설정으로 일본영화 '배틀 로얄'과 비슷하다는 반응을 얻기도 하지만, '헝거게임'은 게임 그 자체 보다도 그를 둘러싼 자본주의,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관음주의 속성, 미국 대중문화에 대한 비판에 더욱 무게를 실은 듯한 느낌이다.
무자비한 살인게임은 영화 속에서 '슈퍼스타K'같은 오디션 프로그램으로 전락한다. 주인공들은 목소리가 아닌 '생존력'으로 1위의 자리를 노린다. 사람들의 뜨거운 환호 속 TV쇼에서 소비되는 주인공들은 내가 살기 위해 누구를 죽이지만, 보는 이에게는 단순한 '피의 재미'다. 하지만 이 와중에서 정작 이 게임의 가장 윗꼭대기에 있는 스노우 대통령은 '희망'을 이야기한다.
게임의 피날레를 화려하게 장식하기 위해 투입하는 무시무시한 살인 동물과 보는 이를 자극시키 위해 사용되는 러브라인 등은 때로 '조작 논란'에 휩싸이기도 하는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잔혹성을 보여주기도 한다. 우승자가 갖는 달콤한 영광 뒤 21세기 미디어가 갖는 속성, 그 다층적 메시지를 흥미롭게 녹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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