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에 어려움 다 겪었더니….."
이만수(54) SK 감독이 개막 첫 승에도 불구하고 담담한 표정을 풀지 않았다. 경기 중에도 작년과 같은 큰 액션은 보여주지 않았다.
7일 문학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개막전 KIA와의 홈경기를 6-2 승리로 이끈 이 감독은 정식 사령탑 첫 승에 대해 "다 선수들이 잘해준 덕분"이라면서도 "작년에 다 했는데… 무슨"이라며 웃었다. 경기 전 "개막전인데 마음이 오히려 편하다. 그래서 감사한 마음이 든다"면서 "작년에 그렇게 마음 고생을 해서 그런 것 같다"고 말하며 담담해 했던 모습 그대로였다.

실제로 이 감독은 지난해 8월 20일 사직 롯데전에서 5-2로 승리, 사령탑 첫 승을 기록했다. 당시 이 감독의 신분은 '대행'이었지만 승리는 감독 경력에 포함된다. 그렇지만 이 감독은 그 승리의 기쁨을 제대로 만끽하지 못했다. 바로 이틀 전 김성근 전 감독이 물러나고 임시 사령탑에 오르는 과정에서 수많은 안티팬들로부터 비난을 한 몸에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그 비난은 포스트시즌을 통해 가라앉았지만 여전히 지속되고 있다.
레전드 올스타 베스트 최다득표를 받으며 전국적인 인기를 누렸던 이 감독이었기에 그 충격은 상당히 컸다. '팬 프렌들리'를 외쳤던 이 감독의 행동도 어느새 좁아들었다. 하지만 감내하기 어려울 것 같던 시간을 견뎌내면서 감독이 얼마나 외로운 자리인지 깨닫는 계기가 됐다.
"선수시절에는 매년 개막전 때 정말 떨렸다. 그 강도가 한국시리즈 같았다. 개막전을 하고 나면 마치 10경기는 한 것 같더라"는 이 감독은 오히려 "이렇게 편안할 수 있어 감사한 일이다"면서 "선수들도 개막전이라 많이 긴장될 것이다"고 말했다.
또 이 감독은 "선수들을 모아놓고 '개막전은 133경기 중 한 경기일 뿐이다. 모든 경기를 다 이긴다는 생각으로 경기에 임하라'고 전했다"면서 "좀 황당했겠지만 그렇게 말해야 선수들이 긴장을 조금이나마 덜한다"고 설명했다.
2012시즌의 첫 경기를 승리로 장식한 이 감독이다. 하지만 매 경기 승리를 목표로 하고 있는 그의 표정은 이날 경기가 133경기 중 한 경기에 불과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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