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대화, "화장실 다녀오니 코치가 퇴장이라 전하데"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4.08 23: 30

"웬만하면 항의 안 하려 했는데…".
지난 7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롯데와 한화의 시즌 개막전의 화제는 한대화 감독의 퇴장이었다. 개막전 사상 첫 감독 퇴장의 불명예. 하루가 지난 8일 사직 롯데전을 앞두고 한 감독의 입을 통해 초유의 개막전 감독 퇴장 사태에 대한 이야기를 들을 수 있었다.
사건은 8회말을 앞둔 공수교대 시간에 벌어졌다. 정민철 투수코치가 구심을 맡은 문승훈 심판원을 따라다니며 강하게 항의했다. 8회초를 마친 뒤 잠시 화장실을 다녀온 한대화 감독은 항의하는 코치들의 모습을 보며 "뭐 때문에 그러냐"고 물었다. 돌아온 대답은 "감독님 퇴장당하셨습니다"였다. 8일 한 감독은 "나도 퇴장당한 걸 몰랐다. 화장실 다녀오니 퇴장당했다고 하더라"며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문승훈 심판원이 문제 삼은 부분은 한 감독의 제스처였다. 손가락을 머리에 빙빙 돌리며 판정에 이해할 수 없다는 제스처를 취한 뒤 화장실로 간 감독에게 문 심판원이 퇴장 조치를 내린 것이다. 화장실 다녀온 사이 영문도 모른 채 퇴장당한 한 감독은 해태 선수 시절 후배로 한솥밥을 먹은 문 심판원에게 "너도 나도 자식들이 다 TV 중계를 보고 있을 텐데 잘 해라"고 말한 것이 모독죄가 된 것이다. 이날 한 감독의 공식적인 퇴장 사유는 심판에 대한 불손 행위였다.
한 감독은 "개막전이라서 일부러 참았다. 그라운드에 나가서 항의한 것도 아니고 덕아웃에서 제스처를 취한 것 갖고 퇴장시키다니…"라며 답답한 마음을 감추지 못했다. 이어 "내가 무슨 힘이 있겠나. 퇴장이면 퇴장이고, 벌금을 내라면 내야 한다"고 자조 섞인 말을 뱉었다.
이날 애매한 판정이 반복되는 와중에도 한 감독은 "개막전이기 때문에 웬만하면 항의하지 않으려 했다. 3회 최진행의 타구는 노바운드인지 숏바운드인지 확인해야 했기 때문에 어쩔 수 없었다. 한상훈의 판단 미스도 있었다"고 인정했다. 다만 1회 2사 만루 이대수, 8회 선두타자 양성우의 루킹 삼진 때 나온 볼 판정에 대해서는 이해할 수 없다는 표정이었다.
동갑내기 친구인 롯데 양승호 감독도 한 감독의 퇴장에 "나도 뭐 때문에 퇴장당했는지 몰랐다"고 말했다. 이에 한 감독의 한마디가 걸작. "나도 몰랐는데 지가 어떻게 알아?" 초유의 개막전 감독 퇴장 불명예 속에서도 한 감독은 특유의 유머로 이겨내고 있었다. 구단 관계자들도 "이제 한 경기를 했을 뿐이다. 앞으로 132경기가 남아있다. 액땜한 것으로 친다"며 개막전 불운을 씻고 힘찬 도약을 다짐했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