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려 974일을 기다려온 승리였다.
롯데 투수 최고참 '퍼펙트맨' 이용훈(35)이 2년8개월 만에 승리와 입맞춤했다. 이용훈은 8일 사직구장에서 열린 '2012 팔도 프로야구' 한화와의 홈경기에서 선발 라이언 사도스키에 이어 4회부터 구원등판, 2⅓이닝을 1피안타 무사사구 무실점으로 막고 구원승을 따냈다.
이용훈의 마지막 승리는 2년하고도 8개월이 지난 오래 전의 일이었다. 2009년 8월8일 사직 삼성전에 선발로 나와 6이닝 4피안타 3볼넷 3탈삼진 1실점으로 퀄리티 스타트하며 선발승을 따낸 게 마지막 승리. 그 이후 2년간 승리와 인연을 맺지 못했다.

1군이 아닌 2군에 머무는 시간도 점점 많아져갔다. 하지만 지난해 9월17일 2군에서 한화를 상대로 프로야구 최초의 퍼펙트게임을 작성하며 반전의 계기를 마련했다. 올 시즌 5선발 싸움을 벌아며 1군 엔트리에 진입하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이날 롱릴리프로 시즌 첫 등판을 가졌다. 4회 무사 1루에서 마운드에 오른 이용훈은 희생번트로 이어진 1사 2루에서 장성호를 우익수 뜬공, 김태균을 2루 땅볼로 막으며 추가점을 허용하지 않았다. 이어 5회 최진행·고동진·이대수를 삼자범퇴로 요리한 이용훈은 6회 최승환에게 첫 안타를 맞았지만 이여상을 투수 앞 땅볼로 막은 후 이명우에게 마운드를 넘겼다.
경기 후 이용훈은 "한 타자, 한 타자 집중해서 승부했다. 경기 초반에 등판했기 때문에 우리 타선이 터져줄 것이라 믿고 한 구 한 구 혼을 담아 던졌다"며 타자들에 대한 절대적인 믿음을 나타냈다. 그의 믿음대로 롯데 타선은 4회에만 대거 7득점하며 전세를 뒤집었다.
이어 "오늘 몸 상태는 좋지 않았지만 내 공을 믿었다. 지금 아픈 곳은 없고, 체력 관리를 통해 동생등과 경쟁에서 지지 않고 열심히 해 팀에 보탬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다짐했다. 그는 롯데 투수진의 최고참이다. 존재만으로도 후배들에게 힘을 줄 수 있는 마운드의 정신적 지주. 2년8개월만의 시즌 첫 승은 그래서 더 큰 의미를 갖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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