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긴박했던 만큼 교체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어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절 믿고 내보내주셔서 안타도 쳤으니까요”.
데뷔 첫 안타와 타점을 올린 유망주의 눈시울은 붉게 물들어있었다. 두산 베어스의 포수 유망주 최재훈(23)이 김진욱 감독의 믿음에 보답하며 승리에 공헌한 데 대해 감격을 금치 못했다.
2008년 덕수고를 졸업하고 신고선수로 입단한 뒤 지난해까지 경찰청에서 복무하며 기량을 키운 최재훈은 공수를 겸비해 두산이 주목하는 포수 유망주 중 한 명이다. 그러나 두산은 그의 2년 선배인 젊은 주전 안방마님 양의지(25)를 보유하고 있어 최재훈이 출장 기회를 확실하게 잡기가 쉽지 않은 상태였다.

그러나 최재훈은 얼마 되지 않는 기회를 제대로 살렸다. 최준석의 역전 결승 2타점 3루타로 12-11로 앞선 8회말 2사 3루서 상대 마무리 손승락의 초구를 공략해 쐐기 1타점 중전 안타로 연결했다. 최재훈의 쐐기타 덕택에 9회초 경기를 매조진 스콧 프록터는 한결 안정된 기분으로 세이브를 올릴 수 있었고 김 감독도 좀 더 편하게 시즌 첫 승과 감독으로서 첫 승을 거둘 수 있었다.
경기 후 덕아웃에서 만난 최재훈은 약간 얼떨떨한 표정으로 자신의 포수 장비를 챙겼다. 쐐기타 순간에 대해 묻자 최재훈은 “손승락 선배의 슬라이더를 친 것이다. 몸쪽 코스는 버리고 바깥쪽 공을 주시하고 ‘멀리 본다’라는 느낌으로 들어갔는데 마침 안타가 되었다”라며 기뻐했다.
이야기를 하는 최재훈의 눈은 붉게 변해있었다. 첫 안타와 타점에 대한 기쁨의 눈물을 흘린 것인지 묻자 최재훈은 쑥스러워하며 “감동받아서요”라고 답했다. 최재훈이 감동받은 대목은 무엇일까.
“우리가 정말 멋진 경기를 펼친 것도 그렇고. 제가 타석에 나서던 상황에서 감독님이 절 믿고 타석에 내보내주셨다는 데 너무 감격해서 울컥했어요”. 최재훈이 타석에 들어서기 전 두산 야수진에서는 왼 종아리 근육통으로 인해 일찌감치 결장이 예정된 중심타자 김현수 외에도 오른손 대타요원인 윤석민이 있었다. 그러나 김 감독은 윤석민으로 교체하지 않고 최재훈의 방망이를 믿고 맡겼다.
“제게 기회가 많을 것이라고 생각하지 못했어요. 그저 ‘얼마 안 되는 기회가 오면 잘 잡아야겠다’라는 막연한 생각만 했을 뿐이라서요. 그런데 감독님께서 오늘 제게 기회를 주시고 2사 3루에서도 절 그대로 내보내 주셨던 데 감격했습니다. 제가 범타를 치면 한 점 차 박빙에서 9회초로 넘어갈 수 있었잖아요”.
자신이 자랑할 만한 1군 첫 기록이 생겼다는 기쁨이 아니라 감독에 대한 감사의 마음이 최재훈의 눈시울을 붉게 만들었다. 2년 전 개막 2차전서 우연한 기회를 통해 젊은 주전 포수 양의지를 얻은 두산. 최재훈이 2년 전 양의지처럼 두산의 ‘비밀병기’를 넘어 주전 안방마님감으로 명함을 내밀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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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산 베어스 제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