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자이언츠 운영지원 담당 조현봉 매니저는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자신의 휴대폰 고리를 바꿨다. 롯데 홈경기 상의 유니폼 모양의 휴대폰 고리에는 등번호 49번이 새겨져 있었다.
올 시즌 4번 타자로 낙점된 홍성흔의 맹활약을 기대하는 의미에서 달았다는게 조 매니저의 설명. 일본 무대에 진출한 이대호(오릭스) 대신 4번 중책을 맡게 된 홍성흔이 득점 찬스마다 한 방을 터트리며 양승호 감독에게 웃음을 선사하길 진심으로 바라고 있었다.
지난해까지 롯데의 4번 자리는 이대호만의 텃밭이었다. 그 누구도 넘볼 수 없는 자리였다. 이대호가 경기에 출장하지 않을때면 땜빵 역할을 맡는 경우는 더러 있었다. 이대호가 빠진 4번 공백을 메운다는게 결코 쉬운 일은 아니다. 속된 말로 '잘 해봤자 본전'이다.

홍성흔은 "부담이 되는 건 모두 버렸다. 컴퓨터 휴지통에 넣고 ‘삭제하시겠습니까’라는 질문에 예를 클릭하듯이”라고 재치있게 표현했다. 그저 4번 타자보다 4번째 타자라는 마음으로 직무에 대한 과도한 책임감보다 팀을 위한 희생정신을 중요시 여기고 있다.
홍성흔은 2010년 자신의 한 시즌 최다 홈런 기록을 세웠던 모습을 되찾기 위해 혼신의 노력을 기울였다. 현재로선 성공적이다.
홍성흔은 정규시즌 개막을 앞두고 "지난해 롯데 4번 타자였던 이대호가 일본으로 떠났는데 나는 4번 타자라고 생각하지 않고 중심타자라고 생각한다"면서 "이대호의 빈 자리를 잘 채워 이대호가 생각나지 않도록 하겠다"고 각오를 다진 바 있다.
홍성흔은 한화와의 개막 2연전 모두 4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장했다. 9차례 타석에 들어서서 7타수 2안타를 기록했다. 그리고 사사구 2개를 얻었다. 홍성흔에 대한 기대치에 비하면 두드러진 활약은 아니었지만 팀 승리에 조금이나마 힘을 보탰다. 롯데는 한화를 이틀 연속 누르고 산뜻하게 출발했다.
이대호의 일본 무대 진출 속에 고심에 빠졌던 롯데는 신(新) 4번 타자 홍성흔의 한 방을 주목하고 있다. '지성이면 감천'이라고 했던가. 조 매니저의 진심어린 마음이 홍성흔에게 전해진다면 이대호 공백에 대한 우려는 수그러들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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