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독님께서 많이 힘드셨을텐데 믿어주고 인내하셨다".
롯데 '정신적 지주' 내야수 조성환(36)에게 지난해는 기억하기 싫은 한 해다. 생애 첫 FA를 앞둔 마지막 시즌에 타율 2할4푼3리 6홈런 36타점으로 부진했다. FA 자격을 얻어 롯데와 재계약했지만 2년간 총액 7억5000만원으로 기대에는 분명 미치지 못했다. 지난해 부진에 발목이 잡혔다. 하지만 그는 롯데에 남아 명예 회복을 벼르고 있다.
이제 겨우 2경기밖에 치르지 않은 시즌 초반이지만 조성환 기세가 예사롭지 않다. 한화 괴물 류현진을 상대로 프로야구 개막 1호 홈런을 터뜨러디니 2경기 연속 멀티히트 포함 9타수 5안타 타율 5할5푼6리 1홈런 2타점 3득점 1도루로 종횡무진 활약하며 팀의 2연승을 견인했다.

조성환은 "예전 것을 찾아가는 중이다. 초반에 잘 맞고 있지만 아직 숙제가 많이 남아있다. 작년처럼 대처도 해보지 못하고 지는 타석을 줄이려 한다. 내 스윙을 하지 못했었는데 올해는 달라질 것"이라고 말했다. 시즌 초반인 만큼 섣부른 판단은 하지 않았지만 지난해 부진을 씻고자 하는 의지가 어느 때보다도 강하다.
조성환은 "사실 작년에는 눈이 잘 보이지 않았는데도 말할 수 없었다. 핑계거리가 되는 것만 같았다. 오히려 같은 포지션의 후배들이 나가는 게 낫다는 생각도 들었다"고 털어놓았다. 지난해 여름부터 조성환은 교정용 안경을 쓰고 경기에 뛰기 시작했다. 공이 뿌옇게 보이며 타격 밸런스가 무너졌다. 결국 시즌 후 라식 수술을 받고 개안했다.
부활해야 할 또 하나의 이유는 양승호 감독이다. 조성환은 "작년에 성적이 안 좋은데도 감독님께서 고참으로서 책임감을 믿어주고 인내하셨다. 감독님께서도 많이 힘드셨을 것이다. 올해도 작년과 같은 모습이라면 더 이상 감독님도 기다리지 않으실 것이다. 감독님을 위해서라도 타석에서 더 집중하고 수비에서도 한발짝씩 더 열심히 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부활이 절실하지만 그래도 조성환에게는 개인보다 팀이 더 먼저다. 그는 "2번 타순은 작전을 많이 필요로 한다. 번트든 강공이든 연결이 잘 될 수 있도록 상황에 맞게 하고 싶다. 병살보다 삼진이 나은 상황이 있는 것처럼 개인적인 것보다 연결시키는데 욕심을 두겠다. 감독님께서 마음 놓고 작전을 걸 수 있도록 잘 하겠다"고 다짐했다. '롯데의 리더' 조성환의 말이라면 믿고 기다릴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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