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 4번타자 김태균(30)은 개막 2연전에서 8타수 4안타 3타점으로 맹타를 쳤다. 그는 타격 만큼이나 수비가 좋은 선수로도 잘 알려져 있다. 그러나 지난 8일 사직 롯데전에서 나온 김태균의 수비는 명성에 맞지 않았다. 왜 그랬던 것일까.
김태균은 이날 결정적인 장면을 연출했다. 한화가 5-1로 넉넉히 리드하던 4회말 롯데 공격. 1사 1·3루에서 롯데 대타 손아섭이 한화 선발 안승민의 7구째 몸쪽 공을 받아쳐 1루 쪽 땅볼을 쳤다. 타구는 약간 느리게 굴러갔고, 한화 1루수 김태균이 1루 베이스 근처에서 공을 낚아챘다.
여기서 김태균은 공을 잡고 지체없이 오른쪽으로 돌아 2루를 향해 송구했다. 그러나 뒤늦게 베이스 커버를 들어오던 유격수 이대수에 향한 김태균의 송구는 정확하지도, 빠르지도 않았다. 3루 주자 강민호가 홈을 밟고, 1루 주자 김주찬과 타자 손아섭 모두 세이프됐다. 기록은 야수 선택. 그러나 이 플레이를 시작으로 롯데는 안타 4개와 볼넷 2개 그리고 희생플라이를 묶어 7점을 폭발시켰다.

패배의 화살은 아무래도 이해할 수 없는 2루 송구를 한 김태균에게로 향했다. 김태균이 손아섭의 타구를 잡았을 때 위치는 1루 베이스와 한 발짝 정도밖에 차이 나지 않은 근거리였다는 점에서 아쉬움은 더욱 커진다.
당시 상황에서 김태균이 선택할 수 있는 플레이는 크게 3가지였다. 1루 베이스를 먼저 밟고 타자 주자를 아웃시키거나 홈으로 송구해 3루 주자의 득점을 막는 것 그리고 김태균이 취한 2루 송구가 바로 그것이다. 핵심은 역시 쉽게 밟을 수 있었던 1루.베이스를 왜 밟지 않았느냐에 있다.
김태균이 1루 베이스를 밟지 않은 건 기본적으로 더블플레이를 염두에 둔 것이었다. 김태균이 1루 베이스를 밟아 타자 주자 손아섭이 아웃되면 1루 주자 박종윤과 3루 주자 강민호를 반드시 태그 아웃시켜야하는 상황이었다. 병살을 유도하기 위해 김태균은 1루 베이스를 포기하고 과감하게 모험을 걸었다.
그러나 김태균의 2루 송구가 예상치 못한 건 유격수 이대수의 베이스 커버에서 잘 나타난다. 김태균이 공을 잡았을 때 이미 2루로 스타트를 끊은 1루 주자 박종윤은 완벽한 세이프 타이밍이었고, 이에 이대수는 베이스 커버에 대한 생각을 미처 하지 못했다. 전체적으로 내야 콜 플레이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장면이었다.
결국 이 선택이 도화선이 되며 순식간에 4점차 리드가 3점차 열세로 이어졌다. 5-1로 리드하고 있었기 때문에 결과론적으로 점수를 한 점 주더라도 아웃카운트 하나를 늘리는 것이 효과적이었다. 결정권을 갖고 있던 김태균의 판단이 틀린 것도 있지만 판단을 도와줄 콜 플레이가 이뤄지지 않은 것에서 한화의 부족한 조직력이 나타났다. 타구를 잡을 때 가까이 위치한 1루 베이스가 야속하게 느껴질 정도로 아쉬움이 남는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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