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과 3개월 전만 해도 각각 ‘볼프스부르크 벤치 워머’와 ‘함부르크 최고 유망주’로 서로 다른 지위를 가졌던 ‘분데스리가 코리안 듀오’ 구자철(23)과 손흥민(20)의 입지가 완전히 뒤바뀐 모습이다.
볼프스부르크 소속 당시만 해도 벤치 탈출의 기미가 보이지 않았던 구자철은 현재 아우크스부르크에서 펄펄 날고 있는 반면, 함부르크의 기대주로 높은 신뢰를 받았던 손흥민은 이제 필드에서 모습을 찾아보기 힘들 만큼 존재감이 약해졌다.
구자철의 경우 아우크스부르크 임대를 결정하기 전까지 심하게 말하면 유령 선수에 불과했다. 아시안컵 활약을 앞세워 독일무대에 입성했지만 눈높이 자체가 ‘우승’이라는 높은 곳에 가 있었던 볼프스부르크의 펠릭스 마가트 감독은 구자철을 외면했고 자연스레 벤치를 지키는 시간이 많았다.

그러나 지난 1월 아우크스부르크 임대 이후 사정은 180도 달라졌다. 기회가 주어지자 자신의 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근 1년간이나 신고하지 못했던 독일 무대 데뷔골은 물론 지난 7일(이하 한국시간) ‘독일 최강’ 바이에른 뮌헨을 상대로도 시즌 4호골을 터트리며 4경기 연속 공격포인트(3골1도움)를 이어가는 등 팀의 에이스로 올라섰다. 구자철의 활약에 힘입어 아우크스부르크 역시 후반기 10경기에서 3승5무(2패)를 수확하며 강등권 탈출의 힘찬 시동을 걸었다.
구자철 임대 이후 아우크스부르크가 거둬들인 승점 14점은 벌써 팀이 전반기 19경기에서 수확한 승점(16점)에 육박하고 있다.
처음엔 반신반의했던 동료들과 코칭스태프 역시 이제는 구자철에 전폭적인 신뢰를 보이고 있고 지역지 아우크스부르크 알게메이네는 구자철을 1부 잔류의 전도사로 인정하고 있다.
반면 손흥민은 전반기를 마친 지난해 12월까지만 해도 꾸준히 출전기회를 보장받으며 후반기 활약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던 게 사실이다. 하지만 1월 이후 손흥민은 조커의 기회마저 상실한 채 벤치 신세로 밀려났다. 그 사이 팀 성적도 18개 구단 중 14위로 추락, 이제 강등을 걱정해야 될 처지에 몰렸다.
손흥민은 9일 새벽 열린 레버쿠젠과 홈경기 역시 단 3분 출전에 그치며 중용되지 못했다. 팀에 최악의 위기가 닥쳤음에도 토르슈텐 핑크 감독이 손흥민을 반전 카드로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은 그의 미래를 더욱 어둡게 하는 대목이다.
물론 지난 3개월간 그랬듯 앞으로 또 어떻게 운명이 바뀔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하지만 그 동안의 활약상을 뒤로하고 현재만을 놓고 봤을 때 구자철과 손흥민, 각각의 입지는 물론 소속팀의 운명까지 뒤바뀐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nomad7981@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