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일 한화와의 개막전을 앞둔 롯데 양승호 감독의 표정에는 근심이 서려 있었다. '안방마님' 포수 강민호(27) 때문이었다. 경기 전 스트레칭 도중 허리를 삐끗하며 통증을 호소한 것이다. 양 감독은 "오늘 하루가 중요한 게 아니다. 앞으로 132경기가 중요하다. 절대 무리하지 말고 잘 판단하라"고 주문했다.
하지만 연이틀 강민호는 경기 출장을 강행했고, 교체없이 경기 시작부터 끝까지 안방을 지켰다. 허리 상태가 완전치 않지만 개막 2경기에서 공수 맹활약을 펼치며 달라진 팀의 연승을 이끌었다. 7타수 5안타 타율 7할1푼4리 2타점 1볼넷 1사구. 3번 전준우와 4번 홍성흔을 뒷받침하는 5번타자로 클린업 타자다운 면모를 보였다. 중요할 때 방망이로 치는 것 뿐만 아니라 밀어내기 볼넷도 얻었다. 이는 8일 경기의 결승점이었다.
하지만 강민호의 진정한 가치는 포수 본연의 역할에서 잘 나타난다. 양승호 감독은 "강민호가 리드를 참 잘해준다"라는 말로 안방마님 강민호에 대한 믿음을 드러냈다. 중요한 순간마다 마운드에 올라 투수들의 부담을 덜어주는 한마디로 용기를 북돋아줬다. 개막 2경기에서 새로운 필승카드로 떠오른 최대성과 김성호가 그랬다.

3년11개월 만에 복귀전을 가진 최대성이 6회초 2사 2·3루 긴박한 상황에 오르자 강민호는 "야, 긴장했냐? 웰컴백"이라는 농담으로 어깨에 잔뜩 들어간 힘과 긴장을 풀어줬다. 8회초 1사에서는 김성호가 이여상을 몸에 맞는 볼을 출루를 허용하키자 곧장 마운드에 올라 "가운데만 보고 던져라. 네 볼이 좋으니 자신있게 하면 된다"고 이야기했다. 좋은 타이밍에 마운드에 올라 좋지 않은 흐름을 끊었고, 이는 후속 타자의 병살타로 연결됐다.
롯데 구단 관계자들도 "강민호가 정말 노련해졌다. 경기 흐름을 읽는 능력이 확실히 좋아졌다. 정말 든든하다. 팀에 없어서는 안 될 선수"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확실한 백업 포수가 없는 만큼 강민호가 얼마나 자신의 컨디션을 잘 유지하느냐에 따라 롯데의 전력도 하늘과 땅 차이를 보이게 된다. 개막전에서 강민호의 허리 통증에 양승호 감독이 근심 어린 표정을 지은 것도 그의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강민호도 "몸 상태가 완전하지 않아 100% 컨디션은 아니다. 하지만 오히려 타석에서 힘이 빠지니 결과가 좋다"면서도 "공격보다 수비에 집중하려 한다. 부상이 있지만 서서히 극복하겠다"고 자신했다. 강민호의 건강은 곧 롯데의 전력이다. 한층 노련해진 강민호는 롯데의 전력에서 어느 누구도 대체할 수 없는 절대적인 존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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