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샛별’ 서건창, “군입대, 지금 생각해도 잘한 선택”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4.10 07: 41

“부모님께서 결승타 장면은 못 보셨어요. 두 분 다 바쁘셨거든요”.
팔꿈치 부상에 이은 방출과 현역 입대. 3년 전 야구 인생이 끝날 뻔 했던 유망주는 개막전 결승타로 단숨에 팬들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지난 7일 두산과의 경기서 2타점 역전 결승타로 팀의 개막전 승리를 이끈 넥센 히어로즈의 신고선수 출신 내야수 서건창(23)의 야구인생은 굉장히 굴곡이 심했다.
송정초-충장중-광주일고를 거쳐 2008년 LG에 신고선수로 입단했던 176cm 80kg 체격의 우투좌타 내야수 서건창은 학창 시절 아마추어 관계자들로부터 ‘야구를 알고 하는 유망주’라는 평을 받았다. 실제로 2007년 3월만 해도 연고팀인 KIA 타이거즈가 고교 동기 정찬헌(LG, 공익근무 중), 화순고 김선빈(KIA) 등과 함께 1차 지명 후보로 놓았던 선수다. 백핸드 수비가 약하기는 했으나 기본적인 작전 수행 능력이 굉장히 뛰어나고 야구센스를 갖췄기 때문이다.

그러나 왜소한 체구와 팔꿈치 부상으로 드래프트서 지명받지 못하고 신고선수로 프로 문을 두드려야 했다. 명문대학의 러브콜도 있었으나 여유롭지 못한 집안 사정으로 인해 가산에 보탬이 되어야 했기 때문이다. 서건창은 2008년 6월 1일 LG와 정식계약을 맺었으나 1년이 채 넘은 순간 또다시 팔꿈치 부상으로 인해 결국 수술 후 방출 수순을 밟았다.
고향인 광주에서 현역병 복무 후 제대와 함께 넥센에 입단 테스트를 받고 신고선수 입단한 서건창. 야구에 대한 간절함으로 다시 프로 무대를 노크한 그에게 넥센은 기회의 땅이 되었다. 주전 2루수 김민성의 발목 부상을 틈 타 개막 2연전 선발 출장 기회를 얻은 서건창은 7일 경기서 5회 상대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의 체인지업을 공략해 2타점 역전 결승 중전 안타를 때려내는 등 2경기서 8타수 2안타(2할5푼) 4타점을 올렸다.
2연전 동안 수비 실수도 나오기는 했으나 몸을 사리지 않는 슬라이딩 캐치도 시도하는 등 좋은 플레이로 팬들의 눈을 사로잡고 있다. 8일 경기를 앞두고 만난 서건창은 어안이 벙벙한 표정을 지으면서도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는 분명히 밝히는 등 패기넘치는 모습을 보였다.
다음은 서건창과의 일문일답이다.
-개막전 결승타를 축하한다. 어떤 구질을 공략한 것인가.
▲ 체인지업을 때려냈다. 당시에는 나도 잘 몰랐고 안타를 치고 나가서야 알았다. 칠 때 타이밍이 완벽하지 않았는데 운 좋게 안타로 이어졌다.
-LG 시절 정식 등록 첫 날 인터뷰를 했던 기억이 난다. 그러나 1군 단 한 경기 출장 이후 기회가 없다가 결국 방출되고 말았는데.
▲ 스스로 준비가 덜 된 상태였다고 생각한다. 실력은 물론이고 정신적으로도 확실하게 프로 선수로서 자세를 정립하지 못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2008년 겨울 팔꿈치 수술을 받고 나서 재활하다 결국에는 방출되고 말았다.
 
 
-현역 입대를 결정하기 전까지도 다른 구단을 찾아봤던 것으로 알고 있다.
▲ 방출 이후에도 개인 훈련은 꾸준히 했다. 그리고 다른 구단에 테스트도 받아보려고 했는데 잘 안 되었다. 투수들처럼 팔꿈치 인대 수술을 받은 것이 아니라 뼛조각 수술이라 현역 입영 대상자였다. 그래서 일찍 군대를 다녀오자는 생각으로 향토사단에서 복무했는데 지금 생각해도 잘한 선택이라고 생각한다. 일찍 병역 의무를 마치고 다시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찾았으니까.
-지난해 10월 공개 테스트에서 스카우트와 구단 관계자들이 모두 12명의 야수들 중 1순위로 꼽았다던데 알고 있는가.
▲ 그저 열심히 하고 항상 집중하려고 노력했을 뿐이다.(웃음)
-김시진 감독이 칭찬하면서도 ‘수비 범위는 넓은 편이지만 정면 땅볼 타구 처리가 조금 미숙한 편’이라고 꼬집더라. LG 2군 시절에도 관계자로부터 '백핸드 캐치를 어려워한다'라는 평을 들었던 기억이 난다.
▲ 스스로도 수비에 대해서는 계속 보완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팀에서 내게 홈런을 바란다거나 하는 것이 아니라 작전 수행 능력과 좋은 수비를 원하기 때문이다. 실수를 두려워하기보다 도전하는 자세로 훈련과 경기에 임하는 것이 구단에 대한 내 도리다.
-부모님께서 결승타에 대해 많이 기뻐하셨을 것 같다.
▲ 많이 기뻐하시고 축하해주셨다. 그런데 정작 그 장면을 생중계를 통해서라도 직접 보시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광주에 계시는 데다 그 시간에 일하시느라 바쁘신 시간이다. 그래도 부모님을 기쁘게 해 드린 것 자체로 뿌듯하다.
-개막 엔트리에 이름을 올린 데 그치지 않고 1군 무대 첫 안타와 첫 타점까지 올렸다. 스스로 생각하는 올해 목표가 좀 더 커졌을 것 같다.
▲ 처음 목표가 개막 엔트리 진입이었는데 그 목표를 이룬 데다 뜻하지 않은 성과까지 올렸다. 그러나 아직 수치적인 목표를 세울 입지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주전-백업 보직을 가리지 않고 부상 없이 올 시즌을 꾸준히 풀타임으로 소화하는 것이 목표다. 그동안 발목을 잡았던 팔꿈치는 이제 정말 괜찮으니 부상없이 1군 무대에 꾸준하게 나서는 선수가 되고 싶다.(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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