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승 1패에 15득점 17실점. 시범경기서 투수진이 강했던 데 반해 최하위 팀 타율을 기록했던 것에 비하면 완전히 반대 양상이다. 넥센 히어로즈와의 개막 2연전서 1승 1패를 기록한 두산 베어스가 보여준 아쉬운 점은 무엇일까.
두산은 7일 넥센과의 잠실 개막전서 에이스 더스틴 니퍼트(31)가 갑작스러운 구위 저하로 인해 5⅓이닝 6피안타 5실점하는 바람에 2-6으로 패하고 말았다. 8일 경기서는 선발 김선우(35)가 4⅓이닝 11피안타 9실점하며 끌려가는 바람에 시종일관 밀리는 경기를 하다가 8회 타자일순 5득점하는 집중력을 발휘해 13-11 역전승을 거뒀다.
기록만 봤을 때는 표면적으로 믿었던 선발 원투펀치가 부진한 모습을 보였기 때문에 고전한 것을 1차 원인으로 볼 수 있다. 그러나 경기력을 살펴보면 투수진만이 아닌 야수진에서도 짙은 아쉬움이 묻어나왔다.

7일 경기 2-5로 뒤지고 있던 7회초 1사 2루. 넥센 2루 주자 장기영은 좌완 정대현의 견제에 걸려 협살 횡사 위기에 놓였다. 3루수 김동주가 견제구를 받은 뒤 협살에 나선 2루수 고영민에게 송구했으나 고영민이 앞으로 공을 받으러 나온 사이 장기영이 2루로 귀루했다. 1루수 오재원이 백업에 나섰으나 이미 장기영이 베이스를 밟은 이후였다.
대부분 주자가 투수 견제에 걸렸을 때는 수비진이 굉장히 유리해진다. 그것도 1사 1,3루 같은 이중 도루 가능성이 있는 상황이 아니라 주자 단 한 명에 불과했다. 김진욱 감독은 당시를 복기하며 “영민이가 도리어 당황한 것이 안타까웠다”라고 밝혔다.
“김동주가 송구한 타이밍은 빠르지 않았다. 그러나 고영민이 너무 앞으로 나와 장기영을 잡으려다 놓치고 말았다. 주자가 견제에 걸렸을 때, 그것도 단 한 명의 주자가 2~3루 간에서 걸린 것이라 우리가 성급하게 움직일 필요가 없었는데 보완해야 할 단점이 나오고 말았다. 시간이 많이 걸리지 않게 이런 점을 없애야 한다”.
그러나 8일 경기서도 아쉬운 부분이 나왔다. 일단 1회초 강정호에게 1루수 앞 2타점 내야안타를 내준 것을 먼저 꼽을 수 있다. 2사 2,3루서 강정호가 김선우를 상대로 친 3구 째는 홈플레이트 근처에서 높이 떠올랐다. 누가봐도 내야 뜬공이 되기 충분했던 순간이다.
그저 높게 뜬 상태에서 약간 우측으로 향한 타구라 일단 포수와 가장 가까운 위치였다. 게다가 아웃카운트 하나만 잡으면 되었던 만큼 내야 수비 시프트도 특별히 앞으로 당기거나 하지 않았다. 그러나 포수 양의지는 마치 1아웃에서 외야 플라이를 기다리는 것처럼 그저 홈플레이트를 지켰다. 결국 이를 1루수 최준석이 달려와 잡으려다 2타점 내야안타를 내주고 말았다. 바람이 심한 편이기도 했으나 일단 누가 먼저 달려들고 콜플레이를 했어야 하는 지 당시 상황에 대해서는 선수들이 먼저 되짚어 볼 필요가 있다.
2타점 역전 결승 3루타로 극적인 승리를 이끈 최준석은 당시 장면에 대해 “그 타구는 포수와 1루수, 3루수 중 한 명이 잡았어야 하는 공”이라며 “어떻게 보면 모두의 잘못이다. 그만큼 내 잘못이라고 볼 수 있겠다”라는 말로 반성했다. 역전승을 거뒀기 망정이지 만약 졌더라면 1회 2실점은 경기 패배에 대해 배터리와 내야 수비진의 연대책임으로 추궁받을 수 있었다.
또한 1-4로 뒤지고 있던 2회말 무사 1,3루서 나온 양의지의 좌익수 희생플라이에서도 아쉬운 장면을 찾을 수 있었다. 양의지의 뜬공 후 좌익수 장기영은 그대로 홈으로 송구했고 3루에 있던 최준석은 큰 체구를 열심히 움직여 홈을 밟았다. 그 사이 1루 주자 이성열은 그대로 1루에 머물러있었다.
결국 1사 1루서 손시헌의 땅볼은 2루수 앞 병살타로 연결되고 말았다. 만약 이성열이 양의지의 뜬공과 함께 1루에서 태그업을 미리 준비하고 있었더라면 두산은 1사 2루에서 다음 기회를 노릴 수 있었다. 그 다음 손시헌의 타구가 2루수 쪽으로 향했던 만큼 포수 출신임에도 발이 빠른 편인 이성열의 주력을 감안하면 2사 3루에서 추가 만회점을 노릴 수도 있는 찬스였다.
경기를 지켜본 한 야구인은 그 장면에 대해 “야구는 타석에서 잘하고도 그러한 작은 플레이 하나를 놓쳐 욕을 먹을 수도 있는 스포츠다. 누상에서도 다음을 생각하는 창의적인 플레이가 요구된 순간이다”라며 혀를 찼다. 8일 경기서 이성열은 5타수 2안타 1타점을 올리며 이종욱과 함께 팀 내서 2경기 연속 타점을 올린 유이한 타자였으나 누상에서의 아쉬운 모습으로 인해 일을 그르칠 뻔 했다.
김진욱 감독은 개막 직전 “선수들이 생각하는 야구를 펼치길 바란다”라는 이야기를 했던 바 있다. 그 이야기는 ‘반드시 이겨야 한다’라는 당연한 생각과 ‘내가 해결하겠다’라는 공명심이 아니라 현재 상황을 잘 파악하고 다음 플레이까지 염두에 두는. 창의적이고도 기본적인 ‘작은 야구’를 잘해야 한다는 이야기였다. 두산 선수단은 자신들이 2007~2008시즌 번트를 많이 시도하지 않으면서 '작은 야구'도 잘하며 한국시리즈에 진출했던 팀이었음을 되새겨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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