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병웅의 야구 기록과 기록 사이]희귀한 기록, 넥센 서건창의 ‘IP2’
OSEN 홍윤표 기자
발행 2012.04.10 11: 06

2012 두산과 넥센의 잠실 개막전(4월7일)에서 상대적 약체로 평가되던 넥센이 두산의 사실상 에이스인 지난해 15승 투수 더스틴 니퍼트를 상대로 집중타를 몰아치며 6-2로 역전승, 경쾌한 첫 발을 내디뎠다.
넥센의 이날 승리는 2008년 이후 줄곧 개막전을 승리로 도배해 온 두산의 개막전 팀 최다연승(5연승) 타이기록까지도 저지한 것이었는데, 그 작은 이변(?)의 중심에는 23살의 낯선 어린 선수가 있었다.
2008년 호남의 야구명문 광주제일고를 졸업했지만, 그 해 신인 드래프트에서 지명을 받지 못해 LG에 신고선수로 입단. 그러나 불과 1년여 만인 2009년 팀으로부터 다시 방출되는 신세가 되었고, 일반병으로 군복무를 마치고 난 뒤인 2011년 기량테스트를 거친 끝에서야 천신만고, 다시 넥센이라는 프로팀의 유니폼을 입을 수 있었던 서건창. 그가 개막전에서 대형사고(?)를 친 것이었다.

0-1로 뒤지던 5회초 2사 만루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넥센의 9번타자 서건창은 호투하던 니퍼트로부터 팬들의 예상을 뒤엎는 역전 2타점 짜리 중전적시안타를 때려냈고, 넥센은 그의 결승타 힘입어 개막전을 기분 좋은 승리로 장식할 수 있었다.
그리고 다음날, 개막전의 돌발 활약으로 한 순간에 주목을 받게 된 서건창은 재차 선발 2루수로 출장을 했는데, 이번에는 야구기록적으로 아주 희귀한 장면 하나를 팬들에 선사하며 또 한번 그의 이름을 확실하게 각인시키는 계기를 만들어냈다.
넥센이 5-4로 앞서가던 4회초, 선두타자로 나선 서건창은 초구 때 두산 김선우 투수의 허를 찌르는 기습 드래그번트를 시도하고 1루까지 전력질주, 슬라이딩까지 감행했지만 아슬아슬 간발의 차이로 아웃이 되고 말았는데….
그러나 공식기록지에 서건창의 아웃 장면은 1루수 최준석의 송구와 1루 커버를 들어온 고영민 2루수의 포구로 아웃(3-4) 된 것이 아닌, 생소한 기호인 ‘IP2’에 의한 아웃으로 올라와 있었다.
야구기록법상 ‘IP2’는 공식기록원들에게 있어서도 대단히 생소한 기록부호이다. 1~2년에 한 번 쓰일까 말까 하는 정도다. ‘IP2’란 언제 사용되는 기록부호이며 그 뜻은 무엇일까?
‘IP’는 illegally play의 약어로 비정규의 플레이, 즉 야구규칙에 위반되는 플레이가 나왔을 때 사용되는 기록용어이다. 야구규칙 에는 타자가 타격을 하는 과정에서 규칙에 어긋나는 플레이를 했을 경우, 반칙행위로 해당 타자를 규칙적으로 아웃 시키는 상황에 대한 내용이 담겨져 있다.
그 내용을 간략히 소개하면 다음과 같다.
1) 타자가 한쪽 발 또는 양쪽 발 모두를 타자석 밖에 두고 타격을 했을 경우 (점프하면서 타격하는 것도 반칙행위에 포함된다)
2) 투수가 투구 준비동작 중에 타자가 반대편의 타자석으로 자리를 옮겼을 경우
3) 타자가 반발력 향상을 위해 개조 또는 가공된 방망이를 사용하려 한 경우
 
이상 위의 3가지 상황이 타자의 타격 중 발생하거나 발견된 경우, 해당 타자에게는 반칙행위 사유로 인한 아웃이 선언된다.
이날 서건창의 아웃에는 1)번이 적용되었다. 물론 1루심에 의해서도 아웃선언이 내려지기는 했지만, 기습번트를 대고 달려나가는 과정에서 이미 서건창은 주심에 의해 아웃이 선언된 상태였다. 서건창은 마음이 급한 나머지 투구가 도달하기 전 앞으로 두어 발 달려나가며 번트를 시도했는데, 투구가 방망이에 닿는 순간 서건창의 발은 이미 타석을 벗어나 있었다. 설령 1루에서 살았다고 해도 원천 무효가 되는 상황이었다.
1996년 현대 박재홍 선수의 타격동작과 관련, 타격 순간 박재홍 선수의 한쪽 발이 타석 밖으로 벗어나기 때문에 부정타격 또는 반칙타격으로 봐야 한다는 주장이 거세게 인 적이 있었는데, 만일 그러한 어필로 아웃이 인정되었다고 한다면 박재홍의 기록은 역시 ‘IP2’가 되었을 것이다.
2009년 10월 22일 SK-KIA의 한국시리즈 5차전(잠실)에서 KIA의 이용규가 1사 1,3루 때 스퀴즈번트를 시도하는 과정에서 투수가 바깥으로 빼려고 던진 공을 점프하며 번트를 대 주자를 득점시키는데 성공한 적이 있었는데, 당시 주심이 이용규의 한 발이 아닌 두 발 모두가 타석에서 떨어진 상태로 번트를 댄 것이라고 판단했다면 이용규는 반칙행위로 아웃이 되며 그의 공식기록은 ‘IP2’로 남는다.
그러나 타자가 타석에서 같은 반칙행위로 아웃이 되었다고 해도 ‘IP2’가 아닌 ‘2T’로 기록되는 경우도 있다. 타자가 홈 플레이트 부근에서 포수의 수비를 방해(포구 또는 송구 등)해 아웃이 되었을 경우에는 ‘2T’로 기록이 남는다. 쉽게 말해 포수에 의한 태그아웃쯤으로 생각하면 된다.
그렇다면 ‘IP2’와 ‘2T’의 차이는 어디에 있을까? ‘IP2’는 타자가 타격을 하는데 있어 규칙상 위반된 행위를 저지른 경우에 적용된다. 반면 ‘2T’는 타격관련 규칙위반 자체가 아닌, 기타 실제 플레이상 법 저촉행위를 저지른 경우에 사용되는 기록부호라고 구분 지을 수 있다.
윤병웅 KBO 기록위원장
서건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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