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지노 "절친 정엽, 첫만남에서 빛이 나더라" [인터뷰]
OSEN 김경주 기자
발행 2012.04.10 15: 00

늦은 시간이었지만 극장 앞은 손에 무언가를 하나씩 든 여성들로 가득했다. 연극 '모범생들'이 끝나고 집에 가는 배우들에게 선물을 주고 그들의 얼굴을 한번이라도 더 보기 위해 기다린 팬들이었다.
시청률과 박스오피스가 나오지 않아 인기를 쉽사리 실감하지 못하는 상황에서 이 연극이 얼만큼 팬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그러나 정작 '모범생들'의 주연을 맡은 배우 황지노는 겸손했다. "팬들이 많던데요"라는 질문에 "아니에요"라며 웃어보였으니 말이다.

아마 대중에겐 '모범생들'의 황지노보다는 영화 '싸움의 기술' 속 '빠코' 황지노 혹은 SBS 예능프로그램 '스타애정촌-짝'의 순정남 황지노가 더 익숙할 듯싶다. 하지만 배우로서 그의 진면목을 발견할 수 있는 건 연극  '모범생들'이었다.
'나쁜 엘리트들의 백색느와르'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모범생들'은 명문 외고 3학년의 한 학급에서 상위 0.3%에 들기 위해 나쁜 짓까지 서슴지 않는 네 명의 학생들에 대한 이야기를 그리고 있다. 그리고 황지노는 극중 할 줄 아는 건 싸움밖에 없는 일자무식 종태 역을 맡아 열연을 펼쳤다.
그는 영화 '싸움의 기술'에서 이와 비슷한 역할을 맡은 바 있다. 바로 싸움짱 일진 '빠코' 역. '싸움의 기술'과 '모범생들' 두 작품 모두에서 황지노는 싸움을 잘하는 거친 남성의 역할을 맡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지난 6일 대학로에서 OSEN과 만난 황지노는 두 인물이 언뜻 보면 비슷해보일 수 있으나 조금은 다르다고 전했다.  
"두 캐릭터가 맥락은 비슷한데 조금은 달라요. '싸움의 기술' 빠코가 완전 나쁜 놈이라면 '모범생들'의 종태의 행동에는 이유가 있어요. 자신을 위해 공부를 가르쳐주겠다고 나선 극중 수환과 명준이가 너무 좋은거죠. 친구를 너무 좋아해서 움직이는 거에요."
'모범생들' 속 네 명의 주인공은 모두 '비정상적'인 인물로 그려진다. 0.3%의 인생을 살기 위해 부정행위도 아무 망설임없이 행하는 명준과 수환, 그리고 모든 계획이 실패로 돌아갔을때 거의 미친듯 행동하는 명준, '엘리트의식'으로 똘똘 뭉쳐져있는 민영까지. 그나마 극중 종태만이 세 사람 사이에서 균형을 이루며 정상적인 의식을 가지고 있는 인물로 그려진다. 
"사실 극중 인물들 중에는 정상이 없어요. 그런데 그나마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달라질 수도 있는것 같아요. 이번 연극은 더블캐스팅이라서 종태를 연기하는 사람이 저를 포함해 두명이거든요. 그런데 그 분의 '종태'와 저의 '종태'는 좀 달라요. 어떻게 연기하느냐에 따라 다른 거죠. 저는 종태 캐릭터에 나름대로의 정의감을 살리려고 노력한 것 같아요."
사람들이 가장 많이 황지노를 인식하고 있는 작품은 아무래도 '싸움의 기술'일 것이다. 극중 주인공이었던 전설적 싸움의 고수 오판수 역의 배우 백윤식과 부실한 고딩 송병태 역을 맡았던 배우 재희 뒤를 이은 세 번째 비중있는 인물이었으니 말이다. 영화 속에서 강한 캐릭터로 나온 황지노는 그 캐릭터 때문에 일어난 재밌는 에피소드를 들려줬다. 바로 '담배'에 얽힌 일화였다.
"저는 원래 담배를 못피는데 '싸움의 기술' 촬영 때문에 담배를 피워야했어요. 제가 26살때 담배를 처음 피워봤는데 원체 담배 피는 것을 싫어하거든요. 그런데 담배를 못 피면 어색하게 보일까봐 2달 동안 피면서 연습을 했죠. 그러니까 다들 어색하게 안보더라고요. 한마디로 담배 레슨을 받은 거죠. 그런데 촬영하면서 재희가 부상을 당하는 바람에 촬영을 쉰거에요. 저도 그래서 담배를 그동안 안폈죠. 그리고 다시 촬영을 시작해서 담배를 피려니 어지럽고 미치겠더라고요. 그러다구역질이 나서 토하고 난리도 아니었어요(웃음)."
황지노는 가수 정엽과 절친한 사이로 유명하다. 11년 전 해군 홍보단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은 그 이후로 지금까지 각별한 우정을 이어오고 있는 사이다. 그 인연으로 두 사람은 현재 같은 소속사 연예인으로도 함께 하고 있다. 황지노는 정엽의 첫 인상을 이야기해달라는 부탁에 얼굴에서 빛이 났다며 당시를 회상했다.
"정엽 형은 피부가 좋아서 당시 처음 봤는데 빛이 나더라고요. 원래 해군은 깔깔이가 지원이 안되거든요. 그래서 고참만 입고 있었어요. 제가 들어갔을 당시 정엽 형이 고참이어서 깔깔이를 입고 있는데 되게 멋있더라고요. 들어갔을 때 저만 따로 불러서 '궁금한거 있냐'라고 물어보더라고요. 되게 멋있는 사람이었어요(웃음)."
'스타 애정촌-짝'에서 황지노는 그룹 쥬얼리의 김은정만을 사랑하는 '순정남'의 모습을 보여주며 많은 여성 팬들의 가슴을 설레게 한 바 있다. 문득 '짝' 출연 당시 어땠는지 궁금해졌다. 되게 쑥스러웠단다. 그리고 다시 하면 잘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귀여운(?) 포부도 밝혔다.
"'짝' PD를 원래 알던 분인데 연락이 왔었어요. 그래서 고마우니까 나갔는데 되게 쑥스럽더라고요. 한 번도 예능을 해본 적이 없어서요. 다시 하면 잘 할 것 같은데. 저 요즘 예능감이 다시 올라오고 있거든요(웃음). 그런데 원래 제가 쑥스러움이 많아요. 그래서 배우라는 직업이 좋은 것 같아요. 연기를 하면서는 쑥스러울 필요가 없는거니까요. 제 천직인 것 같아요(웃음)."
쑥스러움이 많다면서 그는 어떻게 배우의 길을 생각했을까. 대부분 많은 사람 앞에 나서길 부끄러워하면 배우를 쉽게 떠올릴 수 없을 것 같은데 말이다. 그는 우연히 보게 된 한 연극에 매료가 돼 배우의 꿈을 키웠다고 전했다.
"방송반 활동을 하면서 처음엔 감독에 관심이 많이 있었어요. 그런데 연기를 하고싶다 생각한건 대학로에서 '늙은 도둑 이야기'라는 연극을 학창시절 봤었는데 라이브로 진행되는 연극이 가슴에 와닿더라고요. 배우들이 무대에서 땀을 흘리고 숨소리가 나고 그런 것에 매력을 느껴서 '무대 참 좋다, 해보고 싶다'라고 생각했었죠. 대학에서는 연기과를 다녔는데 막상 연기를 하고 싶었던건 아니고 '누구나 다 아는 스타가 되고 싶다'라는 생각에 들어갔어요. 그 때 한 연출가를 만났는데 케이블 TV에서 하는 '스타사관학교'라고 오디션프로그램을 소개해주셔서 나가게 됐죠. 그리고 그 프로그램의 심사위원 중 한 분이 대학로에서 연극을 연출하시는 분이었어요. 그 분을 만나서 처음 연극을 시작했죠."
아무래도 배우로서 다양한 장르에 도전하고 싶은 욕심이 있을 터였다. 특히 많은 관객과 만나는 영화라면 특히 그럴법했다. 영화 욕심은 없느냐는 물음에 "있다"고 대답한 그는 언젠가 자신에게 딱 맞는 역할이 왔을때 제대로 보여주고 싶다는 포부를 내비쳤다. 그리고 짐 캐리 같은 배우가 되고싶다는 이야기도 전해왔다.  
"영화에 욕심이 있죠. 그런데 언젠가 나에게 딱 맞는 역이 왔을때 제대로 보여주고 싶어요. 관객분들에게 보여주고 싶은건 멜로나 순정남 역할인데 제가 진짜 하고 싶은 역할은 질펀한 남자영화에요. 느와르물 있잖아요. 영화 '비트' 같은 거요. 깨작깨작거리는 것 말고 진실성이 있는 질퍽질퍽한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제 열정과 정열을 다 쏟아 부을 수 있는 그런 작품을 하고 싶습니다. 그리고 짐 캐리 처럼 어느 역할에도 다 어울리는 그런 배우가 되고도 싶어요(웃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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