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0만원 투자' 청주구장, 더 이상 진흙탕 오명은 없다
OSEN 이상학 기자
발행 2012.04.10 17: 28

예상대로 비가 내렸다. 한 번 빗방울이 떨어지면 적어도 이틀은 경기할 수 없다는 악명 높은 청주구장이지만 이번 만큼은 달랐다.
10일 청주구장. 한화-두산의 이날 경기는 일찌감치 우천 순연이 예상됐다. 전국적인 봄비가 예보된 가운데 시범경기에서 드러난 청주구장의 취약한 배수 시설에 발목이 잡힐 것으로 보였다. 문제는 한 번 비오면 땅이 굳기까지 최소 이틀이 걸리는 그라운드 사정이었다.
하지만 이날은 달랐다. 한화의 홈 개막전을 앞둔 지난 주말 문화예술체육회관 체육시설과 직원들이 총동원돼 그라운드의 흙을 새로 정비했다. 잔디가 죽을 대로 죽은 바람에 울퉁 불퉁해진 흙을 메우고 다진 것이다. 대전구장에 깔려 있는 '앙투카(en-tout-cas)'라는 배수가 좋아 육상 코트와 테니스 코트에 쓰이는 레드 클레이를 공수해 직접 일일이 작업했다. 시간이 촉박한 만큼 전면교체는 할 수 없었지만 최소한의 경기를 하도록 해놓았다. 

여기에 10일 당일에는 비가 내릴 것을 알고 철저하게 대비했다. 오후 12시30분부터 푸른색으로 된 가로·세로 100m 가량의 거대한 방수포 4개를 동원해 흙이 있는 내야 전 지역을 완벽하게 덮었다. 덕아웃 쪽의 비어있는 곳까지 덮어놓았다. 행여 바람에 날릴까 목재를 이용해 단단히 고정시켰다. 이 역시 전날 비 내릴 것을 대비해 미리 준비한 것들이었다.
비가 계속 내렸지만 그라운드가 젖을 일은 없었다. 구단 관계자들도 "어디에서 천막을 가져왔는지 완벽하게 방수했다"며 놀라워했다. 당초 10일 비가 내리면 11일에도 경기를 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 청주구장이었지만 이날은 철저한 준비와 재빠른 대처로 놀라움을 자아냈다. 청주시에서 내야 흙 작업과 방수포에만 약 2000만원에 가까운 거액을 투자했다. 한화 구단 관계자는 "청주구장 그라운드 문제가 불거진 후 청주시에서 신경을 많이 쓰고 노력해줬다. 우리로선 고마운 일"이라고 말했다.
대전구장 리모델링 공사로 한화가 5월초까지 임시로 쓰는 청주구장은 일정을 마치는 대로 인조잔디 공사 작업에 들어간다. 이번 작업은 지금부터 딱 한 달을 위한 긴급 조치로 청주시 관계자들의 의지와 노력이 담겨있는 장면. 미비한 시설과 환경을 시간과 노력으로 메웠다. 청주구장에 더 이상 '진흙탕 구장' 오명은 없다.
waw@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