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재훈-허경민, ‘화수분 명맥’ 이을 것인가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4.11 06: 23

한때 두산 베어스의 야구에는 ‘화수분 야구’라는 수식어가 붙었다. 생각지 못한 시점에 유망주가 출현해 팀 전력에 보탬이 되었기 때문이다. 신고선수 출신으로 국가대표로까지 성장한 손시헌, 김현수는 물론 방출생 신화를 쓴 이종욱, 3옵션 포수에서 주전 안방마님으로 자라난 양의지, 2차 5순위에서 주전급으로 도약한 정수빈 등이 ‘화수분 야구’의 총아다.
지난 2년 간 잠시 입구가 막혀있는 듯 했던 두산의 화수분이 다시 그 기능을 가동할 가능성이 크다. 주인공은 경찰청을 제대하고 복귀한 포수 최재훈(23)과 4년차 유격수 허경민(22)이다. 최재훈은 지난 8일 잠실 넥센전서 쐐기 1타점 중전 안타를 때려냈고 허경민은 그 뒤를 이어 좌중간 안타를 때려냈다. 모두 이들의 1군 첫 안타들이다.
지명순위는 달랐다. 덕수고 시절 강한 어깨와 날쌘 블로킹 능력을 보여주며 2007년 팀의 봉황대기 준우승을 이끌었으나 체구가 작아 드래프트서 지명받지 못하고 신고선수 입단한 최재훈과 달리 허경민은 광주일고 시절 탄탄한 수비를 자랑한 유격수로 충암고 이학주(탬파베이), 경북고 김상수(삼성), 서울고 안치홍(KIA), 경기고 오지환(LG) 등과 함께 주목받으며 2차 1순위 입단했다. 최재훈과 허경민은 모두 2009시즌 후 경찰청에 입대하며 다음을 기약했다.

‘1군 26인 엔트리가 모두 주전급이 될 수 있는 팀’을 표방하고 있는 김진욱 감독은 이들에 대한 기대감을 숨기지 않았다. “이미 도루 저지와 주자 견제는 팀 내 최고”라며 최재훈을 높이 평가한 김 감독은 “다만 타격 면에서 아쉽다. 2군에서 타점왕을 했다고는 해도 1군 투수들의 공을 대처하는 능력이 그리 뛰어난 편은 아니라 좀 더 경험을 쌓아야 한다”라는 말로 더 지켜보고 있음을 이야기했다.
허경민의 경우는 김 감독의 시선이 조금 다르다. 김 감독은 “경민이도 타격은 더 배워야 한다. 그러나 웬만해서 삼진을 당하지 않고 투수를 괴롭힌다는 점은 경민이의 가장 큰 장점”이라며 “타격 빼고 모든 것을 갖춘 선수다. 이런 선수를 1군에서 쓰지 않을 수 없다”라는 말로 믿음을 비췄다. 결정적인 순간 대주자, 대수비로 중용하겠다는 뜻이다.
야구에 대한 절실함을 갖췄다는 점은 이들이 화수분 야구 시즌2 주인공이 될 가능성을 더욱 키우고 있다. 8일 경기 후 최재훈은 눈시울이 붉어진 채로 “사실 내게 기회가 오지 않을 줄 알았는데 감독님께서 대타로 교체하는 대신 내게 타석에 설 기회를 주셨다. 감독님의 배려와 믿음에 갑자기 울컥했다”라며 데뷔 첫 안타와 타점 순간을 이야기했다. 아직 순진무구한 마음을 갖추고 순수하게 야구에 다가서는 선수라는 점을 알 수 있다.
허경민도 야구 욕심이 대단한 데다 진지한 마음을 갖춘 선수다. “개막 2연전 때 부모님께서 올라오셨는데 개막 엔트리에 포함되어 기쁘다”라며 웃은 허경민은 “상수의 민첩한 수비 움직임과 수비 자신감이 높아진 지환이의 포구 후 핸들링, 타격에 대한 확실한 안정감을 지닌 치홍이의 장점을 모두 습득해 언젠가 모두 이기고 싶다”라는 말로 고교 시절 라이벌들을 따라잡고 싶다는 뜻을 밝혔다.
물론 아직 1군 경험이 일천한 유망주들인 만큼 이들의 미래는 알 수 없다. 게다가 이들 포지션의 주전 선수들은 모두 확실한 강점을 지닌 선수들. 두산의 주전 포수 양의지는 나이 답지 않은 노련함과 듬직함을 바탕으로 안방을 지키고 있으며 타석에서 당겨치는 힘도 아직은 최재훈보다 월등하다.
주전 유격수 손시헌은 이미 골든글러브 2회 수상에 빛나는 국내 정상급 수비력을 갖춘 유격수. 현재 허경민이 아무리 좋은 수비력과 잠재력을 갖췄다고 해도 당장 손시헌을 넘기는 무리가 있다. 최재훈과 허경민 모두 일단 올 시즌은 백업 요원으로서 출장 기회를 노릴 예정. 허경민은 정규 훈련이 끝난 후 과외로 외야 수비 훈련까지 소화할 정도로 열성을 비추며 백업으로라도 1군에 꾸준히 버티고 싶은 마음을 보여주고 있다.
‘왕후장상’의 씨가 따로 있는 것은 아니다. 게으른 5툴 플레이어 유망주보다 오히려 성실한 팀 플레이어가 팀과 리그에 큰 도움이 되고 다른 후배들에게 좋은 본보기가 되게 마련이다. 누구 못지 않은 열정과 성실함을 지닌 최재훈과 허경민의 내일이 더욱 궁금한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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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재훈-허경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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