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넝굴당', 주연보다 빛나는 '깨알 조연' 셋
OSEN 김나연 기자
발행 2012.04.11 07: 37

KBS 2TV 주말드라마 '넝쿨째 굴러온 당신(이하 넝굴당)' 속 조연들이 주연배우 못지 않은 인기를 누리며 입소문을 타고 있다.
시청률조사회사 AGB닐슨미디어리서치에 따르면 지난 8일 방송된 '넝굴당'은 전국기준 34.3%의 시청률을 기록, 동시간대 1위를 고수하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이어갔다.
이같은 인기의 가장 큰 요인으로는 주연배우(유준상, 김남주, 윤여정)의 연기력이 가장 우선으로 꼽힌다. 고부간의 미묘한 신경전을 노련하게 표현하는 윤여정과 김남주의 연기 앙상블, 말투부터 패션까지 테리강 그 자체가 돼버린 유준상의 무결점 연기는 '넝굴당'을 명품드라마로 만들었다.

하지만 이 외에도 '넝굴당'을 더욱 풍성하게 하는 존재가 있었으니 바로 살아있는 조연 캐릭터들이다. 드라마 속에서 주연 못지 않게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깨알 조연' 캐릭터 셋을 꼽아봤다.
◆셀카중독 허세남 김원준(윤빈 역)
윤빈은 과거 잘 나가던 스타 가수였지만 현재는 장수빌라 옥탑방에 산다. 취미는 셀카찍기.
옥탑방 옥상에 놓아 둔 피아노에 누워(?) 셀카 찍기는 기본, 한 번 찍기 시작한 셀카는 다각도로 여러 장 촬영해 가장 잘 나온 사진 한 장을 건지는 완벽주의 성향을 지녔다.
지난 7일 방송에서 윤빈은 밥 사먹을 돈이 없어 옥탑방 현관에 기댄 채 고픈 배를 부여잡고 다각도에서 다수의 셀카를 촬영했다. 그리고는 자신의 홈페이지에 "내 영혼의 허기가 찾아오는 시간, 필요한 건 1리터의 눈물"이라는 허세글과 함께 가장 잘 나온 사진 한 장을 게재, 완벽주의 허세남으로 거듭났다.
이는 지난달 방송에서 윤빈이 일숙(양정아 분)에게 쫓겨 놀이터로 피신한 상황에서도 미끄럼틀에 앉아 셀카를 찍은 것과도 맥락을 같이 한다. 이렇듯 윤빈은 때와 장소를 불문한 거의 중독에 가까운 '셀카 신공'으로 시청자를 폭소케 하며 극에 활력을 불어 넣는다.
윤빈을 연기하는 김원준은 실제로도 90년대를 풍미했던 스타이자, 늙지 않는 동안 외모로 화제가 된 바 있어 역할에 대한 시청자들의 몰입은 더욱 쉬웠다는 반응이다. 뿐만 아니라 김원준은 극중에서 망가지기를 마다하지 않고 노래면 노래, 춤이면 춤까지 선보이며 역할에 완벽히 녹아들었다는 평을 얻고 있다.
◆감성형 원칙주의자 진경(민지영 역)
중학교 국어교사로, 모든 사람들에게 아이들 가르치듯 말하는 직업병이 있다. 취미는 원리 원칙 따지기, 시어머니에게 조목조목 반박하기, 백수 남편 교육하기 등이 있다.
극중 민지영은 시어머니와 남편 앞에서는 한없이 논리적이고 이성적인 며느리자 아내지만, 아들 앞에서는 종종 원리원칙 따위는 잊어버리는 감정적인 어머니의 모습으로 돌변, 인간미(?) 넘치는 매력을 선보이고 있다.
지난 7일 방송에서 민지영은 자신이 맡은 학급의 학부모와 통화를 하며 "교과서 위주로 학교 수업을 복습하고 기본에 충실해야 한다"고 말하면서도 자신의 아이는 원어민회화특강, 사고력수학, 창의독서논술학원에 보내는 충격적인 반전(?)을 선사했다.
이를 알게 된 시어머니가 "답은 학교에 있다면서 왜 한 입으로 두 말하냐"고 다그치자 민지영은 "물론 답은 학교에 있죠. 근데 합격자는 학원에 있는 걸 어떡해요"라며 아무리 원칙을 지키려 해도 자식 일에만큼은 그럴 수 없는 이중적인 캐릭터로 시청자들의 공감을 샀다.
백수남편과 철없는 시어머니, 말썽쟁이 자식 사이에서 외로운 싸움(?)을 하고 있는 민지영은, 특히 주부들의 절대적인 지지를 얻고 있다. 또 민지영이 무능한 남편과 철없는 시어머니 사이에서 겪는 고부 갈등은 윤희(김남주 분)가 꼬장꼬장한 시어머니(윤여정 분)로부터 겪는 시집살이와는 전혀 다른 모습으로 그려지며 극에 보는 재미를 더한다는 평가다.
◆생계형 자린고비 김상호(방정배 역)
공인중개소 비정규직 직원으로 빠듯한 생활비 때문에 절약정신이 온몸에 배어있다. 자신을 하늘처럼 떠받들고 사는 띠 동갑 연하 아내와 천생연분 찰떡금슬을 자랑한다.
공짜를 좋아하는 방정배 내외는 주로 형님(장용 분) 댁에서 식사를 해결한다. 지난 7일 방송에서 과일이 먹고 싶어 형님 댁을 찾은 정배는 "형수님, 식사하고 과일은 드셨습니까"라며 참외의 행방(?)을 주도면밀하게 살피는가 하면, 공짜 건강검진을 받고 싶어 의사 조카 귀남(유준상 분)에게 은근슬쩍 압력을 가하기도 했다.
이날 정배는 귀남에게 "누구 때문에 오늘날 가족과 극적으로 상봉하게 됐냐"며 은혜 갚은 까치 이야기를 언급했다. 이어 그는 "가는 게 있으면 오는 게 있어야 한다"며 한국인의 보편적 정서를 운운, 받기만 좋아하는 정배 캐릭터가 내뱉기엔 다소 아이러니한 대사를 쏟아내며 웃음을 자아냈다.
배우 김상호는 자칫 얄미워 보일 수 있는 정배 캐릭터를 특유의 대사톤과 표정 연기로 맛깔나게 소화하며 미워할 수 없는 속물 캐릭터를 완성시켰다. 이로써 김상호는 고부간의 갈등으로 자칫 무거워질 수 있는 장수네 집안 분위기를 반전시키고, 극의 긴장감을 완화시키는 역할까지하며 '명품 조연'이 할 수 있는 역할의 최대치를 보여주고 있다는 평가를 얻고 있다.
현재 방영하는 드라마들 중 조연이 많은 작품은 많지만, 주연만큼 사랑받는 조연이 다수 포진한 드라마는 '넝굴당'이 거의 유일하다. 주, 조연 모두가 제 몫을 톡톡히 하는 드라마, 그래서 조연이 주연만큼 빛나는 드라마.시청자들이 '넝굴당'을 사랑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nayoun@osen.co.kr
'넝굴당' 방송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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