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운, 임필성 감독이 인류멸망의 3가지 징후를 그린 영화 '인류멸망보고서'(11일 개봉, 류승범 김강우 송새벽 김규리 진지희 고준희 주연)의 첫 번째 에피소드인 '멋진 신세계'가 촬영 당시인 2006년 에는 아직 발생하지도 않았던 광우병 사태에 대한 정확한 예견을 해 눈길을 끈다.
제대로 분리하지 않은 음식물 쓰레기를 활용해 만들어진 사료를 먹은 소가 도축되고, 다시 인간의 식탁에 오른다. 그리고 그 쇠고기를 먹은 인간이 원인 불명의 바이러스에 감염돼 분노를 억제하지 못하고 욕구만 추구하는 등, 가사 상태의 좀비로 변해 서로를 물어뜯는다.
기하급수적으로 번지는 괴 바이러스를 멸망의 징후로 보여준 '멋진 신세계'는 2년 뒤인 2008년, 전 지구를 휩쓴 광우병 사태를 정확하게 예언한 것.

원래 초식동물인 소에게 인간이 편의를 위해 동물성 사료를 먹이고, 이 사료를 섭취한 소의 뇌에 바이러스가 발생, 그 바이러스가 다시 인간에게 되돌아오면서 치료약도 백신도 없는 사상 초유의 대재앙이 일어나게 된 것이다.
이는 2006년 '멋진 신세계'의 기획 당시 핵폭탄, 쓰나미 같은 거창한 것이 아닌, 인간의 사소한 부주의나 실수로 멸망이 올 것이라고 생각한 임필성 감독의 생각이 맞아 떨어진 것이라고도 할 수 있다.
영화적으로 상상해 낸 미래의 재앙이 현실에서 그대로 구현되는 모습은 섬뜩한 전율을 일으킨다. 또한 이는 있을 법한 미래를 그리는 SF 장르의 본원적 특징과도 일치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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