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경고.
이 글은 유해한 내용을 포함하고 있을 지 모른다.
18세 이하의 청소년, 아직 가치관 정립이 덜 된 분, 임산부, 노약자는 조심하시라.

도덕성, 스포츠맨십, 아시아 평화를 지향하시는 분들의 뜻과 어긋날 수 있다.
거친 생각이고, 잡문이다.
술자리 친구와 나누는 얘기쯤이다.
이대호의 짜증
며칠 전 기사 보다가 오랜만에 빵 터졌다.
일본 라는 신문이 ‘이대호가 홈런에 대한 질문을 받고 짜증을 냈다’고 보도했다는 얘기다.
ㅋㅋㅋㅋ 빅보이가 한 건 했구나.
이 말 제대로 알아들으려면 약간의 이해가 필요하다.
일찍이 다저스의 큰 형님 토미 라소다가 이런 말 했다.
“우리 (메이저리그) 동업자가 둘 있다. 하나님과 미디어다.”
날씨와 신문 방송이 도와줘야 한다는 얘기다.
당연하다. 팬 없는 프로스포츠는 소주 빠진 쏘맥 아닌가.
그래서 미쿡 기자들 목에 힘 좀 주고 다닌다. 선수, 감독, 사장, 단장...이런 사람들과 ‘대등’까지는 아니더라도 적당한 긴장관계 유지할 만큼은 된다.
한국은 그 보다 쫌 못하긴 해도 이런 인식 자체는 존재한다. (아닌가?)
근데 일본은 안 그렇다. 아주, 상당히, 갑을 관계에 있다.
일본 야구기자들의 열악한 근무환경
일본 기자들 선수에게 한마디 들으려 10~20분씩 기다리는 거 예사다. 묻고 답할 시간도 길지 않다. 그래서 대개 질문이 직설적이다.
그 날 오릭스가 라쿠텐 한테 2-3으로 진 날이다. 아마도 기자들이 주차장에서 죽~ 기다리다가 집에 가는 빅보이 붙들고 한마디 물어본 말 일거다.
기자 “팀 전체가 홈런이 안나오는데...(머뭇머뭇)”
그러니까 부산 싸나이 빅보이가 툭 쏘아붙였을 거다. 져서 열 받았는데, 이상한 거 물어보니까.
의 원문이 궁금했다.
韓國で2度の3冠王に輝いた大砲も「本壘打なし?意識させるために、そういう質問をするのですか?」と、いらだちを隱せなかった。
(한국에서 두번의 3관왕에 빛나는 대포도 "홈런이 없다고? 의식하게 만드려고 그런 질문 하는건가?"라고 짜증을 숨기지 않았다.)
짜증(いらだち)이라는 말, 점잖은 일본 기자들은 거의 안 쓰는 직설이다.
이상한 것은 이 말이 에만 나왔다는 점이다.
혼자만 들었을 리 없는데 말이다.
일본 기자들 회사가 달라도 선수나 감독의 멘트 서로 품앗이한다. 혼자 다 쫓아다닐 수 없으니까.
감독, 코치, 투수 등등...일을 나눈 뒤 모여서 들은 내용 받아쓰기 한다.
그러니까 이대호의 이 말은 오릭스 담당기자 모두가 들었다.
근데 만 썼다. 왜?
약한 고리를 건드리다
“낮에는 천황이 있고, 밤엔 요미우리 회장이 있다.”
일본에서 요미우리 신문의 절대적인 영향력을 빗댄 말이다.
이 신문, 야구판에서는 더더(곱하기 200) 절대적이다.
쇼리키 마쓰타로(正力松太郎)가 누군가. 일본 야구의 아버지다.
그는 자이언츠 초대 구단주이면서 요미우리 신문의 오너였다.
일본 프로야구의 역사는 그가 요미우리 자이언츠를 창단하면서 시작됐다.
그래서 요미우리는 일본야구의 모든 것이다.
일본 사람은 딱 두 가지로 나뉜다. 교징(巨人.자이언츠) 팬이냐, 교징 팬 아니냐.
교징 대 안티(anti) 교징의 프레임이다.
는 요미우리 신문의 자회사다.
그러니까 요미우리 신문-요미우리 자이언츠-스포츠호치는 한 식구다.
는 대놓고 교징을 응원한다. 그리고 적(敵)은 깐다.
가장 큰 적이 누구냐. 오사카 간사이다.
교징은 도쿄와 주류와 보수의 편이다.
비주류 간사이의 대장은 한신 타이거스다.
오릭스? 리그도 다르고, 사이즈도 많이 차이 난다.
하지만 오사카 일대를 기반으로 한다.
그래서 적 취급을 받는다. (오릭스 입장에서는 감사할 일이다.)
이게 가 ‘이대호의 짜증’을 내놓은 이유다.
오릭스에서 가장 약한 고리 중의 하나인 외국인, 그것도 한국 출신을 한번 툭 건드린 거다.
또 하나의 즐거움 ‘눈빛 교환’
빅보이가 준 즐거움이 또 하나 있었다.
지난 4일 니혼햄과 경기에서 삼진 먹고 구심과 잠시 ‘눈빛 교환’을 한 사건이다.
모든 언론이 ‘항의’라고 했지만 그냥 눈빛 교환 정도로 해두자.
OSEN 가 궁금증을 풀어준다.
이대호는 “특별한 말은 하지 않았다. 그냥 가서 저게 스트라이크가 맞냐고 확인을 했을 뿐”이라고 했다. (일본말만 좀 됐으면 더 길게 하고 싶었을 텐데...안타깝다.)
일본 스트라이크 존이 우리와 다르고, 심판의 수준이 어쩌고 하는 얘기는 구라에서 다루지 않는다. 그렇게 높은 식견, 전문 지식, 미안하지만 없다.
다만 그의 호연지기는 찬양해 마땅하다.
새로 온 외국인 선수가 개막 일주일도 안돼서 심판과 ‘찌리릿’ 눈빛 교환을 했다. 이 어찌 장한 일 아닌가.
그 구심 혼다 히데시란 자다. 경력 18년에 작년 일본시리즈 때 구심도 봤다.
실력 인정 받고 잘 나가는 심판이다. 그런 심판 하고 눈빛 교환 했다.
역시 우리 빅보이다.
하쿠와 하리의 과거
백인천 씨가 회고하는 옛날 얘기 한 도막이다.
“한창 날릴 때 ‘하쿠와 하리’ 하면 유명했지.”
하쿠(白)는 백인천, 하리는 하리모토 이사오(張本勳.장훈)다.
“우리 그 때 이상한 짓 참 많이 했어. 장훈 선배는 번트 연습, 난 방망이 놓치는 연습”.
“왜 그랬냐고? 우리 맞히는 투수들 손 봐줄라고 그랬지. 장 선배는 1루 쪽으로 번트를 대고 투수가 베이스 커버 들어갈 때 발을 밟아 버리겠다는 생각이었지. 난 오른손잡이라 그게 안되니까 스윙 하면서 놓치는 척, 방망이를 투수한테 던지는 연습을 했지...허허허”.
(오해 없길 바란다. 위대한 야구인들이 남긴 평생의 업적을 폄하하려는 의도 추호도 없다).
애잔하지 않은가. 오죽 했으면 그랬을까.
어쩔 수 없는 외국인으로, 비주류로 살아야 했던 그들의 서글픈 시절 얘기다.
너무 그럴 필요없다
기자들한테 하고 싶은 말 하고, 심판과 눈빛 교환하고.
난 그런 이대호가 너무 좋다.
매너? 예의? 스포츠맨십? 팀 승리?
너무 그럴 필요 없다.
대한민국을 대표하는 선수라는 마음가짐?
그거 선동렬, 이종범, 이승엽, 임창용, 김태균이 많이 했다.
이대호는 그냥 야구만 해도 된다.
좋으면 웃고, 열 받으면 화 내고, 성질 나면 욕도 하고 소리도 질러라.
난 이해할 준비 다 돼 있다.
그게 낫다.
무시, 비아냥, 외로움, 불면증, 원형탈모.
그런 것 보다 그게 낫다.
그래서 보내는 메시지다.
“대호야, 고마 함 해뿌라”
백종인 (칼럼니스트) sirutani@hot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