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갑자기 말하는 건 시와 구단에 예의가 아니라 1달도 더 전에 (사퇴) 준비를 해달라고 부탁해 놓았다".
허정무 감독이 지휘하는 인천 유나이티드는 11일 인천 축구전용경기장에서 열린 '현대오일뱅크 K리그 2012' 7라운드 광주 FC와 홈경기서 선제골을 넣었지만 끝까지 지키지 못하고 1-1 무승부를 기록했다.
이날 경기를 마지막으로 인천 감독직에서 물러나는 허정무 감독을 위해 사력을 다한 인천은 전반 17분 최종환이 선제골을 성공시키며 환호했지만, 전반 39분 김은선에게 동점골을 허용해 고개를 숙여야 했다. 이로써 인천은 1승 2무 4패를 기록, 3경기 연속 무승(2무 1패)의 부진에서 탈출하지 못했다.

경기 후 만난 허정무 감독은 "선수들이 열심히 뛰어줬는데 승리를 못했다. 다시 한 번 죄송하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 선수들이 점점 좋아지고 있는 만큼 내가 나간다고 하더라도 열심히 해줄 거라 믿는다"고 경기 소감을 밝혔다.
허정무 감독은 지난 밤 갑작스럽게 터진 자진 사퇴 소식에 대해 "시즌이 시작되면서 여러 가지 이야기도 나오고 해서 인천시 측에 이야기를 해놓은 상황이었다. 갑자기 말하는 건 시와 구단에 예의가 아니라 1달도 더 전에 (사퇴) 준비를 해달라고 부탁해 놓았다"며 "사실 선수들이 당황할까봐 오늘 경기를 마치고 발표하려고 했다. 하지만 갑작스럽게 사퇴 소식이 전해지는 바람에 나는 물론 선수들도 당황했다"고 덧붙였다.
하지만 허정무 감독의 사퇴는 팬들과 인천시민들에게는 갑작스러운 소식일 수밖에 없는 상황. 허 감독은 "인천 시민분들과 시측, 그리고 팬들에게 마무리짓지 못하고 떠나는 점에 대해 죄송하다는 말을 전하는 것밖에 없다. 인천에 희망을 갖고 왔지만 성적도 내지 못해 죄송하다. 감독으로서 성적 부진에 깊은 책임감을 느낀다"고 전했다.
허정무 감독은 시즌 개막 전 김현태 전 대표팀 골키퍼코치를 야심차게 영입했다. 하지만 기존에 있던 외국인 골키퍼코치와 계약을 해지하며 잡음이 흘러나온 바 있다. 허정무 감독은 코치진의 행보에 대해 "내가 구단의 인사 문제에 관여할 건 아니다. 능력이 있는 사람들인 만큼 앞으로 구단에서 상의하고 모든 걸 처리할 것이다"고 답했다.
지난 20개월의 경험에서 나오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허 감독은 "내 생각에서 정답이 나올 수는 없다. 하지만 모든 사람들이 힘을 합치고, 축구인들도 힘을 합쳐야 한다는 사실이 가장 가까운 답인 것 같다"며 "시민 구단의 경우에는 창단할 때 시민주 공모와 단기 스폰서십으로 자금을 마련해 운영한다. 그러나 1~2년이 지나면 바닥이 난다. 거기에 대한 대처 방안이 없다. 자생할 수 있는 대책이 있어야 하지만 시 협조 없이는 안된다. 현재 인천시 조례에서도 시에서 직접 지원을 못하게 되어 있어 구단으로서 힘들다. 특히 시장이 바뀐다거나 하면 흔들리고 여러 가지 문제가 있다. 근본적인 기초 공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사퇴 이후의 행보에 대해서는 "공부를 하려고 한다. 유로 2012 대회가 있는데 배울 점도 많고 해서 가서 보고 견문을 높일 예정이다. 또한 스페인 바스크 지역의 아틀레틱 빌바오의 유소년 시스템과 훈련 과정을 배우려고 한다. 남아공 월드컵이 끝나고 충전 시간을 가지지 못했다. 정리를 하는 시간도 가질 예정이다"고 답했다.
한편 올림픽 기간 동안 모 방송사의 해설위원을 맡게 된다는 소문의 사실 여부에 대해서는 "소문을 실제처럼 이야기하고 덮어 씌우는 경향이 있는데 그러지 않았으면 한다. 또한 가게 된다고 하더라도 내 사생활일 뿐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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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곽영래 기자 youngrae@osen.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