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점괘 좋은’ 이원석의 플라시보 효과
OSEN 박현철 기자
발행 2012.04.12 09: 06

“시즌 개막을 앞두고 점을 보러 갔는데 첫 마디가 ‘그동안 힘든 일이 많았네’였어요. 그리고 올해부터는 좋은 일이 가득할 것이라고 하더라고요”.
의외의 카드였다. 사실 타격보다는 수비력 면에서 훨씬 좋은 평가를 받던 선수의 3번 타자 발탁이었기 때문. 그러나 대체자는 최근 두 경기 동안 가장 좋은 활약을 펼치며 팀의 2연승을 이끌었다. 두산 베어스 3루수 이원석(26)이 3번 타자로 맹위를 떨치며 불방망이를 과시 중이다.
이원석은 지난 11일 청주 한화전에 3번 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1-0으로 앞선 3회초 1사 만루서 상대 선발 양훈의 4구 째 가운데 높은 직구(142km)를 끌어당겨 좌월 쐐기 만루포로 연결했다. 청주구장이 작은 편이기는 했으나 이원석의 타구는 큰 포물선을 그리며 관중석 중앙에 떨어졌다. 두산은 선발 임태훈의 6이닝 무실점 호투와 이원석의 만루포에 힘입어 6-0으로 승리를 거두며 1패 후 2연승을 달렸다.

2005년 롯데서 데뷔한 뒤 2008년 말 FA 홍성흔의 보상선수로 두산 유니폼을 입은 이원석은 그동안 타격보다 안정된 수비력을 더 높게 평가받았던 선수다. 그의 훈련 모습을 유심히 지켜본 야구인들은 ‘컨택 능력도 뛰어난 선수’라고 이야기하지만 이원석의 지난 시즌까지 통산 타율은 2할5푼4리로 평범한 수준이었다.
그 이원석이 올 시즌 2경기서는 모두 3번 타자로 나서 5할(10타수 5안타, 11일 현재) 1홈런 6타점을 기록 중이다. 김현수의 왼 종아리 근육통으로 대체자 노릇을 하고 있는 이원석은 8일 잠실 넥센전서 5타수 4안타 2타점을 올리며 13-11 역전승에 공헌했고 11일에는 쐐기 만루포로 힘을 과시했다.
김진욱 감독은 이원석을 3번 타순에 기용하며 “우리 팀에서 현재 낙차 큰 변화구를 잘 공략하는 타자가 이원석”이라며 믿음을 보였다. 비시즌 동안 기술적인 성장을 내심 눈여겨 본 감독의 믿음이 제대로 발휘된 순간이다. 여기에 최근 이원석의 맹활약에는 또 하나의 숨겨진 일화가 있다.
개막 직전 이원석은 “최근 점집에서 재미삼아 점괘를 봤는데 대뜸 ‘그동안 안 좋은 일이 많았네’라고 하더니 ‘올해부터는 좋은 일이 많을 테니 힘내라’라는 이야기를 하더라”라며 “점성술을 맹신하는 편은 아니지만 그래도 점괘가 잘 나오니 기분은 좋더라”라고 이야기했다. 실제로 지난 2년 간 이원석은 말 못할 고민이 많았다.
2010시즌 광저우 아시안게임 1차 엔트리까지 이름을 올렸던 이원석은 내야 멀티 플레이어로 발탁 가능성이 높았으나 경기 중 부상으로 인해 낙마하며 결국 조동찬(삼성)의 최종 엔트리 합류와 금메달 획득을 지켜봐야 했다. 지난 시즌에는 시종일관 조급한 모습을 보이다가 2할1푼6리의 저조한 타율로 한 시즌을 마감했다. 주포 김동주의 건재는 물론 1년 선배이자 장타력을 갖춘 윤석민의 상승세로 팀 내 입지가 줄어드는 듯 했던 이원석이다. 그만큼 이원석은 전지훈련 기간 동안 더욱 독을 품고 훈련에 힘을 쏟았다.
“올해도 안 되면 난 정말 큰일난다. 앞으로는 점괘처럼 정말 좋은 일이 많았으면 좋겠다”. 아무 노력도 기울이지 않고 점괘만 믿는다면 당연히 좋은 일이 생길 리가 없다. 그러나 이원석은 지난 시즌이 끝난 후부터 선배 오재원과 함께 웨이트 트레이닝에 열중하는 등 몸 만들기에 힘을 쏟은 뒤 기술적인 부분도 보완하는 데 힘썼다. 그 노력이 있었던 만큼 이원석은 자신의 2012시즌이 ‘운수 좋은 날’이 되길 바랐다. 아직 두 경기에 지나지 않았을 뿐이지만 이원석이 시즌 전 받은 좋은 점괘는 긍정적인 ‘플라시보 효과’를 내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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