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포스트 이대호' 해법 담긴 8회 공격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4.12 06: 57

"번트 잘 대는 타자 어디 없나. 번트 지시하면 전부 그냥 바닥에 갖다 박는다니깐".
지난 11일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앞둔 잠실구장. 롯데 양승호(52) 감독은 MBC 스포츠플러스 양상문(51) 해설위원을 맞아 롯데 야구에 대한 방담을 가졌다. 고려대학교 동기이기도 한 두 사람은 전·현직 롯데 감독이라는 공통점 덕분에 평소 편하게 야구 이야기를 나누는 사이다.
양 감독은 "우리 팀에는 번트 싫어하는 선수도 있다"면서 "그렇다고 일부러 번트를 실패한다는 뜻은 아니다. 번트 상황에서 온 정신을 집중하지 않는다는 뜻"이라고 푸념했다. 이어 "번트를 잘 하면 타율관리도 쉽다. 앞선 두 타석 가운데 안타 하나만 치고 번트 하나 성공하면 타율관리는 자동으로 되는 것 아닌가"라고 말하기도 했다.

번트에 대한 이야기가 나온 이유는 올 시즌 롯데가 처한 상황과 깊은 연관이 있다. 롯데는 중심타자인 이대호가 빠지면서 필연적으로 따라 올 득점력 저하를 한 베이스 더 뛰는 야구와 작전야구로 최소화 하겠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이를 위해 롯데는 지난 전지훈련 기간동안 평년보다 강도높은 훈련을 진행했다.
수비는 훈련을 통해 보완이 가능하지만 작전은 실전을 통해 배우는 수밖에 없다. 때문에 양 감독은 일전에 "작전이나 번트는 훈련으로 쉽게 되는 건 아니다. 경기를 하면서 선수들의 몸에 배어야 실력이 나타날 것"이라고 말한 바 있다.
양 감독의 경기 전 말을 들었기 때문일까. 롯데 선수들은 이날 경기에서 올 시즌 팀이 추구해야 할 공격방향 그대로 수행하며 코칭스태프를 흡족하게 만들었다. 롯데의 달라진 공격 패턴이 가장 두드러진 것은 3-3으로 맞섰던 8회다.
경기 초반 많은 안타에도 불구하고 주루플레이 미숙으로 롯데는 3점 밖에 얻지 못했었다. 롯데 선발 쉐인 유먼은 7이닝 6피안타 3실점으로 제 몫을 다 했지만 타선은 더 이상 점수를 얻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차, 8회 1사 후 박종윤이 우익수 쪽 3루타로 포문을 열었다. LG 우익수 이진영이 다이빙을 해 봤지만 공은 글러브를 외면했고, 3루에 안착한 박종윤은 포효를 했다. 곧바로 황재균의 결승 적시타가 이어지며 롯데는 4-3으로 앞섰다. 
 
여기부터 롯데의 '포스트 이대호' 해법이 나타났다. 황재균을 1루 주자로 두고 타석에 들어선 손아섭은 중전 안타를 쳤고, 짧은 안타임에도 황재균은 2루를 거쳐 3루까지 거침없이 질주했다. 황재균의 공격적인 주루는 성공을 거뒀고, 그 사이 타자주자까지 2루에 안착했다.
4-3의 리드를 겨우 잡은 롯데는 선취점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 1사 주자 2,3루에서 타석에 들어선 문규현의 선택은 기습 스퀴즈 번트였다. 문규현은 3루 주자를 무사히 들어오게 하기 위해 1루 쪽으로 재빨리 번트를 댔고, LG는 3루 주자 황재균이 홈으로 파고드는 것을 바라만 보며 타자주자 문규현을 잡아내는데 만족해야 했다.
경기 막판 한 점차 리드와 두 점차 리드는 천지차이다. 따라가야 하는 팀에겐 정말 다른 무게감으로 다가온다. 결국 롯데는 힘이 빠진 LG를 상대로 9회에도 3점을 더 얻어내며 8-3으로 낙승을 거뒀다. 경기 중반까지 많은 안타에도 득점이 터지지 않았던 것을 감안한다면 낙승에 가깝다. 그리고 그 흐름을 만든 것은 주자들의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와 문규현의 기습 스퀴즈 번트였다.
경기가 끝난 뒤 만난 문규현은 당시 상황에 대해 "전 타석까지 안타가 없었다. 그래서 타석에 들어서며 초구 기습번트를 1루에 굴려야 겠다는 생각을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와서 다행"이라고 설명했다.
4번 타자가 빠진 뒤에도 롯데 타자들은 여전히 화끈한 방망이로 상대 투수들을 괴롭히고 있다. 비록 3경기에서 홈런이 하나밖에 나오지 않았지만 대신 더 빠른 야구와 더 다양하게 점수를 뽑아내는 야구로 새롭게 무장했다. 양 감독이 경기 후 "타선은 업다운이 있다"고 말한 가운데 지금과 같은 분위기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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