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승 득점' 박종윤-이진영의 기분좋은 실랑이
OSEN 이대호 기자
발행 2012.04.12 07: 20

"5할요? 오늘 한 번 지켜 보겠습니다".
11일 LG 트윈스와 롯데 자이언츠의 경기를 앞둔 잠실구장에서 만난 롯데 박종윤(30)의 표정엔 자신감으로 가득했다. 그도 그럴것이 올 시즌 이대호의 이적으로 1루 자리를 꿰찬 이후 정규시즌에서 초반 안정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기 때문이다. 이날 경기 전까지 박종윤의 타격 성적은 8타수 4안타로 정확히 5할. 시즌 초반이고 몇 경기 안 했기에 의미있는 숫자는 아니지만 '오늘 5할 타율 지킬 수 있겠냐'라는 농담에 박종윤은 "한 번 지켜 보겠다"고 자신있게 답했다.
그리고 박종윤은 약속을 지켰다. 선발 1루수 6번 타자로 나선 박종윤은 이날 4타수 2안타 2득점으로 맹활약했고 우연찮게 '타율 5할'을 지켜낸 것. 특히 3-3으로 맞선 8회 1사 후 기록한 3루타는 팀 승리로 직결된 귀중한 한 방이었다.

박종윤은 LG 네 번째 투수 한희를 상대로 볼카운트 1볼 2스트라이크에서 4구를 공략, 우측으로 총알같이 날아가는 타구를 만들어냈다. LG 우익수 이진영은 이를 잡기위해 혼신의 힘을 다해 쫓아간 뒤 다이빙 캐치를 시도했으나 타구는 그의 글러브를 외면하고 펜스까지 굴러갔다. 그 틈을 타 박종윤은 3루까지 안착했고 황재균의 적시타 때 홈을 밟아 결승 득점까지 올렸다.
경기가 끝난 직후 롯데가 사용하고 있는 3루측 덕아웃 통로. 원래 3루측은 LG의 구역이다. 그쪽에 선수들의 라커룸이나 운동시설이 모두 모여있다. 이는 두산과 함께 잠실구장을 쓰기 때문에 생긴 일. 때문에 LG는 홈경기 때마다 원정 덕아웃인 3루측을 내주기 때문에 경기가 끝난 뒤 반드시 원정팀 덕아웃을 지나야 한다. 이때 LG 선수들은 상대 선수들과 복도에서 만나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비좁은 잠실 복도에서 마주친 두 사람, 박종윤과 이진영은 서로를 바라만 보고 있다. 그도 그럴것이 박종윤은 이진영 덕분에(?) 결정적인 3루타를 만들어냈고 반면 이진영은 다이빙 캐치까지 시도하며 몸을 날렸지만 결국 막아내지 못했다.
박종윤은 이진영에 먼저 "형, 덕분에 오늘 큰 것 했어요"라고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고 한다. 그러자 이진영은 "야, 나 오늘 (다이빙한 곳이 아파서) 죽을 뻔했어"라고 울상을 지으며 박종윤을 툭툭 치고 지나갔다. 돌아선 이진영에 박종윤이 건넨 마지막 한 마디, "덕분에 오늘 이겼어요". 쓴 입맛을 다신 이진영은 그대로 라커룸으로 들어갔다. 모두 둘이 친하기 때문에 있을 수 있는 일이다.
그렇지만 박종윤에 야구 이야기를 꺼내자 다시 진지한 표정으로 돌아왔다. 그는 "내가 지금 이것저것 가릴 때가 아니다. 어떻게든 온 기회를 확실히 잡아야 한다"고 굳은 다짐을 한 번 더 되새기더니 "타격 감각은 계속 오르락내리락 한다. 어떻게든 지금의 좋은 감각을 유지해서 자리를 굳히겠다"고 각오를 밝혔다.
입단 12년차에 처음 확보받은 주전 1루수 자리, 박종윤이 천재일우의 기회를 살리며 주전으로 자리매김할 수 있을까. 일단 현재까지 보여준 모습으로는 '합격'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을 것 같다.
cleanupp@osen.co.kr

Copyright ⓒ OSEN.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