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은 개막 후 3연패 수렁에 빠졌다. 이중삼중의 부담을 떠안은 가운데 '코리안 특급' 박찬호(39)가 첫 출격 명령을 받았다. 12일 청주구장에서 열리는 두산과의 홈경기가 바로 그 무대다.
박찬호의 첫 등판은 그의 선발 결정 과정과 심리 상태 그리고 두산과의 상대성에서 크게 3가지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과연 박찬호는 개막 3연패로 휘청이는 한화의 구세주가 될 수 있을까.
▲ 예상밖 선발 결정 왜?

사실 예상밖 결정이다. 당초 한화는 11일 두산전 결과에 따라 선발을 결정할 것으로 관측됐다. 이날 경기에 패하면 3연패가 되기 때문에 박찬호의 부담을 덜어주고, 연패를 끊기 위한 차원에서 에이스 류현진을 선발등판이 유력했다. 류현진은 지난 7일 사직 롯데전에서 투구수가 91개밖에 되지 않아 4일 쉬고 5일째 등판에 무리가 없었다. 하지만 한화는 11일 경기에서 영봉패(0-6)를 당한 직후 박찬호의 12일 선발등판을 공식발표했다.
크게 두 가지 의미가 있다. 첫째는 박찬호의 구위에 대한 믿음이다. 3연패에 빠진 위급한 상황에서 에이스를 제치고, 박찬호를 내세우는 건 그만큼 그에 대한 믿음이 크다는 뜻. 또 하나는 홈팬들 앞에서 먼저 박찬호를 선보이는 게 예의라는 것이다. 실제로 이날 경기 전까지 류현진의 12일 선발등판 증거가 여러군데에서 포착됐지만 정작 경기 후 발표된 선발은 박찬호였다. 성적을 떠나 상징적인 선수를 홈팬들 앞에서 첫 선을 보이겠다는 의미가 있을 수 있다.
▲ 박찬호의 심리 상태는?
박찬호는 시범경기 2경기에서 1패 평균자책점 12.96으로 부진을 면치 못했다. 피홈런 2개 포함 안타 16개로 그야말로 뭇매를 맞았다. 하지만 박찬호와 코칭스태프는 결과에 큰 의미를 두지 않고 준비 과정에 포커스를 맞췄다. 박찬호의 심리 상태도 마찬가지. 그는 자신의 커리에 걸맞는 성적을 떠나 팀의 선발 로테이션을 지키는 것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다. 로테이션을 지키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버텨줄 수 있는 '실력'이 필요하다.
정민철 투수코치는 "찬호가 팀에 도움이 되려 노력한다. 고참으로서 당장 눈앞의 성적이나 커리어가 아니라 얼마나 선발진에서 이탈 없이 로테이션을 지킬 수 있을지에 강한 의지를 갖고 있다"고 말했다. 정 코치는 "워낙 관심도가 높은 선수인 만큼 무너질 경우 팀이나 후배들이 가질 부담이 커지는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럴 일이 없도록 노력한다"고 설명했다. 눈앞의 화려한 성적이 아니라 하나의 구성원으로 팀이 원활하게 돌아가도록 하고 싶은 마음이다.
▲ 두산과의 상대성은?
박찬호는 스프링캠프 연습경기에서 KIA-LG를 상대했고, 국내로 들어온 후 연습 및 시범경기에서 SK-롯데-LG와 승부를 벌였다. 두산은 한 번도 상대해 보지 않은 팀이다. 지난달 22일 시범경기와 11일 경기를 덕아웃에서 눈으로 지켜본 게 두산에 대한 정보의 모든 것이다. 전력분석팀에서 상대 타자에 대한 자료를 주지만, 박찬호는 시범경기 내내 "타자들을 직접 상대하며 새로운 것을 알아가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 그런 점에서 두산은 분명 생소한 팀이다.
하지만 박찬호도 두산도 서로를 어느 정도 안다. 박찬호는 2009년과 2011년 두산의 일본 미야자키 캠프에 합류해 함께 한 적이 있다. 당시 실전 경기는 아니었지만 연습투구 중 박찬호의 볼을 홈런으로 연결시킨 타자가 있었으니 바로 손시헌이다. 여기에 2007년 베이징 올림픽 아시아 예선 대표팀 자체 연습경기에서도 이종욱이 박찬호를 상대로 홈런을 친 적이 있다. 박찬호에게 자신감을 갖고 있는 타자들이 존재한다는 점에서 더욱 흥미로운 승부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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